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둘러싼 신화들

사진마을 2018.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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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


역할극, 신화 다시 쓰기

주제전, 특별전, 초대전

20개국 250 작가 1,000 작품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전역


주제전 테마 '밝은 방', '신화론'에 근거

기획자, 바르트 오용, 오독, 오역

주제전 46명의 46가지 신화 다시 쓰기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지난 9월 7일 시작됐다. 10월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예술발전소, 봉산문화길 등 대구시내 전역에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의 슬로건은 “프레임을 넘나들다(Frame freely)”이며 사진이 갖는 테두리라는 뜻의 ‘프레임’과 더불어 사회적 관념이나 규범을 뜻하는 ‘프레임’이라는 의미도 동시에 존재한다.
 비엔날레이니만큼 내용이 방대하다. 크게 주전시와 부대행사로 나눌 수 있으며 주전시는 다시 주제전, 특별전, 초대전 1, 2로 구분되어 있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전은 ‘역할극, 신화 다시쓰기‘(Role playing: Rewriting Mythologies)다. 프랑스 출신 기획자 아미 바락이 전시 총감독을 맡았고 강효원씨가 수석큐레이터를 맡았다. 특별전은 ‘NEXT IMAGE’로 부제는 ‘되돌아 본 미래(The Past of the Future)이며 독일인 베른하르트 드라즈와 김소희씨가 공동으로 기획을 맡았다. 초대전 1은 ‘바슐로 콜렉션전’으로 컬렉터 바슐로부부의 소장품 중에서 골라온 사진들인데 프랑스인 프랑수와즈 독기에르가 기획을 맡았으며 초대전 2는 ‘대구 사진사 시리즈’로 대구사진의 2세대를 형성하는 김태한, 박달근, 강용호, 김재수 등 작고작가 4인의 사진을 걸고 있다. 강위원씨가 기획을 맡았다. 이상의 모든 전시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볼 수 있다.
 
 7일 오전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예술회관 전면에 대형으로 걸린 주제전 작가 에다 물루네(에티오피아)의 대표작과 오마르 빅터 디옵(세네갈)의 대표작이다. 계단을 몇 개 올라오면 야외광장에 전국 사진학과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사진학과 연합전’과 마주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작품이 가장 감상하기 좋은 자리에 걸린 셈이다. 흥미로운 사진이 꽤 있다.


 
 오역 혹은 오해에 대한 의혹 1-바르트는 밝은 방에서 사진가, 사진 찍힌 피사체, 사진관객에 대해 이야기했다. VS 세 가지로 규정했는데 그 중에서 빠져서 보이지 않는 존재는 사진가다.

IMG_8869.JPG » 기자회견.
  오전 11시가 되어 대구문화예술회관 1층 중정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총감독 아미 바락, 수석큐레이터 강효원 큐레이터, 대구문화예술회관 최현묵 관장, 사진작가 구성수씨, 큐레이터 강위원씨, 기획자 베른하르트 드라즈와 김소희씨, 기획자 프랑수와즈 독기에르가 참석했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전에 취재진들에게 보도자료가 배포되었고 비엔날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제전이므로 주제전의 의미에 대해 총감독 아미 바락이 쓴 내용을 읽었다.
 
 “롤랑 바르트는 ‘밝은 방’에서 사진의 실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세 가지로 규정했다. 사진이 있으면 사진에 찍힌 이들이 있고 사진을 보는 이들이 있다. 여기에 빠진 보이지 않는 위대한 존재는 사진가, 즉 작가다. 사진가의 역할과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우리는 사진가들을 통해 사진을 봄으로써 우리가 사는 이 전지구화된 세계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이해하게 된다”
 명백한 오역 또는 오독이다. 몇 시간 뒤에 아미 바락 총감독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고 약간의 오해는 풀렸으나 여전히 오독은 남아있다. 바르트의 ‘밝은 방’ 4장의 영문판 제목은 ‘OPERATOR, SPECTRUM and SPECTATOR’이다. 이하 같은 대목의 영문판 원문이다.
 I observed that a photograph can be the object of three practices (or of three emotions, or of three intentions) : to do, to undergo, to look. The Opreator is the Photographer, The Spectator is ourselves, all of us who glance through collections of photographs-in magazines and newspapers, in books, albums, archives….
 And the person or thing photographed is the target, the referent, a kind of little simulacrum, any eidolon emitted by the object, which I should like to call the Spectrum of the Photograph, because this word retains, through its root, a relation to “spectacle” and adds to it that rather terrible thing which is there in every photograph: the return of the dead.
 
 불어와 영어와 한글이 다르므로 해석하는 뉘앙스가 다를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사실 관계는 마음대로 흔들어선 안 된다. 그런 것도 총감독이나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최 쪽인 대구시, 주관 단체인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제멋대로 내용을 지어낼 순 없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이란 실천적 행위를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겠다고 했고 맨 앞에 오퍼레이터, 즉 사진가라고 적시했다. 현학적인 표현이 있긴 하지만 이렇다. 사진이란 실천행위는 사진가, 사진 찍히는 것, 사진을 보는 사람의 세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어지는 문장에서 바르트는 자신이 사진을 찍어본 적도 없고 ‘참을성도 없기 때문에’ 세 가지 측면에서 사진가의 부분은 고찰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지, 즉 사진 찍히는 것, 사진을 보는 사람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히긴 한다. 그렇지만 ‘밝은 방’ 전체를 읽어보면 끊임없이 사진가들에 대해 이런저런 언급을 하고 있다. 38장 ‘밋밋한 죽음’(Flat Death)에서 사진가들을 죽음의 대리인(영문으로는 Agent)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바르트는 사진이란 특별한 매개체와 마주치고선 ‘나만의 독자적인 현상학’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사진이란 것을 보니 세 관점에서 들여다볼 것이 있더라. 하나는 사진을 찍은 이요, 하나는 사진에 찍힌 것(주로 사람이다), 하나는 사진을 감상하는 행위다. 그리고 책 전체에 걸친 흐름을 보면 바르트가 사진가를 무시한다기보다는 (자신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니 (잘 몰라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밝은 방’에서 바르트의 육성으로 거론되는 사진가만 해도 스티글리츠, 코엔 베싱, 윌리엄 클라인, 아베든, 케르테츠, 아우구스터 잔더, 루이스 하인, 니엪스, 메이플소프 등 줄줄이 이어진다. 롤랑 바르트가 사진가의 실천적, 주체적 역할에 의문을 표현하긴 했지만 사진가가 있어야 사진이 찍힌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dg01.jpeg » 에다 물루네(에티오피아)  


 오해 또는 오독 또는 부실한 구성 2-초대전 ‘바슐르 컬렉션’의 자동차는 무엇인가?

 사실상 주제전은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진가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좀 어렵거나 지루할 수도 있다. 물론 알고 나면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데이빗슨, 로베르 드와노, 안드레아스 파이닝거, 아리 그뤼아르, 프레드 헤르조그, 요세프 쿠델카, 자크 앙리 라르티그, 사울 라이터, 윌리 호니스, 데니스 스톡……. 이런 이름을 듣고 나면 사진애호가들로서는 피가 끓어오를 수도 있다. ‘바슐로 컬렉션’에 등장하는 사진가들의 이름이다. 당연히 기자회견 전에 잠시 시간이 나길래 2층으로 뛰어올라가서 초대전 바슐로 컬렉션을 먼저 봤다. 사진의 초보라도 한 눈에 자동차라는 공통적인 테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명의 다른 질의와 응답을 듣고 난 다음 손을 들고 마이크를 받았다.
 -독기에르씨에게 묻는다. 바슐로 컬렉션에 전시된 사진들은 하나같이 자동차를 찍은 것들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신화 다시 쓰기와 바슐로 컬렉션 사진들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독기에르 “이번 주제전이 신화를 다룬다. 현대의 신화가 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차를 통해 신화를 표현하고 현대와 연결한다. 롤랑 바르트가 <신화론>을 통해 ‘나는 현대의 자동차들은 위대한 고딕양식의 성당과 정확히 맞먹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바르트의 신화론에서 <신형 시트로엥>편에서 나오는 이야긴데 그가 말한 자동차와 이번 전시장에 걸린 자동차는 다른 것 같다. 바르트는 문명비판을 말했으나 이번 전시장에 걸린 자동차 사진들은 낭만적이며 소형차도 있고 인간과 친화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바르트가 말한 비판 대상으로서의 ‘현대의 신화’는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현묵 관장 “주제전과 달리 특별전과 초대전은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과 별개다.”
 강효원 큐레이터 “보편적 신화다. 주제전과 다를 수 있다. 이번에 독기에르씨가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는 롤랑 바르트의 생각을 전달하자고 기획된 전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보충질문을 두 번인가 더 하면서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답변하는 쪽에서 신화론 이야기와 밝은 방의 4장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왔길래 이번엔 ‘오역 혹은 오해 의혹 1’에 대해서 질문했다. 주최 쪽에서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단상에 있는 주최 쪽 누군가가 “ 절대진리라는 것은 없지 않으냐?”라고 하는 말을 하길래 말문이 막혔다. 통역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고 “기자회견장을 토론의 장으로 만들기는 곤란하지 않느냐?”라는 주최 쪽의 의견이 들려와서 일단 멈췄다. 전시장관람 안내가 끝나고 나서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아미 바락 전시총감독 인터뷰
 수석큐레이터 강효원씨가 프랑스어 통역을 하여 아미 바락 총감독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전시 준비하느라고 수고 많았다. 주제전은 아미 바락 감독이 혼자 다 결정한 것인가?
 “같이 했는데 주제전의 주제는 아미 바락 감독이 정했고 작가 선정에 있어서 외국 작가는 총감독님이 선정했고 한국 작가는 강효원씨가 선정했으나 한국작가라도 최종 결정은 총감독이 같이 상의했다.”
 
 -2년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총감독 선정이 너무 늦고 그에 따라 모든 준비과정이 늦어진다. 이번에는 언제 감독이 선정되었으며 준비기간이 부족하진 않았나?
 “2017년 겨울 심포지엄에 초대되면서 감독으로 선정이 되었다. 조금 늦긴 하지만 그 전의 대구비엔날레보다는 빨랐다. 8개월 정도 준비했는데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짧다고 말할 수 있지만 거기에 맞춰서 하려고 했다. 한국에선 ‘빨리빨리’가 있더라. (웃음) 속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짧아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광주비엔날레와 대구비엔날레의 예산 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가 10분의 1도 안된다. 주어진 시간만큼, 주어진 예산만큼 충실히 했다.”
 강효원 “총감독님은 기간이 짧다는 그런 핑계를 대는 스타일이 아니더라.”
 
 -2016년 대구비엔날레의 주제를 아는가?
 “카탈로그를 받은 적은 있으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2018년 주제전 테마의 선정은 어떻게 했나?
 “우선 이번 주제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사진에 대해 언급했던 롤랑 바르트의 저서 ‘밝은 방’이었다. 세 가지 중에서 중요성이 견주어 언급이 가장 적었던 것이 사진작가의 역할이다.  그 책은 1979년에 나온 것인데 40년이 지난 지금 현재 이 시기에서 바라보는 사진작가의 역할은 그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진가가 소개하는 사진작품은 그의 생각들이 쓰이는 것이다. 그 작품들이 새로운 신화로서 소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르트의 또 다른 저서 ‘신화론’에는 그 무렵 등장하는 새로운 문화, 사회현상 등 50여 개의 신화가 소개되고 있다. 21세기 현재에도 또 새롭게 신화가 진행되고 나타난다. 새로운 신화가 사진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다.”
 
 이 대목에서 아미 바락 총감독은 ‘밝은 방’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전체적인 느낌상 사진작가의 비중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배포된 보도자료가 아닌 주제전 도록에는 아미 바락 총감독이 직접 작성한 주제전 설명이 영문으로 실려있다. 여기서도 ‘밝은 방’ 오독이 생생히 남아있다. 사진의 실천적 행위를 세 가지로 규정할 수 있다고 해놓고 사진 찍히는 주제와 관객만 남기고 사진작가는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아미 바락의 주제전 설명을 보도자료 팸플릿으로 번역하면서 우선 실수를 한 점이 있다. 보도자료에선 세 가지 실천 행위가 사진, 사진 찍힌 이, 사진 보는 이로 되어 있으니 이것은 명백히 영한 번역자의 과오다. 하지만 오역의 근본 책임은 ‘밝은 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아미 바락의 영어원문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강효원 큐레이터는 “번역회사에 맡겼는데 주최 쪽에서 감수를 못 한 책임이 있다. 워낙 많은 양의 번역이 오가기 때문에 일손이 딸렸다”라고 말했다. 
 
 ‘밝은 방’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바르트의 생각은 사진가들은 자신들이 뭘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돌아 보지 말고 앞으로 가라. 뒤돌아보면 지옥으로 빠진다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찾기 위해 사진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간의 푼크툼에서 시간의 푼크툼으로 건너가면서) 의미 없는 사진을 하나씩 버리지만 일부 사진에 대해선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바르트는 밝은 방에서 이렇게 썼다. “몇 사진들은 내 안에서 작은 환희를 불러왔다. 그러나 다른 사진들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일종의 혐오감을 느꼈다. 옛날 사진가들의 이름만 대 본다면 앗제의 고목사진, 피에르 부쉐의 누드사진, 제르멘 크럴의 이중인화 사진같은 것들은 나에겐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바르트는 회화주의 사진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사진의 본질은 ‘그것이 그곳에 있었음’이며 그렇지 않은 사진에 모두 배제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아미 바락 총감독이나 강효원 큐레이터가 바르트의 ‘밝은 방’과 신화론을 말하면서 이번 주제전에 내세운 슬로건은 한마디로 자의적이다.
 아미 바락 총감독의 주제전 서문설명에서 “사진가의 역할과 기능은 상당히 변화했는데 사진가는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사진에 주목하게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전지구화된 세계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슈들을 따라잡을 수 있게 한다. (중략) 역할극은 상황을 복제한다. 사진가는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중대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 상황을 재현하려고 한다. 이는 사진가가 보다 덜 제한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사진가는 타인의 인격을 빌려 오거나 때로는 연출을 통해 상상된 상황 속에서 상호작용한다.”
 강효원 큐레이터의 주제전 서문설명에서 “바르트는 그의 저서 ‘밝은 방’에서 ‘찍는 자, 찍히는 자, 그리고 보는 자’의 관점을 통해 사진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찍는 자(사진가)’의 역할에 대한 언급에 미흡했다. 반면,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대부분은 사진가의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대부분은 사진가의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말은 위험하고 곤란하다. 바르트의 밝은 방에 등장하는 사진가들은 사진가의 역할에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밝은 방에 등장하는 앗제와 케르테츠와 루이스 하인과 아우구스트 잔더, 메이플소프 등은 사진가의 역할에 비중을 두지 않은 허수아비라는 주장이다. 그들도 사진가의 역할에 누구 못지않게 충실했다. 그게 아니라 ‘바르트가 그렇게’ 봤을 뿐이다. 바르트가 그렇게 봤다고 앗제와 케르테츠와 루이스 하인과 아우구스트 잔더, 메이플소프 등을 사진가의 역할에 비중을 두지 않은 허수아비로 전락시키는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총감독과 큐레이터가 주최 쪽의 선임을 받아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를 정하는 것은 자유로운 행위다. 그렇지만 납득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바르트의 밝은 방과 신화론을 빌려왔다면 밝은 방과 신화론의 구조엔 맞춰주는 논리전개를 해야 한다. 두 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이번에 주제전에 등장한 46명의 작가들은 대부분 개념적인 작업,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로 찍은 것이 아니라 설치, 합성, 연출 등으로 만들어낸 사진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작가 중에선 김승구, 외국 작가 중에선 렐레 사베리가 있는 그대로 찍은 사진일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최소한 연출이며 더 나가면 후보정으로 그래픽 아트 수준의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만 사진적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펴려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주제전의 몇 작가를 짧게나마 인터뷰를 했는데 재미있는 방식이 많았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있었다. 21세기에도 사진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가야하는지가 보여서 좋았다. 총감독과 큐레이터에게 하려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어떻게 합성, 연출, 설치, 후보정하는 작가들이 더 ‘사진가의 역할’에 더 비중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냥 찍는 것도 사진이고 만들어 찍는 것도 사진이다. 그냥 찍는 것은 사진가가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셔터만 누르기 때문에 사진가의 역할이 별로 없고 만들어 찍는 것은 재료 준비, 미장센, 후보정 작업까지 하니 사진가의 역할이 크다는 말을 이번 주제전을 기획한 총감독과 큐레이터가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인터뷰를 계속했다.
 -글로벌한 시대, 누구나 사진가라고 한다면 직업적 사진가의 역할이 더 약해진 것이 아닌가? 오히려 수용자가 더 강화되는 시대 아닌가?
 “사진가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할 순 없다.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은 방법,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전시되는 46명 작가들, 바슐로 컬렉션의 작가들, 그들의 내용들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도 사진학교가 있다. 졸업하면 등단할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사진작가들은 사라지 않는다. 그들의 자세, 생각, 방법이 대중들하고 다르다. 그러므로 사라지지 않는다.”
 
 -사진가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은 것인가?
 “힘을 실어 준다는 것은 아니고, 사진가들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다.  대중들이 모두 다 작품을 보러 다니는 것은 아니다. 비엔날레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 사진가의 역할은 일반인들이 찍는 사진과는 다른 방법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들의 역할이 이렇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전시를 통해서 소개하는 것이다. 파워풀한 작업들이 많이 있다. 재현의 방법이, 사진이지만 조형적인 회화적인 느낌, 방법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중세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단순히 찍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은유적인 작품이 많다. 작품들을 재현하여 새로운 의미를 읽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부분을, 기의를 재해석하는 것이냐?
 “맞다. 구성수의 작품을 보면 꽃이 예쁘지만 꽃을 찍은 것은 아니다. 이미지를 조각하듯 석고를 칠하고 색을 칠하고 뿌리를 그려서 포토제닉 드로잉으로 만들었다. 굉장히 개념적으로 접근했고 방법 자체가 다르다. 옆집 아주머니라면 정원에서 예쁜 꽃을 보면 찍어서 표현하는데.... 구성수 작가는 그렇지 않다. 사진이란 것은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유일한 기계적 이미지다라는 것이 작가의 관점이다. 클레몽 코지토르의 디지털 데저트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dg03.jpg » D'un soleli a l'autre. 2017. 티에리 폰테인

dg02.jpg » 아랍어 수업, 2008. 윤수연  
 -한 명만 더 추천한다면?
 “티에리 폰테인을 보자, 프랑스 작가다. 이 작가는 원래 프랑스 식민지인 인도양의 레위니온 생피에르 출신이다. 그런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민지 출신이 프랑스에서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사진에선 섬에서 가지고 온 조개를 실로 엮어 에펠탑을 만든다. (식민지 출신인) 그들이 사는 방법이 이러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연출일 때도 있고 찍은 것도 있다. 바닷속에 있는 성게 신발도 재미있다. 성게를 먹을 때는 부드럽지만 껍질은 찌른다. 이중성이다. 우리가 신지 않을 수 없는 신발의 기표와 기의. 그 스토리를 끌어낸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 풍경 같지만 그 속내엔 다른 것이 있다. 윤수연 작가의 ‘아랍어 수업’은 이란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미국 땅에서 아랍어를 배우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보여준다. 파병이 되면 목숨을 잃기도 하지 않는가. 이 사진들 뿐 만 아니라 모든 것이 정치적이다.”
 
 이렇게 해서 아미 바락 총감독과 강효원 큐레이터가 함께한 인터뷰를 마쳤다. 주제전에 참가한 외국 작가 몇 명과 인터뷰를 했는데 마침 그중에 아미 바락 총감독이 추처한 티에리 폰테인도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테이리 폰테인 “전시 전체에서 좋은 에너지가 넘친다. 건축물에 맞게끔 전시를 잘했다.  식민지 시대 작업 중에서 하이브리드 개념에 관심이 많다. 재건축하는 것, 그 사이에 뭔가 신비함과 이방인들이 들어오는 그런 개념, 그런 것을 재건축하는 개념으로 잡고 있다. 조화를 이루는 것, 보통 그것을 혼혈이라는 표현보다는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으로 쓴다. 내가 직접 조각하고 찍은 것들이 많다. 조개껍데기가 큰 입술로 보인다. 내가 모델 잡고 미장센을 하는데 가끔 특별하게 복잡한 경우엔 전문가에게 부탁한다. 성게 신발의 경우가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다. 해바라기 사진이 묘하다. 서아프리카에선 나지 않는 식물인데, 여기선 늘 이게 있는 것처럼 있는 것 마냥 천연덕스럽다. 가져온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은 프랑스 식민지에서 가져온 성게 신발이다. 제목이 ‘오랫동안 횡단하기’다. 식민지인 섬에서 파리까지 오랫동안 행진해온 것처럼 그런 제목을 지었다. 신화? 내 작업엔 신화의 개념은 없다. 큐레이터나 미술사학자들은 내 작업을 보고 신화의 개념을 끌어낼 수 있겠지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직접 결부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초대전1. 기획자 프랑스와즈 독기에르 인터뷰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보도자료를 다시 뒤졌고 도록에 나온 독기에르의 전시 서문도 읽었으나 모든 자료가 바슐로 컬렉션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한 설명만 할 뿐이고 사진의 내용에 대해선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자동차라는 단어를 딱 한 번 봤다. 참고자료 5번의 6쪽에 “소장가 바슐로 부부의 소장품으로 세계적인 사진가들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인류문명의 변화를 기록한 전시”라고 한 줄짜리 설명이 있었다. 바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의 하나이며 확실히 자동차는 근대성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가 인류문명의 변화를 기록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냥 자동차가 나온 사진들을 끌어모았다. 물론 각 사진가들이 자동차를 어떤 오브제로, 혹은 배경으로 혹은 관점에서 찍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던 차에 도록에서 프랑스와즈 독기에르가 쓴 ‘바슐로 컬렉션에 나오는 자동차사진, 근대성의 상징(The car, a symbol of modernity Photographs from Florence and Damien Bachelot’s collection.)이란 제목의 글이 등장했다. 내가 못 보고 지나갔던 이유는 도록의 다른 글은 모두 한글로도 번역이 되어 있으나 독기에르의 이 글만 한글번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번역이 없는 영문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어쨌든 이 영문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에 나오는 <신형 시트로엥> 에세이의 첫 단락을 그대로 인용했다.
 <I think that cars today are almost the exact equivalent of the great Gothic cathedrals: I mean the supreme creation of an era, conceived with passion by unknown artists, and consumed in image if not in usage by a whole population which appropriates them as a purely magical object.> 거칠게 번역하면 이렇다.
 “나는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위대한 고딕양식 성당과 정확히 동급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모를 예술가들의 열정에서 잉태되어진 한 시대의 위대한 창조물이란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며 전체 인구들에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겉모양)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므로 자동차는 순수하게 마술적인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바르트의 신화론에 나온 <신형 시트로엥>은 위와 같이 시작되어 고급 자동차라는 것은 단순히 탈것 이상의 가치와 위상을 보여준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처음이자 최고의 신형 노틸러스호”(노틸러스호는 쥴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 리’에 나오는 잠수함의 이름이며 후에 미국 해군이 만든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의 이름이기도 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롤랑 바르트는 신화론에서 신형 시트로엥을 물신의 상징으로 봤다.

Josef KOUDELKA.jpg » 드레스 입은 여인과 자동차, 요세프 쿠델카.

Saul LEITER.jpg » 할렘, 1960. 사울 라이터

Willy RONIS.jpg » Scene de rue, vue du metro aerien 1939. 윌리 호니스

Bruce DAVIDSON.jpg » 뉴욕, 브루스 데이빗슨
 
 위 신화론 인용 뒤에 독기에르는 카메라와 자동차와 관계에 대해 썼다. 둘 다 발명된 때로부터 지금과 비교하면 ‘빨라졌다’는 이야기 등이다.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에서 나온 신형 시트레옹과 이번 바슐로 컬렉션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자동차는 무슨 상관이 있는가? 
 “주제가 신화, 현대의 신화가 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예전의 흑백사진을 통해 빈티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바르트의 신화론에서 따온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 거기선 고급 자동차 이야기이며 여기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부의 상징과 거리가 멀다. 무슨 관계가 있는가?
 “롤랑 바르트가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뜨지 않았는가? 아이러니 아닌가?”
 
 -좀 억지스럽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 그리고 신화론에 나오는 28개 에세이 중에서 자동차를 다룬 것은 한 편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레슬링, 장난감,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 플라스틱 등이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것과 바르트의 철학이나 신화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 이번 전시의 핵심은 무엇인가?
 “빈티지라는 것이 중요하다. 사울 라이터의 사진을 빈티지로 볼 수 있는 기회다. 라르티그의 빈티지....”
 
 인터뷰를 더 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차라리 “자동차는 그냥 공통점이다”라고 했으면 솔직했을 것이다. 굳이 바르트의 신화론 이야길 억지로 끌고 오지 않았으면 더 좋을 뻔 했다. 어쨌든 브루스 데이빗슨, 로베르 드와노, 안드레아스 파이닝거, 아리 그뤼아르, 프레드 헤르조그, 요세프 쿠델카, 자크 앙리 라르티그, 사울 라이터, 윌리 호니스 이런 사진가들의 사진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니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특별전 되돌아 본 미래 (NEXT IMAGE, The Past of the Future)기획자 베른하르트 드라즈 인터뷰
 베른하르트 드라즈는 전시장 입구에서 인사를 나눔과 동시에 안내를 시작했다. 따라서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기 보다는 전시장 도슨트같은 역할을 했다.

IMG_8888.JPG » 베른하르트 드라즈
 
 드라즈 “이번 특별전은 기억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역사, 독일의 역사는 부분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은 분단국가였다가 재통일했고 한국은 여전히 분단국가다. 물론 역사적 배경은 다르다. 독일은 홀로코스트와 2차세계대전의 책임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 
 독일 예술가들은 독일의 과거에 대해 들여다보는데 관심이 있다. 한국 작가 중에서 이주용은 한국전쟁 이후의 사진을 모아서 새로운 크기와 새로운 색깔로 탄생시켰다. 이 작가는 크누트 크루파로 또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1990년부터 건물의 파사드에 붙은 대형 포스터 같은 것을 찍었다. 베를린 시가 숨고 싶어하는, 많은 고통을 가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베를신시가 가진 역사의 이면을 감추는 것 같다. 독일 재통일 뒤에 정치가들은 베를린 궁을 부수고 훔볼트포럼을 짓기로 결정했다. 파사드 뒤에는 과학과 문화가 숨어있다. 이것은 베를린 왕궁 파괴와 신축에 대한 시위다.  베를린시의 건물들이 팩트오프 히스토리를 감추곳 싶어하는 것. 극장 건물이다. 대단히 중요한 곳, 파사드를 팰리스 오프 리퍼블릭, 재통일 뒤에 정치가들은 재건축하기로 결정했다.

kk.jpg » Volks Buhne. 베를린. 2014. 크누트 크루파

an1.jpg » reunion, 1990. 안드레아 로스트.

an2.jpg » reunion. 1990. 안드레아 로스트
  파사드의 훔볼트 포럼은 베를린궁의 성곽을 닮았다. 파사드 뒤에는 사이언스, 컬쳐, 이것은 일종의 시위다. 베를린 왕궁 파괴와 신축에 대한 시위다. 옆에 있는 이 사진들은 동독출신 안드레아 로스트의 작품이다. 1990년 독일 재통일의 밤에 안드레아 로스트는 몰려나온 군중들 중에서 의혹과 공포, 혼란 그리고 고약한 극우주의자들을 찍었다. 축제분위기였던 당시에 부정적인 묘사라고 해서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다.”
 -독일 통일 당시에 통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인가?
 “(사진에 있는) 주로 동독 사람들이다. 통일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상당이 많았다. 네오나치들도 반대했다. 당시 독일 사람들은 통일에서 디스토피아적 비전을 본 것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이 사진들이 세부묘사란 것이다. 1990년의 프린트에서 부분을 확대하여 다시 프린트해서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의 사건에 부분을 따내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사진이 되었다. 사진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The present and future of the photos are its own past.)” 드라즈와 인사하고 만남을 마쳤다.
 
  초대전2는 대구 사진사 시리즈 1이다. 강위원 기획자는 "김태한, 박달근, 강용호, 김재수씨 등 4분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이미 전위적인 실험을 두루 섭렵했다. 이번에 이렇게 4분의 사진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최초공개작들이 잔뜩 소개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재수.jpg » Pendulum, 1960년대. 김재수.

김태한.jpg » 제목 미상, 1970. 김태한

강영호.jpg » 회상, 1962. 강영호

박달근.jpg » 여정, 1963. 박달근
 
 
 주제전 ‘역할극-신화 다시 쓰기’의 경우 이번 비엔날레에 온 사진가들의 역할에 얼마나 비중을 둔 것인지 따질 일이 아니다. 전시 총감독과 큐레이터가 의미부여에 너무 비중을 두다가 둔 무리수다. 그것과 상관없이 “신화 새로 쓰기”는 성공적이다. 이번 사진가들이 예전의 사진가보다 더 ‘역할에 비중을 둔’것이 아니고 21세기의 신화를 어떤 다른 방식으로 쓰려고 시도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가능성도 열려있다.
 러시아 작가 팀 파르치코는 주제전 46명의 작가 중 한 명이다. 팀은 “지금 현대인은 너무나 방대한 양의 뉴스에 노출되고 있다. 정보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보 앞에서 되려 무감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가운 눈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매일 매일의 뉴스와 정보는 사람들에게 뭘 해야 하고 뭘 해서는 안되는지를 알려주면서 통제하는 구실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스크라>(러시아어로 불꽃)는 1900년 12월 레닌이 동료들과 함께 독일에서 만든 마르크스주의 최초의 정치신문 제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모아 볼셰비키 혁명을 촉발시키기 위한 의제와 일치하는 은유적인 제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전시장에 걸린 사진 속에서 신문을 태우면서 타오르는 불꽃은 역설적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뉴스는 자극의 과잉을 불러와서 오히려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흥분 대신에 마취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팀은 이렇게 덧붙였다. “21세기의 신화는 정보과잉에서 온다. 신문을 불태우는 것은 정보과잉 사회에 대한 시위의 성격을 띤다고도 볼 수 있다. 신문을 불태우고 정보의 과잉에서 살아남는 시위.”

IMG_8941.JPG » 팀 파르치코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대구비엔날에 소개 홍보지를 읽고 있다.

IMG_8942.JPG » 제네비에브 게이그너드가 전시장에서 자시늬 작품 앞에 섰다.
 어머니는 백인이고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흑인인 제네비에브 게이그너드는 “엘에이, 뉴욕, 플로리다 등에서 탐험하면서 찍었다. 서로 다른 장소를 찾았다. 정체성에 관한 작업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쳐다보는가! 나는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들이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디 셔먼의 영향이 있지 않는지 물어봤다. 그는 “물론 신디 셔먼이 조금 보이긴 하겠지만 나의 개인적인 성장과정이 스토리텔링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란 점에서 다르다. 분장을 하거나 어떤 특정 캐릭터의 옷을 입고 다니면서 운전하고 장소를 찾는다.”라고 답했다.
 
 21세기엔 어떤 신화가 존재하는지, 자본주의는 지금 어떤 신화를 우리에게 주입하고 있으며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채 숨쉬고 살아가면서 어떻게 세뇌를 당하는 것이나 아닌지 여기 46명의 작가들의 “신화 다시 쓰기”에서 힌트를 찾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전시 감상법이 아닌가 한다.
 지금 대구시내 전역에서 사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대구시 남구 이천동에 있는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LUMOS)에선 ‘로버트 프랭크: Books and Films, 1947~2018’이 열리고 있다. 생에 걸친 작품을 고르게 볼 수 있다. 그가 열정을 쏟았던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미국, 독일에서 각각 나온 <미국인들>의 초판본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대구시 달구벌대로 김광석길에 있는 예술상회 토마에선 이원호 사진전 ‘Extraditory landscape’가 열리고 있다. 9월 23일까지. 방천시장에 있다. 미국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사진 및 컴퓨터아트를 전공하고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 이원호는 작가노트에서 “사진 프레임 속 대상의 진실성에 중점을 둔 세부적 묘사는 사실감을 보여주고, 그 대상의 본질적인 형태를 단순화시킨다. 이것은 그 어떤 예술분야에서도 모방 할 수 없는 사진만의 특징이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오늘날의 디지털 사진에서 찾고자 한다. 또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일반적인 대상보다는 볼 수 없는 상상에 소중함과 관심을 보인다. 전시 제목이 의미하듯 인간의 시각에서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풍경, 나의 무의식적 이면에서 상상하던 장면을 드론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재현해 보았다.”라고 설명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작품사진/대구사진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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