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기 춘천 한겨레포토워크숍 최우수상 소감/ 박영신
지난 9월 20일~21일 1박 2일 일정으로 제14기 한겨레포토워크숍을 춘천에서 진행했습니다. <KT&G 상상마당 춘천>과 함께 한 이번 워크숍은 모두 37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첫날에는 죽림성당-망대골목-중앙시장-소양성당 등에서 촬영을 했고 숙소인 상상마당 춘천 스테이호텔에서 1인당 10여장의 사진을 제출하여 신미식 작가, 곽윤섭 기자와 함께 열띤 리뷰가 열렸습니다. 21일 청평사, 송암레포츠타운 촬영을 끝으로 워크숍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참가자들은 9월 24일까지 사진을 제출했고 심사 끝에 박영신씨의 작품 <춘천, 추억 속의 사람들을 만나다>를 최우수상으로, 김원씨의 작품 <춘천사람들>을 우수상으로 각각 뽑았습니다. 다음 워크숍은 11월 전북 군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상세한 내용은 사진마을을 통해 공지합니다. 곽윤섭 기자
춘천, 추억 속의 사람들을 만나다
육림고개, 망대마을, 중앙시장 등을 두루 돌아다니고 있는 나에게 춘천은 정지된 시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서울에서는 이미 대부분이 사라져 버린 친숙했던 공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겨웠다. 내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 삼촌과 고모, 이모 그리고 내 친구의 어머니 아버지들과 너무나도 닮아서 전혀 낯설지 않은 그분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안녕하시냐’는 따뜻한 인사말 몇 마디에 그분들은 대개가 마음을 열고 활짝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어떤 분은 자기 집 나무에서 땄다는 감을 건네주기도 했고, 또 어떤 분은 직접 담근 머루술이며 배술을 권했고, 몇몇 분은 들어와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라고 권하기도 했다. 자기에게 아무것도 주는 것이 없는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놀라웠고 또 매우 고마웠다.
나는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그분들의 순박한 삶을 담은 진솔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그분들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나는 줄곧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구부린 자세를 유지했다. 물론 그것은 사진의 효과를 위한 촬영기술의 한 방편이기도 했지만, 반드시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내 어린 시절의 어머니, 아버지와 주변 어른들을 떠오르게 하는 그분들에게 어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마음을 열어 나를 맞아 주고 사진을 허락해 준 그분들께 다시 한 번 더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애정을 갖고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것도 이제 거의 십년이 되어 간다.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이제는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나의 사진’을 찍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을 담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진, 다른 이의 삶에 조금이라도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는 ‘나의 사진’을 찍고 싶다. 잘하라는 격려를 상으로 대신해 준 분들께 큰 고마움을 전한다. 박영신(58ㆍ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