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업 해답 없을 때 음악처럼

사진마을 2018.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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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사진책-롤랑 바르트 <밝은 방>  
 
my06.jpg  사진가로서 처음에는 사진작품집을 떠올렸으나 지금 내 작업실은 천장이 주저앉아 흙먼지가 덮여 쌓여 있는 책들 속에서 딱히 한 권의 책을 뽑아내기 어려웠다. 요사이 공사 핑계로 거의 방치된 채로 엉망이 된 창고 같은 작업실을 올라가 보았으나, 내게 영향을 주었던 로버트 프랭크와, 로버트 애덤스의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최근에 영향을 받고 있는 볼프강 틸만스의 작품집은 3권의 시리즈 중 한 권이 빠져 있었다. 책을 소개하는 표지도 찍어야 하고 속 내용도 찍어야 하는데, 꼼꼼하게 사진작품집을 소개하기에는 무리. 결국 나는 손쉬운 게으른 선택,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토록 바르트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밝은 방>은 나의 음악이다. 언젠가 들뢰즈는 자신의 책을 음악처럼 읽으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르트의 <밝은 방>을 읽고 난 이후였다. 한 열 번쯤 읽었을까? 어느 날 문득 문장의 리듬감을 느끼면서 바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현듯 그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들었을 때, 그것은 “사진은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이미지와 말(텍스트)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았다.
 <밝은 방>을 너무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하면 어렵다. 나의 생각들을 무너뜨리는 바르트의 의도가 엄밀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진에 관한 어떤 정답을 찾고자 한 나의 집요한 바람은 바르트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 바르트는 그런 방법론을 불허한다. 사회공동체에서 학습한 교양과 지식으로 아는 앎은 개별적인 고유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는 끊임없이 교양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거의 비문명적인 야만인을 원하는 동물적인 감각을 되찾고자 한다. (그러나 그의 문장은 엄격하고 부드럽다) 사진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은 바르트와 같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바르트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바르트가 오로지 자신의 신체가 경험한 몸이 기억하는 사진 이미지 현상에 몰입했기 때문인데 나는 오로지 머리로만 알량한 지식과 논리로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누가 음악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면서 듣겠는가? 내가 처음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바르트가 선택한 낯선 단어와 말들의 분위기는 어쩌면 그렇게 매혹적인지, 엄격한 글쓰기의 반듯함, 정제된 사유는 매우 깊어 충만했다. 매번 다시 읽어도 새로운 해석이 샘솟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말들에 감탄한다. my6.jpg
 
  이 책에서 사진은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나는 문화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자연적이다. 한 장의 사진이 의미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맥락을 만나야 한다. 맥락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기호의 체계와 접속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어떤 사진들은 기호화되지도 않으면서 자연의 신호처럼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 있다. 이것은 코드가 아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읽을 수 없고, 당연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책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교양과 지식으로 채워진 앎의 신화(코드)가 내면화되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굳어진 사진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그것은 생각의 논리가 아니라 경험만이 가능한 세계다. 이 책은 나의 사진작업의 해답을 찾지 못했을 때, 결과 없는 지루한 작업에 지치고, 성급한 완성을 보려는 조급증을 해소해 주었던 음악처럼 읽고 문장을 암송하게 한 나의 음악책이다.
이영욱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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