
‘포토 스토리’ 만들기
아, 생각의 빈곤이여
한겨레에서 주최하는 포토워크숍에 두 번째 참여했습니다. 거의 경험이 없는 ‘포토스토리’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덕분에 유년의 기억이 있는 북서울꿈의숲 공원을 방문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공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갑작스런, 아니 ‘예견된’ 카메라의 결함으로 마음 편하게 연사를 날릴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긴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주의 깊게 살펴보고 겨우 100여 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사진리뷰! ‘잔인’했지만 즐거웠습니다.
말이 없는 10장의 사진으로 이야기 만들기는 선택부터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어떤 맥락으로 어떤 사진을 선택하여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몇 번씩 사진을 돌려보며 최종 10장을 골랐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할 말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생각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할 말이 없거나, 생각이 빈곤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난한 사유가 문제였습니다.
오랫동안 배우의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배우는 무대에 전면으로 자신을 드러내놓고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많이 떨리고, 흥분되고, 긴장됩니다. 때로는 모욕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진은 배우의 일보다는 훨씬 쉬울 줄 알았습니다. 나를 전면으로 드러내놓지 않아도 되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 떨림, 흥분, 긴장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삶이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
리에 머물러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포토스토리! 쉽지 않았습니다.
신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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