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마을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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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08.jpg » 오른쪽 벽에 적힌 것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의 노동연표.


한겨레 박종식 기자 사진전

한진그룹 일우재단 수상작

일우스페이스, 11월 27일까지

노동, 노동자 문제 직격 조명

구의역, 유성기업, 쌍용차...



제9회 일우사진상 보도부문을 수상한 박종식의 개인전 ‘안녕(Say Hello)‘이 31일부터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 로비에 있는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27일까지. 작가와의 대화가 11월 24일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6시 30분, 일요일은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이번 전시에는 박종식 기자가 한결같이 관심을 쏟고 있는 노동과 노동자의 문제를 직접, 간접적으로 비추고 있다. ‘둘 중 한 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해고노동자, 그리고 3년 후’, ‘굴뚝일기’, ‘당신의 몸짓’ 등이 포함된 사진 30여 점이 걸린다. 한진이란 재벌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일우재단에서 21세기 자본주의를 직격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사진을 수상자로 선정했고 전시도 열어준다는 점이 무척이나 고무적이라서 높이 평가한다.
 
 사진은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 현재 진행 중인 노동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특히 ‘굴뚝일기’는 2017년 11월 12일에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에 올라가 오늘, 이 시간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파인텍 해고노동자 홍기탁, 박준호씨의 농성현장을 담은 사진이다. 이들은 사측에 대해 노조, 단체협약과 고용 승계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터로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전시장에 있는 박 기자는 “오후 5시 30분이나 6시 사이쯤에 굴뚝 위에 있는 두 해고 노동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사진전 개막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엔 큰 탁자가 있고 그 탁자에 노동 분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펼침막, 몸자보 같은 것들이 잔뜩 놓여있다. ‘당신의 몸짓’은 2017년 6월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 로비의 민주노총 조합원 연좌농성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치하던 경총 쪽 사람들의 몸짓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초상권 때문인지 눈부터 과감하게 프레이밍되어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눈빛과 오른쪽 남자의 팔짱을 낀 팔이 더 볼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대단히 역설적이다. 만약 저 사람들의 얼굴이 다 보였다면 어떤 연민의 정이 느껴졌을 것 같다.
 
  보도사진은 늘 사진설명과 함께 움직인다.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 이것은 사진 설명 없이는 불완전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예술사진과 달리 보도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실관계를 오해, 오독시켜서는 곤란하다. 그런 보도사진들이 전시장에 사진설명 없이 걸려있다. 이 순간부터 매체에 실려 독자를 만나는 사진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관객과 마주보는 작품이 된 것이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읽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에 벌어진 일을 넘어서서 긴 호흡으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뜻한다. 설명의 유무를 떠나서 좋은 보도사진은 예술성을 높이 추구한다. 보도사진이라고 해서 거칠거나 차갑거나 생경하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부드러움이 날카로움을 제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길게 토를 달 일이 없다. 박종식 기자의 작업노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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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노트/박종식
   2012년 4월 22일 저녁 평택 쌍용차 공장 앞, 해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모인 노동자 중 그가 있었다. 당시 난 과거형이 되어 가던 해고노동자 문제에 다르게 접근해보려는 고민을 하고 있었고, 해고노동자들의 초상사진 연작을 신문에 싣는 기획을 준비 중이었다. 난 그것이 일간지 사진기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대라고 생각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윤주형 씨는 그렇게 내 카메라 앞에 섰다. 단정하게 빗어 내린 머리칼과 또렷한 눈동자, 맑은 얼굴빛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에 쫓겨 이름과 해고 날짜만 물어본 채 헤어졌다. 
  이후 그의 이름과 얼굴을 죽음으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기아차 해고 비정규직노동자 윤주형 씨 자살’. 1월 29일 그의 죽음을 알리는 짤막한 기사를 보는 내내 정신이 멍했다. 그는 2013년 1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3평 남짓한 자신의 월세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 사진과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사진 작업이었지만 결과는 죽음으로 기억되는 그의 모습뿐이었다. 사진기자로서 자괴감과 무력함이 몰려왔다. 나는 화성에 차려진 윤씨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윤씨의 장례식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원직복직 문제를 둘러싸고 해고자 모임과 정규직 노조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시신을 앞에 두고 노동자와 노동자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결국 사망 열흘 만에 백기완 선생의 중재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모습들은 왜 그가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를 납득시켰다.
  장례식장을 다녀온 날 밤,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세상과 직면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는 울먹이는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자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믿는 사람이잖아.” 
  언제 어떻게 해고될지 모르거나 특정 시간만 쓰이고 버려지는, 이런 삶을 감당해야 하는 노동자가 노동인구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9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을 둘러싼 노동환경은 더욱더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보에 대한 희망을 품고 대한문 앞에서,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 청와대 앞에서, 굴뚝 위에서, 조명탑에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다.
   비록 내 사진이 ‘살다가 지친 사람들을 위한 사철나무 그늘’이 되어 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뇌며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선다. 지금, 여기 펼쳐놓은 사진과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나의 답이기도 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박종식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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