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꿈, 모래조각에서 길을 찾다

사진마을 2019. 01. 18
조회수 379 추천수 0

[모래조각가 김길만씨]


부드러운 모래 감촉 좋아

32년 전 해운대에서 시작

나무젓가락으로 1천 여점 창작

미술 교과서에도 6차례 실려

"해운대 말고 동네에서 작업하시길"

양산시 최근 작업장 만들어 '초빙'


kkm03.jpg » 김길만씨가 경남 양산의 웅상 모래조각 공원에서 자신의 작품 ’어린왕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무젓가락을 든 그의 손이 쓱쓱 모래 언덕을 쓸어나가자 별과 소나무와 인어공주가 서서히 형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래조각가 김길만(60)씨가 주인공이다. 김씨는 32년째 주말마다 모래조각 작업을 해왔다. 지난 9일 경남 양산시 명동공원에서 김씨를 만나 모래조각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가 모래조각을 시작한 것은 1987년 무렵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가의 꿈을 키우고 있었으나 어려운 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친구와 함께 부산 해운대 바닷가를 거닐다가 정말 우연히 모래를 만져봤는데 부드러운 감촉이 좋았다고 한다. 심심풀이로 처음 만든 것이 인어였다. “내가 그림만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 조각에도 소질이 있었구나” 그날부터 김씨는 모래조각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백사장이 캔버스였고 물감도 필요 없으니 재료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였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이 “만들고 나면 없어지는 걸 그렇게 고생해서 뭐하느냐?”라고 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았으나 취미인데 뭐 어떠랴 싶었다. 또 어떤 지인은 “연극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런 것이 끝나면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하더라. 그 말도 또 맞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하게 되었다.
  김씨가 처음부터 나무젓가락을 쓴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엔 맨손으로 작업했다. 어느 날 백사장을 지나가던 여자 아이가 당시에 유행하던 핫도그를 먹고 남는 젓가락을 툭 던졌는데 그게 그 앞에 떨어졌다. 그래서 그걸 주워들고 모래를 쓸어보았더니 기가 막히게 좋았다. 김씨는 “그날부터 나무젓가락 김길만이 탄생했다. 젓가락은 곡선을 처리하는데 탁월하더라. 그 아이 덕분이다”라면서 껄껄 웃었다.
  김씨는 “모래조각 축제가 생겨 외국 작가들이 한국 행사에 오면서 그들의 작업을 보고 배운 점이 많다. 그런데 그들은 조소칼 같은 조각 도구를 사용했다. 싱가포르 작가는 14가지 도구를 썼는데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 나무젓가락으로 모래조각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처음 봤다는 것이다.”라고 회상했다. 세월이 지나서 점점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모래조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미술의 한 장르로 인식이 되었다.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이란 소리를 많이도 들었지만 지금은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만들면서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물을 어느 부분에 얼마나 줘야 하는지 조금씩 터득해갔다. 김씨의 옛날 작품 사진을 보면 인물 부분에 눈, 코, 입이 없다. “어떻게 할지 몰랐던 시절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습작시절이었다. 1992년 정도 되어서 비로소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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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절 기념행사로 초청을 받아 1998년 중국 용정과 2000년 미국 시카고에서도 모래조각 작품시연을 했다. <시카고 선 타임스> 1면에 “한국에서 온 모래조각가”로 소개되었고 작품사진도 실렸다. 2013년 중학교 1학년 미술교과서에 모래조각 작품이 수록된 것을 시작으로 교과서에 실린 것만 6차례 정도가 되었다. 부산비엔날레 초청작가로도 활동했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축제 등 행사장에서 만든 작품이 1,000여 개가 넘었다.
   최근 김씨에겐 큰 경사가 생겼다. 양산시에서 “꼭 해운대까지 가셔서 모래조각을 하실 이유가 없다면 양산시 안에 모래조각 테마파크를 만들 터이니 여기서 하시면 어떻겠는가?”라고 제의해왔다. 그리하여 지난달 20일에 양산 웅상 명동공원에 조각공원 겸 작업장이 만들어졌고 ‘어린왕자, 웅상별에 오다. 모래조각가 김길만 작가와 함께하는 모래조각 전시’가 상설전시되기 시작했다. 김씨는 올해 6월에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게 되어있다. “그동안은 주말작가였다면 이젠 조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 대단히 좋다. 명동공원에 상설 전시할 작품을 몇 개 더 만들고 모래조각 체험교실도 운영하려고 한다. 해운대에선 만들고 나면 바닷물이 들어오니 그 다음날이면 사라졌는데 이곳에선 오래 보존이 될 수 있어서 그게 너무 좋다. 시에서도 적극적이다.”
 얼마나 보존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김씨는 “목공용 풀을 물과 섞어서 모래조각에 코팅을 해두면 길게는 서너 달도 간다. 비가 와도 괜찮다. 수시로 관리해주면 더 길게 갈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누군가로부터 ‘모래에 미친 사람’이란 말을 들었던 것이 내 작품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무슨 일이든 미치지 않고서는 결코 이루어낼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악수를 하려고 손을 잡았는데 32년 모래와 더불어 산 흔적이 손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양산/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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