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을 기억하라

사진마을 2017. 12. 25
조회수 1712 추천수 1

가리왕산 사진으로 달력 만든 조명환씨


백두대간 종주하며 사진 찍다 ‘전업’ 
2006년부터 가리왕산만 16차례 촬영
 


스키활강장에 잘려나간 원시거목들
 
“밑동만 남은 설경조차도 아름다워”


사진집 작품으로 ‘2018년 달력’ 제작 

올림픽 개막 맞춰 사진전 열고 싶어



한겨울이면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 설피를 신고서도 겨우 올라갈 수 있는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을 열여섯 번이나 다녀온 사진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조명환(62)씨가 가리왕산의 사진으로 2018년 달력을 만들었다. 본인이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만드는 일이야 이제 그렇게 드물지 않은데 중요한 것은 달력의 내용이다. 조씨가 만든 달력은 흔히 “멋지지만 틀에 박힌 진부한” 달력 사진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평창동계올림픽 스키활강장을 짓느라 파괴된 가리왕산의 사진이 절반 이상이다. 달력의 제목이 ‘아름다워서 슬픈, 가리왕산’이다. 18일 조씨를 서울 서초구 효령로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에서 만나 산과 사진과 달력에 인터뷰했다.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온 그는 평범한 공대출신의 길을 걸었다. IT 쪽 회사를 10년 다녔고 본인이 사업체를jo01.jpg » 조명환씨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달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으켜 10년 운영했다. 나이 50이 되던 2004년 여름에 백두산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우연히 동행한 단체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악회였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산행합시다”라는 말에 덥석 그러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매주말 백두대간 산행이 시작되었다. 대학 때 한양대 전체 사진동아리인 ‘하이포’에서 사진을 찍던 경험이 있고 상도 받았고 단체전도 했었으니 산에서 사진을 찍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친김에 회사 정리하고 조그만 스튜디오 차리고 산 사진 찍는 일을 제2의 업으로 여기고 백두대간 종주만 대여섯 번 했다. 요즘은 금요일 밤에 출발하는 무박 산행이 유행이지만 예전엔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였기 때문에 하루 6시간 정도 걸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한 주도 빼먹지 않고 2년 조금 넘게 해야 완주가 된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 물었다. 조씨는 “산에서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대간 길을 몇 번 오가면서 산길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시설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파괴의 현장을 접하곤 욱하는 마음이 생겼다. 우리 땅의 생것을 찍어서 남기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조씨의 산행과 사진은 책과 전시로 이어졌다. ‘백두대간 생것들’을 시작으로 그동안 모두 8권의 책을 자기 돈을 들여 출판했다. 첫 책은 친구가 만들어줬으나 그 다음부터 비용을 아끼기 위해 1인 출판을 한다. 애초에 돈 벌 목적도 아니었지만 그동안 10% 정도도 안 팔렸을 것이라고 한다. 2011년엔 처음으로 굴업도에 갔다가 매혹되어 수차례 드나들어 2013년에 ‘굴업도 생것들’을 냈다.
   가리왕산은 2006년에 처음 찾았다. 오지에 있어 사람의 접근이 어려웠으니 태고적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4계절을 카메라에 담기로 작정하고 수시로 그 어려운 가리왕산을 올라갔다. 2011년에 평창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고  2012년에 스키활강장이 들어서기로 확정이 되었다. 조씨는 이 무렵을 이렇게 회상했다. “어느 해인가부터 가리왕산의 거목들 허리에 노란 리본이 둘러지기 시작했다. 사형선고를 받은 나무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2014년 벌목이 시작되었고 순식간에 원시림이 사라졌다. 조사에 따르면 훼손 수목이 10만 그루가 넘는다고 하더라. (평창)조직위의 조사에 따르더라도 경급(가슴높이지름) 50cm 이상의  훼손 수목이 202주로 나타났다. 가리왕산을 찍으면서 자꾸 분한 생각이 들었다. 벌목이 완전히 끝난 해 황폐해진 숲을 예상하고 겨울에 가리왕산을 올랐더니 밑동만 남은 나무들이 눈에 덮여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어 언뜻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게 역설적으로 더 슬펐다.” 이렇게 찍은 가리왕산 사진으로 2015년에 사진집 ‘아름다워서 슬픈 가리왕산’을 냈고 그해 4월에 같은 이름의 사진전시를 열었다. 올해 가리왕산 달력을 만든 이유에 대해 조씨는 “유난히 내가 쓸 2018년 달력이 안 들어오기도 해서 내가 내 달력 만든다는 심정으로 가리왕산 달력을 만들었다. 물론 2018년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니 그 시기에 맞춰 망가진 가리왕산의 현장을 다시 상기시키자는 뜻이 강하다. 주변에서 ‘평창, 평창’ 하는데 이거 사람들이 가리왕산의 파괴를 다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달력이니 1년 내내 어딘가에 걸려있을 것 아닌가? 잊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고 싶었다. 책이든 달력이든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라며 작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내년 2월 올림픽 개막일에 즈음하여 가리왕산의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고 싶어 장소를 찾아보고 있다. 가리왕산의 사진만 거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을 모셔와서  가리왕산을 달래는 진혼굿도 열고 싶어한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푸닥거리를 한 번 하자는 것이다” 조씨가 힘주어 말했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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