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피안은 어디에?

사진마을 2018. 09. 10
조회수 1620 추천수 1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년간 주말마다

기독교 공동체 동광원 파주 분원 찾다

그곳에서 자신의 피안을 찾은 사진가

김원 사진집 <피안의 사계> 출간 


pian03.jpg » 책 59~60쪽.


사진가 김원씨가 사진집 ‘피안의 사계’(눈빛, 2만 원)를 냈다. 김씨는 10여 년 전부터 경기도 벽제에 있는 기독교수도회 동광원의 분원을 찍어왔고 서울역 앞 쪽방촌 사람들도 찍고 있다. 이번 사진집은 벽제 동광원 분원을 담은 책이다.
 
  전화로 사진가 김원씨와 인터뷰를 했다. 아주 특별한 다른 일이 없는 한 그는 매주 동광원과 쪽방촌을 찾는다. 그게 10년이 넘었다.
 
 -동광원은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나?
 “특별한 것은 없다. 교회에 아는 분이 있었는데 주말농장을 한다고 했다. 그 땅이 동광원과 연계된 곳이었다. 그래서 동광원을 알게 되었는데 가보니 너무 좋았다. 그게 2005년이었다. 뭐가 좋았느냐고? 서울에서 살짝 벗어난 곳인데도 서울과 완전히 다른, 시골 분위기가 나서 그게 좋았다. 사실 거기 (동광원) 있는 사람들이 좋았다. 잘해주셨다. 주말농장이 동광원 옆에 있다 보니 손님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줬다. 물론 처음엔 매주 가지 않았고 어쩌다 한 번씩 갔다. 한두 번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되었고 찍은 사진을 출력해서 갖다 드리곤 했다. 본격적으로 매주 가게 된 것이 10년 넘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찍은 사진을 추려서 책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지난해를 담은 책이 2018년에 나왔고 열 권째가 되었다. 딱 2권 만들어서 동광원에 한 권 드리고 내가 한 권 가진다.”
 
 -사진 찍히는 것에 어색해하진 않았을까?
 “처음엔 조금 그런 게 있었다. 그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사람보다는 농사짓는 장면을 찍었고 그것을 사진으로 보여드리니까 조금씩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방안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한 1년 걸렸을 것이다. ‘피안의 사계’를 보면 알겠지만 그분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원장님, 이모님…. 이렇게 부른다. 그분들은 나를 ‘사진사’라고 부른다. 한 해, 두 해가 지나가면서 사진 찍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사진 찍히는 실력이 늘었다. 카메라가 있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신다. 적극적으로 자연스럽게 하신다.”

pian01.jpg » 책 136쪽.

pian02.jpg » 책 66쪽.

pian04.jpg » 책 50쪽.


 
 -동광원에 가는 것은 사진 찍는 일이 주목적인가?
 “사진이 목적? 사진으로서도 만족감이 높다. 또 하나는 거기 가게 되면서 그분들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좋다.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섞여있는데 어쩌면 사진은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분들에게 받는 게 많고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가면 늘 환대해주시고 꼭 빈손으로 안 돌려보내려고 하신다. 종교의 힘이구나! 생각한다. 그분들의 에너지가 나에게 전염이 되는데 서울의 삶, 일상의 삶이 쉽지 않아서 거기 다녀오면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피치 못할 일이 있어 한 주 못 가게 되면 걱정이 되고, 또한 그분들도 저를 기다린다. ‘왜 오지 않느냐고?’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이번 사진집의 제목 ‘피안’…. 잘 안 쓰는 말인데, 이 복잡한 서울에서, 이 복잡한 일상에서 살다가 그곳으로 가면 피안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순간 차안과 피안의 단절. 내가 피안으로 들어가는구나….”
 
 -1년에 한 권씩 만들어 드리는 사진집을 보는 그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분들은 농사와 기도로 살아간다. 거의 자급자족한다. 고기는 거의 안 드시고 밭벼를 한다. 농사는 수확의 목적도 있지만 종자 보존을 위함이기도 하다. 그 외 포도, 앵두 등 다양하게 재배를 한다. 책을 보면서 동광원에 있는 오래된 것들을 찍으라고 하신다. 1950년대의 농사도구들, 표창장. 40년 된 빨래판.... ‘사람만 찍지 말고 이런 것도 중요하니 찍어라’고 하신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시는 것이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또 1월이 되면 책 받는 기대를 하신다. 지난 한 해는 무슨 사진이 들어있는지 궁금하신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온 것이 보이니 좋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음엔 하지 마라. 돈 많이 든다’라고 하신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피안의 사계’를 한 번 더 넘겨봤다. 이곳 동광원의 일상은 기도와 농사다. 사진집에도 일하는 사진이 가장 많았다. 일하는 것이 삶이다. 사진가 김원에게 동광원은 피안이었다. 그렇다면 동광원에서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 피안은 어디일까? 기도와 농사가 피안일 것이다. 김원은 이번 주말에도 별일이 없는 한 차를 몰고 파주 동광원으로 갈 것이다. 차 안에서 노래를 듣는다고 했다.
 
  “흐르는 바람결에 눈부신 하늘 소리 없는 구름 위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힘찬 새들의 날갯짓에 꼭 안아 주세요
꼭 안아 주세요 알 수 없는 그 두근거림이 사람과 사람을 잇네.
한숨짓는 그대 어깨 위로 희미하게 비쳐오는 여린 불빛 유혹하며 다가와 살포시 숨죽이네.
쉽지 않은 세상 그 누구도 다르진 않을 거라도 손 맞잡고 같이 웃고 가슴과 가슴 안고
꼭 안아 주세요 꼭 안아 주세요 꼭 안아 주세요 꼭 안아 주세요…….” 강허달림 <꼭 안아주세요>


 김원은 이번 주말에도 <꼭 안아주세요>를 들으면서 그의 피안으로 갈 것이다. 이 사진집은 10년 동안 김원이 찍은 그의 피안을 보여주고 있으나 오로지 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사진집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피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고칠 수 있다면 나는 이렇게 짓겠다. ‘당신만의 피안’
 당신의 피안은 어디에 있는가?



김원 작가는 2015년부터 사진마을에 <여시아견>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글 연재를 하고 있다. 이 역시 1주일에 한 번씩인데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지난 8월 29일에 올라온 김원의 글을 그대로 옮긴다.

 “피안의 사계 -동광원 사람들” 
 
 사진집이 출간되었다.
 동광원을 찍은 지 13년 만이다.
 작년 이맘때 원장님이 돌아가셨으니
 가신지 1년 만에 원장님을 담은 사진집이 나온 것이다. 
 pian001.jpg » <피안의 사계> 표지
 동광원에 계신 분들께 사진집을 전해드렸다.
 사진집 안에는 돌아가신 원장님도 살아계셨고
 잊은 지 오래인 그분들의 과거도 살아있었다.
 봄도 있고 여름도 있고 가을도 있고 겨울도 있고
 다시 봄도 있었다.
 그래서 사진은 가벼워도 사진집은 무거웠다.
 
 웃지도 않으셨고
 눈물을 보이지도 않으셨다.
 가만히 사진집을 쓰다듬었다.
 무거운 사진집이 따뜻해졌다.
 살아났다. 
 
 이제서야 안다.
 사진집이 따뜻한 이유를….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눈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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