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도 트렌드, 잘 꾸며야 따라가

사진마을 2017. 08. 24
조회수 1874 추천수 0


복지단체 이사장 된 패션전문가 
사단법인 참사람들 권오향씨
 
 
 
 패션과 복지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낱말이다. 그런데 패션업계 28년 경력자가 올해 초 복지단체 이사장으로 선출됐고 “복지도 트렌드다”라며 새로운 복지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성남지역의 대표적 복지단체 중 하나인 ‘(사)참사람들’의 권오향 이사장이 그 주인공. ‘(사)참사람들’은 1991년 ‘성남빈민복지상담소’로 출발했고 주거 취약계층 지원사업, 방과 후 아동 돌봄 사업, 재가노인 지원사업 등을 해왔으며 성남시의 위탁을 받아 상대원3동복지회관과 판교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의상을 전공했고 1987년에 울티모를 시작으로 논노, 대하 등 여러 업체에서 패션 디렉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고합물산(현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VOV를 출범했고 대코에서 XIX, Joe&Luiee를 만들었으며 국내최초 멀티숍인 There‘s도 만들었다. 이마트(신세계)에선 이마트 자체브랜드인 Daiz를 출시했고 신세계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상무)이 되었다. 제일모직으로 옮겨 8seconds를 만들어 한국형 SPA브랜드의 시대를 개척했다. 2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권 이사장을 만나 그의 과거였던 패션과 그의 미래가 될 복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들어봤다. 
 
 권 이사장은 “제일모직을 그만 두고 3년간 쉬었다. 쉬지 않고 일을 한 탓인지 많이 아팠다. 눈도 침침하고 허리와 다리도….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되는 날이 오겠구나’ 하다 보니 생각이 노인 복지로 이어졌다. 언젠가 노인이 되더라도 그냥 맥없이 앉아있는 노인은 되지 말자. 세련된 노인이 되자고 고민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은 패션이니 그 속에서 복지를 찾아야 했다. 패션도 트렌드지만 복지도 트렌드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트렌드는 유행. 그런데 유행이란 것은 받아들이는 자만의 특권이다. 받아들일 처지가 아닌 사람, 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유행이란 남의 일이다. 복지관에 어떤 시설이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가고 알려줘야 그들도 비로소 복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도 트렌드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트렌드는 돈이 많이 드는 것만은 아니며 돈이 많은 사람들만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는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여 패션을 선도해야 하는 직업 때문에 28년 동안 아름다운 것을 쫓아다녔다. “유행하면 예뻐 보여요. 예쁜 게 유행하는 것이 아니에요”라는 권 이사장은 “복지관 시설의 색만 살짝 바꿔도 보기가 좋다.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복지는 돈을 쓰는 일인데 같은 돈을 쓰더라도 더 좋게 쓰자는 거다”라고 강조한다. kys001.JPG » 권오향 이사장이 21일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보편적인 문화를 강조한다. 그는 “나의 가장 큰 달란트는 코디다. 완전히 뭘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예산·시설·프로그램을 조화롭고 아름답고, 더 편히 접하게 꾸며주는 복지로 바꾸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참사람이 운영하는 판교종합사회복지관은 문화 복지에 더 우선점을 둔다. 10월 커리큘럼에 ‘손뜨개로 나만의 가방 만들기’와 ‘스마트폰으로 나만의 사진집 만들기’가 들어있다. 권 이사장은 “대중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사진집이나 사진전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대중인 일반 사람도 각자 소소하게 전시하고 책을 내게 도와주자는 취지다”라고 했다. 상대원3동복지회관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교육 같은 것보다 주거개선이 더 급하다. 권 이사장은 “19~20평 다세대에 서너 집이 살고 반지하가 많아 늘 축축하다. 집수리 및 청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DIY사업도 포함되어있다. 이웃이 만든 가구를 또 다른 홀몸 어르신 이웃에게 전달했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어떤 복지단체든지 늘 예산 걱정을 한다. (사)참사람들은 후원회원 등이 내는 기부금과 성남시의 보조로 운영이 되는데 부족한 예산을 권 이사장이 직접 벌어올 궁리를 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패션에 대한 아쉬움도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아 패션디렉터로서 자신의 재능도 실현하고 또 사단법인을 위한 예산 마련을 위해 예전에 거래하던 중소업체와 손잡고 권 이사장이 직접 만든 ‘엘리시움 테라’라는 온라인 SPA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봉사활동과 복지의 장소야 어디든지 될 수 있지만 특별히 성남지역인 것이 궁금했다. 권 이사장은 대학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권이사장의 오빠와 언니들이 당시 ‘언더’에서 활동하던 맹렬 운동권이었고 의상학과 83학번이 된 당시의 권씨도 형제들의 영향을 받아 사회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오빠와 언니들 때문에 걱정이 끝이 없었던 부모님이 “막내만큼은 평안한 대학생활을 하는 것”을 원하셔서 그는 ‘탈춤반’에 들어갔다가 공식적으로는 탈퇴하고 비공식적으로 책도 읽고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언니가 경찰의 수배를 받아 몇 달째 쫓겨 다닐 때 중간연락책을 맡았는데 날라리처럼 보일 수 있는 의상학과 여대생이라 의심받지 않고 잘 해냈다. 빈민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성남 지역공동체에서 작은 활동을 했는데 거기서 지관근(현 성남시 시의원)씨, 이상락(현 성남 외국인주민복지센터장)씨 등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권 이사장은 졸업 후에 전공을 살려 패션업계로 갔고 지관근씨 등은 성남에서 빈민운동을 시작했는데 그 무렵 이재명 현 성남시장도 같은 현장에 있었다. 권 이사장은 “나는 패션업계에서 일을 했지만 가족 중 언니가 성남에서 계속 빈민운동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개인적으로 짬을 내어 ‘목욕시켜주기’ 등의 봉사활동도 해왔다. 꾸준히 기부도 하고 있고 퇴직한 다음해인 2014년부터 (사)참사람들의 상임이사를 해오다가 이번에 월급 안 받는 이사장이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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