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사진

사진마을 2017. 12. 14
조회수 1648 추천수 0

손이숙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 개인전

인천 배다리에서... 신작 절반 이상 포함


sis02.jpg


손이숙의 사진전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가 15일부터 27일까지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로에 있는 사진공간 배다리 2관(차이나타운 전시관)에서 열린다. 목요일은 휴관. (070-4142-0897)

같은 제목의 사진전이 4년 전에 서울에서 열렸으나 이번에 걸리는 30여 점 중에 그동안 새로 찍은 사진이 절반가량 추가되었으니 새로운 전시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모두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하나의 전시라는 것은 그 안에 걸리는 각각의 사진이 따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총합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전 전시 기사 바로가기 


 새로 선보이는 사진을 중심으로 이 전시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손이숙 작가의 지상목표는 관객 현혹이다. 현실을 사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합성이나 변형을 하지 않았으니 관객들은 모두 있는 그대로라고 믿는다. 실제로도 셔터를 누르는 것 말고는 다른 후보정은 없었다. 그렇지만 사진들을 하나씩 보고 있으면 뭔가 시각적 혼란이 다가온다. 이것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sis01.jpg sis03.jpg sis04.jpg sis05.jpg sis06.jpg  

과천동물원에서 찍었다는 <새>를 보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작가를 붙잡고 이것은 무엇이며 이것은 또 무엇인지 물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어떤 장면은 작가도 의도하지 못한 채 따라왔을 것이니 그렇다. 사진가의 실력은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서 성립한다. 그럼에도 셔터를 누른 손은 작가의 것이며 누른 타이밍도 작가가 정했다. 말을 비비 꼬자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모든 공간을 작가가 모두 통제하지 못한 채 순간이 결정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연의 산물일 수 있으나 또 필연적인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전시되는 사진 중 여럿에서 시선을 방해하는 필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그건 작가가 집어든 비닐일 수도 있고 필름 슬리브가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종이가 그 역할을 했다. 그냥 자연 중에 존재하는 안개와 공사장 가림막과 물의 반사 등도 열심히 관객의 시선을 가로막고 나선다. 관객을 호도하고 현혹하고 빙빙 돌게 하는 것이 이 전시의 핵심 포인트다. 사진에 들어있으나 쉬 드러나지 않는 것을 찍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을 것 같은데 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내가 작정하고 찾아다닌다고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한다고 성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나타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보일 때마다 찍는 수밖에 없다. 그게 노력이라면 노력이긴 하다.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세월이 많이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모아서 언젠가는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손이숙 작가 제공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전시회

길 잃은 신주쿠와 카메라 [4]

  • 사진마을
  • | 2018.02.05

환락·폭력 신주쿠 초점 18년 "그들도 미아, 나도 미아였다" [일본 도몬켄 사진상 수상 기념전 여는 양승우씨] 마이니치신문사 제정한 사진상 외국인...

전시회

한반도지형 지키기 18년 [3]

  • 사진마을
  • | 2018.02.05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에는 한국을 쏙 빼닮은 한반도지형이 있다.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형태도 닮았거니와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지형과 똑같...

전시회

개는 무엇으로 사는가 [1]

  • 사진마을
  • | 2018.02.01

박신흥의 사진전 ‘개네동네’가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린다. 개막행사 2일 오후 6시. 박신흥 작가는 2년 전에 ...

취재

친구 같은 나라 한국의 설경

  • 사진마을
  • | 2018.01.28

평창올림픽 기념전시 ‘스노 랜드’ 핀란드 작가 펜티 사말라티와 2인전 평창 겨울산 찍은 ‘마운틴 워크’ 소개 2005년부터 열번째 방한…‘솔섬’...

취재

김담님 축하 드립니다. [4]

  • 사진마을
  • | 2018.01.22

소설책 한 권이 회사에 배달되어 왔습니다. 김담(김혜자)의 장편 소설 '기울어진 식탁'입니다. 김담님은 사진마을 참여마당의 단골 회원입니다. 참여...

전시회

"반가워라" 그 시절 집배원-사진 추가 [1]

  • 사진마을
  • | 2018.01.17

조성기 사진전 '집배원과 산골 사람들' 1994년 집배원 최동호씨 열흘의 기록 조성기씨의 사진전 ‘집배원과 산골 사람들’이 18일부터 24일까지 서...

취재

역사의 실마리 찾아 사진 속으로 [2]

  • 사진마을
  • | 2018.01.15

20년차 역사 교사 표학렬씨 '한 컷 한국현대사' 펴내 "학생들이 졸지 않는 수업" 위해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사진이 있는 수필

에스키모 낱말 날조 사건

  • 사진마을
  • | 2018.01.12

사진이 있는 수필 #21 “북극에 사는 이뉴잇족(에스키모)는 눈을 표현하는 낱말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다”고 인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번...

전시회

시대를 걸어가는 사람

  • 사진마을
  • | 2018.01.10

한국 최초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딱 하나 뿐 <걸어가는 사람>원본 포함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파고든 예술혼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

사진이 있는 수필

'느린 동네' 까치밥 [2]

  • 사진마을
  • | 2018.01.06

사진이 있는 수필 #20 2017년 11월에 한국형 농촌 힐링스테이 시범운영팀을 따라 경상남도 하동군을 다녀왔다. 지리산 자락의 악양에서 하룻밤 잤...

전시회

내가 주인공이다 [1]

  • 사진마을
  • | 2018.01.04

박영숙 사진전 '두고 왔을 리가 없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2월 17일까지 박영숙씨의 사진전 ‘두고 왔을 리가 없다’가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

취재

찰칵! 렌즈가 마음의 문을 열다 [1]

  • 사진마을
  • | 2018.01.01

치유의 사진, 렌즈가 상처받은 마음을 열고 '찰칵' 고현주씨 소년원 청소년 사진강의 “문제가 없는데 문제아라고 낙인 사진이 마음의 빨간약 말...

취재

겨울마을 개장

  • 사진마을
  • | 2017.12.27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남산골 겨울나기’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내년 1월 21일까지 매주 목, 금, 토, 일요일에 한옥마을을 방문하면 여러 가지 체험행...

취재

가리왕산을 기억하라

  • 사진마을
  • | 2017.12.25

가리왕산 사진으로 달력 만든 조명환씨 백두대간 종주하며 사진 찍다 ‘전업’ 2006년부터 가리왕산만 16차례 촬영 스키활강장에 잘려나간 원시거목들...

전시회

세월호 버스킹 3년의 기록 [3]

  • 사진마을
  • | 2017.12.24

임진오씨의 두 번째 사진전 ‘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합정동 음식점 ‘호랑이’에서 열리고 있다. 1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은 문을 열지 않...

사진이 있는 수필

찍는 순간 달아나 버린다

  • 사진마을
  • | 2017.12.21

사진이 있는 수필 #19 <존 버저의 글로 쓴 사진>(원제 Photocopies)는 한글판 제목에서 보듯 소설가, 사회비평가, 예술평론가로 이름을 떨친 존 ...

전시회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사진

  • 사진마을
  • | 2017.12.14

손이숙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 개인전 인천 배다리에서... 신작 절반 이상 포함 손이숙의 사진전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가 15일부터 27일까지...

전시회

주제는 풀어서 던져야

  • 사진마을
  • | 2017.12.13

사진집단 포토청 2017년 단체전 개막 25명이 <흰>을 주제로 파고 들었다 다양한 해석 좋으나 제 길 벗어나면 곤란 사진 집단 포토청의 단체전이 ...

사진이 있는 수필

자연이 만든 초상화 [2]

  • 사진마을
  • | 2017.12.11

사진이 있는 수필 #18 이 사진은 내가 찍었다. 배경으로 보이는 검고 둥근 것은 돌로 된 노래비의 뒷모습이다. 어떤 조각가가 이 비를 만들었다...

전시회

우리들이 작품이다

  • 사진마을
  • | 2017.12.08

초등학생 91명이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금천구의 마을에서 찍은 사진으로 각자 한 권씩의 사진책을 만들었다. 그 91권의 사진책 전시회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