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과 고통을 아름답게 찍으면 안되나

곽윤섭 2011. 05. 30
조회수 33485 추천수 0

 [논쟁이 있는 사진] <5> 타인의 고통
 세계 곳곳의 참담한 현장 담은 살가두에 비판 과녁
 “다큐 어법 어기고 감상주의적 엿보기·상업적 미화”

 

 

이 사진,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책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에 실려있는 ‘논쟁 사진’들 중에서 독자 여러분과 토론하고 싶은 아주 재미있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5월2일부터 주마다 한 번씩 8회에 걸쳐 사진을 보여드리고 책에 언급된 기초적인 자료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의견을 밝히시면 저도 토론에 동참하겠습니다. 8회에 걸쳐 모두 동참하신 분들에겐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배송해드리겠습니다. 트위터로 참여하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곽윤섭 기자 트위터 @kwakclinic  편집자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 타인의 고통/수잔 손택

 사례 1
 1890년대와 1930년대 사이에 미국의 소도시들에서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한 흑인 희생자의 사진(성역없이: 미국의 린치 사진)은 좋은 사례다. 이 사진들은 2000년에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되었고 미국 전역에서 유행처럼 전시가 이어졌다. 아주 오래 전 미개한 나라가 아닌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에서 이런 야만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2000년 미국민의 반응이 그랬다.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렸으나 불과 백 년도 안된 자기 나라의 역사라는 것에 경악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카메라를 보면서 히죽거리면서 웃기까지 하고 있다.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여러 질문이 제기되었다.
 
  “도대체 이런 사진들을 전시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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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런 사진들을 전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들의 분노를 일깨우려고? 사람들을 후회하게 하려고,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슬퍼지게 만들려고? 애도작업을 도와주기 위해서? 이제는 이 끔찍한 일들을 처벌할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꼭 이런 사진들을 봐야만 하는 걸까? 이런 전시회가 흑인 희생자들의 이미지를 둘러싼 대중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부추기고 영속화하지 않을까? 혹은 사람들을 이런 이미지에 무뎌지게 만들지 않을까?” (‘타인의 고통’에서 일부 인용)
 
 사례 2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20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유명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진가 중의 한 명이다. 아무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진 못할 것이다. 그는 사헬지방에서 벌어진 기근사태의 희생자, 브라질의 금광노동자, 쿠웨이트에서 사담 후세인이 방화한 유전의 불을 끄는 소방수 등을 찍었다. 사진은 강렬했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비판도 끊임없이 따라다닌다.
 전 세계 인류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고 보도하겠다는 그의 신념은 인류애의 소명을 실현하겠다는데서 출발하고 있음은 명백해 보인다. 1955년 스타이켄이 조직하여 뉴욕 현대미술관을 필두로 지구촌 곳곳에서 9백만 명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던 인간가족전의 전통을 이어받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비판자들의 논리는 살가두의 명분에 초점을 두고 있진 않다. 그들은 살가두의 사진이 지나치게 탐미적이라고 비판한다. 사진의 내용을 보여줘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과장된 표현을 거부해야 하는 다큐멘터리사진의 어법을 살가두가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삶과 죽음 추적 보도 신념…전 세계 9백만 명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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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논쟁은 2000년에 파리에서 살가두의 개인전이 열렸을 때 시작되었다고 한다. 평론가 장 프랑수아 슈브리에는 “역겨울 정도로 활용된 키치, 스펙터클, 감상주의적 엿보기 취미”라고 평했다. 미셀 게랭은 르몽드지를 통해 “상투적, 관례적인 현실순응적 미학”이라고 했다. 성모 마리아와 성상과 기타 상투적인 모습을 엮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카르티에 브레송을 비롯한 여러 사진계 인사들은 살가두의 재능과 작업을 옹호하고 격려했다. 더 심한 비판도 나타났다. 시각 언어에 호소하는 살가두의 방법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윤리를 내세웠다. “살가두는 비참한 세계를 활용했을 것이다. 개인의 영광을 위해 동정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그런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다. 불행과 고통을 상업적으로 미화했다.”
 
 이런 논쟁은 사진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 여러 사례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작품을 찍으려고 드는 대가들은 늘 대중을 감동시킬만한 특이한 매력을 찾으려는 데 적극적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절에 미국의 농업안정국(FSA)이 주도한 사진프로젝트를 통해 도로시아 랭이 촬영한 <이주민 어머니>가 대표적이다. 이 사진은 엄격한 기록에 그쳤던 다른 사진에 비해 훨씬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곧 이 사진은 미국 대공황시절 궁핍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복제되어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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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살가두의 사진이나 도로시아 랭의 사진은 너무 미학적이란 것이다. 보도사진은 눈앞에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기록에 머물러야하고 건조해야 하며 중성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살가두는 유난히 비난을 많이 받고 있는 사진가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늘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사진과 출판물도 인기를 끌고 있어서 살가두는 그런 비난을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살가두의 사진은 과연 타인의 고통을 지나치게 미화한 것일까요?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에서 저질러졌던 백인들의 야만적인 ‘린치’ 사진을 21세기에 다시 공개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관음증이란 주장이 맞을까요? 도로시아 랭의 <이주민 어머니>는 대공황을 표현하기엔 “너무 세련된” 사진일까요?

 

 

  ◈ 시리즈 차례

 

 1회: 외설이냐 예술이냐
 2회: 베네통사의 광고사진, 발칙한 ‘도발’
 3회: 뤼크 들라예, 표현의 자유와 초상권의 대립
 4회: 프랑크 푸르니에와 사진가의 현장윤리
 5회: 세바스티앙 살가도와 타인의 고통
 6회: 다이애나비의 마지막 사진과 파파라치
 7회: 제프 쿤스의 사진 표절과 원작의 고유성
 8회: 만 레이와 사진의 가격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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