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우리는 어디에?

사진마을 2017. 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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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B.CUT갤러리 기획전

<화양연화> 중, 손이숙 <거울 여자>


ses01.jpg » 성가대 연습실, 손이숙



 손이숙 작가의 사진전 ‘화양연화’-거울 여자가 8월 2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연희동 B. CUT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25-3 (02-6431-9334)
 큰 제목 ‘화양연화’는 B.CUT갤러리의 기획전으로 3부작이다. 6월엔 임춘희 작가의 인물 유채 작업이었으며 7월엔 백지혜 작가의 한국화 전통 채색 기법 작업이었으며 8월 작가 손이숙은 사진으로 ‘거울 여자’를 선보이고 있다.
 
  보도자료로 따라온 6장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또 보다가 나는 사진전의 제목이 ‘거울 여자’라는 것을 자꾸 놓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전시는 손이숙 작가가 어떤 여성들을 거울 앞에 세우고 찍었으니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인데 어떤 사진에선 거울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그래 거울 속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다시 들여다보다가도 또 거울을 놓쳐버리고 있다. 도대체 거울 속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급기야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거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자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거울 속 세상을 촬영할 때 초점은 거울 표면에 맞춰선 안 된다는 것도 떠올랐다. 거울은 분명히 약간의 두께를 가진 2차원 평면인데도 거울 속의 세상을 찍을 때 거울 속의 거리만큼 초점을 조절해줘야 하는 것이다. 거울 속에 공간이 들어있다. 이러다가 ‘그림 속의 여자….’ 까지 상념이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손이숙 작가는 2013년에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Against the Eyes)’ 전시를 열었었다. 당시 작가노트를 통해 “소설 <플랫랜드>에서 2차원의 직선은 3차원에서 온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위와 아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3차원의 ‘공간’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2차원의 ‘선’에서 나와야 한다. 고착되어 있는 바라봄을 떠나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손이숙은 여전히 시선을 거부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ses02.jpg » 자수거울과 반짓고리, 손이숙

ses03.jpg » 황금거울, 손이숙ses05.jpg » 해리포터가 놓인 창문, 손이숙

ses04.jpg » 성모마리아상이 있는 침실, 손이숙


 4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언제부터 해온 작업인가?
 “마담C 작업을 2005년부터 했는데 그 당시 거울 속 여자 이미지가 두 개 있었으니 ‘거울 여자’는 2005년이 시작이라고 봐도 되겠다.
 
 -어떤 사람을 섭외하는가? 나이를 따지는가?
 “섭외가 가장 어렵다. 하다 하다 안되면 호소하기도 하고 주변에다 소개해달라고 전화하는 게 일처럼 되었다. 서너 명 소개받았지만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찍어두고도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제외했다. 찍어놓고 안 쓴 경우가 더 많다. 따져보니 촬영해놓고 최종적으로 20% 정도만 선택한 모양이다. 찍었는데 안 쓰게 되는 경우는 아주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이는 20대부터 70대까지 두루 있는데 내가 설명한 것처럼 섭외가 힘들다 보니 나이를 가릴 일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나이 든 분들에게서 나오는 느낌이 더 있긴 있다.
 
 -사진을 찍을 장소는 어떻게 고르나?
 “그 사람이 말해주는 공간과 물건을 찾아야 한다. 섭외가 성사가 되면 집이든 학교든 교회든 그 사람의 공간을 찾아간다. 3번 사진 ‘황금거울’의 경우엔 내가 알고 있었으니 유리했다. 스스로 인테리어를 하는 집이라 1년째 집을 고치고 페인트칠을 새로 하여 공간이 계속 바꾸었다. 바뀔 때마다 찾아가 두세 번 이상 촬영하였고 나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운에 맡기는 셈이다. 집을 방문하면 거울이 있는 공간을 찾아 순간적으로 파악해야 했다. 어떤 분은 자신도 찍히고 또 사람도 섭외해주기도 했다. 또 다른 어떤 분을 미장원에서 촬영할 땐 ‘미장원에 거울이 많으니 이왕 하는 거 여러 명 찍어라’라고 해서 4명을 한 곳에서 거울만 달리하여 찍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한 사람도 못 걸게 되었다. 왜냐하면 하나의 공간에서 대단히 집중하여 촬영해야 하는데 미장원 경우엔 같은 장소에서 4명을 찍다 보니 배경이 겹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졌다. 미안한 마음에 액자로 만들어 기념으로 드리려고 한다.
 
 -B.CUT갤러리는 미용실도 같이 한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1인 미용실이다. 운영하는 분이 사진을 하시던 분인데 사진작업은 쉬는 동안 미용실을 차렸고 작지만 내부를 갤러리로 꾸몄다. 그래서 손님이 오면 머리를 만져드리고 또 상설 전시공간이기도 하다. 사진과 회화를 번갈아 가며 전시한다. 바깥에서 볼 땐 미용실인 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아지트 같은 곳이기도 한데 B.CUT 갤러리 운영위원들과 동네 주민들이 주요 관객이자 손님이다.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품 속 모델은 카메라를 보는 것인가?
 “자세히 보면 모든 사진에서 인물들은 카메라를 보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옆을 보든지 하라고 주문했다. 사진 속 모델의 위치는 자신이 안 보이는 곳이다. 또한 사진에서 내 카메라도 안 보인다. 4X5 중형 카메라의 경우 무브먼트를 쓸 수 있어 카메라를 안 보이게 할 수 있다. 아시겠지만 심도가 깊어야 한다. 소형 카메라로는 심도를 조인다고 해도 이게 나오기 어렵다.”
 
 -기획전의 큰 제목이 ‘화양연화’인데?
 “앞에 했던 두 분의 작업을 보면 아픈 느낌, 상처 이런 것까지 수용하면서 나아가는 모습도 아름답다. 20대도 예쁘지만…. 그때그때가 모두 예쁘다. 어떻게 매 순간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모두 화양연화가 될 수 있다.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고 모델들이 만족해하든가?
 “만족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웃음) 누구나 더 예쁘게 보이길 원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분은 찍을 때 ‘웃으면 안 돼요?’라고 묻는다. 나는 중립적인 태도를 원한다. 그래서 촬영할 땐 웃으시라고 해놓고 여러 장 찍으니까 나중에 중립적인 것을 골랐다. 중립은 거리를 두는 것이다.”
 
 -촬영 공간이 화장대 거울도 있고 욕실 거울도 있는데?
 “공간은 본인을 드러내는 곳이다. 어떤 분은 집이지만 어떤 분은 사회적 공간 앞에 서있기도 하다. 모두 일상의 공간이란 점은 다르지 않다.”



ses07.JPG » 연희동 B.CUT갤러리, 곽윤섭

ses06.JPG » B.CUT 갤러리 겸 미용실. 손이숙 작가가 촬영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나머지 사진도 보고 싶고 또 미용실과 겸한다는 공간도 보고 싶어 주말이 끝나면 가서 보겠노라고 했다. 월요일인 7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3번 출구에서 4번 마을버스를 타고 연희동 B.CUT갤러리를 찾아갔다. 과연 미용실인지 전시장인지 구분이 안 되었으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눈에 이해가 되었다. 마침 손님 한 분이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아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았으니 손이숙 작가는 없었다. 2014년에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작품 진열을 위해 천장에 레일을 깔아 조명 시설을 갖추어놓았다. 사진은 모두 13장인데 그중 7장이 화장대 거울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꼼꼼히 보고 있던 차에 작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화장대가 많은 것은 여성들에 대한 어떤 규정으로 보일 위험성도 있겠는데?
 “역설적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여성-화장’이란 어떤 규정 같은 것이 있지 않은가? 여성을 포박하려는 규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공간은 다채롭게 할 생각도 동시에 있었기 때문에 욕실도 골랐고 학교도 있다. 이번 전시엔 빠졌지만 일하는 공간에서도 찍고 있다.”
 
 -거울인데 좌우 반전이 되었다는 느낌이 나지 않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의도인가?
 “음. 좀 의도적으로 고려한 셈이 되었다. 거울 속의 인물이 누구일까에 대한 고민이라고 보면 되겠다.”
 
 -보니까 젊은 여성의 주변엔 꽃이 없는데 나이가 든 여성들의 주변엔 꽃이나 꽃 무늬가 빠짐없이 들어있다. 이것은 뭔가... 젊음은 자체로 화려하니 굳이 꽃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그럴 리가... 의도라고 할 순 없는데 음... 연세 드신 분들은 꽃무늬 옷이나 꽃을 좋아하는 경향이 많다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닐까 싶다. 음...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는데 자유롭게 해석하셔도 좋다.”
 
 전시장에 오길 잘했다. 카페겸 갤러리는 몇 군데 있지만 미용실 겸 갤러리는 처음이다. 어떤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마침 머리를 자른지가 오래된지라 커트를 했다.


이번 전시를위한 손이숙 작가의 작업노트를 소개한다.

첫 개인전이었던 <마담 C>를 작업할 때, 거울 속에 있는 여자를 촬영했던 적이 있었다. 무엇인가를 모방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연기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모습에 주목했던 그 당시 작업 방향과는 다르게 거울 속 여자는 마치 정물처럼 움직이지 않은 채 프레임 안에 포획되어 있는 듯 보였다. 그들이 주는 불편함과 생경함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마음에 남았었다. 언젠가 따로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만 한 채 몇 년이 흘러버렸다.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에 우리는 없다. <거울 여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서 있는 선으로 하나의 세상이 있고 그들이 거울 앞에서 보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은 그것과 평행하는 선이다. 우리는 보고 있는 것에 속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거울 여자> 작업에서 인물들은 거울을 매개로 자신들이 보고 있는 세상의 한 부분으로 등장하고 있다. 거울 속에는 나이 든 여자, 젊은 여자, 집에 있는 여자, 학교에 다니는 여자, 교회 성가대 연습실에 있는 여자 등 다양한 여자들이 있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보느냐는 나를 이루는 것이 된다.
 촬영을 할 때 인물은 거울에 자신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 자신의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는 대형 거울 앞에 있을 때도 시선은 카메라 혹은 외부를 향하게 했다. 이때 카메라의 눈과 그녀들의 시선은 거울 속에서 서로 마주치게 된다. 무대에서 배우는 어둠 속에 있는 관객을 볼 수 없지만 관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듯이 그녀들은 자신들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 여성들은 카메라와 같은 그림면에 서 있다. 자신들의 위치와 나란하기에 만날 수 없었던 반대쪽 평행선상에서 ’보고 있는 나’로 거울 속에 등장하고, 동시에 카메라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보여지고 있는 나’로서 이중적인 위치를 갖게 된다.
 거울은 실재를 반영하는 허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시선의 매개체로서 작동한다. 자신을 드러내 주는 공간, 실내 풍경, 사물들과 함께 그것을 보고 있는 시선의 주인공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기록하는 것은 인물들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형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온전하게 자기 자신으로만 드러나기 보다 카메라라는 시선의 권력에 의해 ‘보여지고 있는 나’를 의식하면서 거울 속에서 이중화된다. 왜 우리는 보려고 하지 않고 보이려고 할까? 존재의 조건에서 나오는 무의식적인 보여짐이 아니라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드러나는 보여짐이다.
  <마담 C>에서 했던 질문에 대한 다른 접근이지만 이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한 편의 연극이 상연되는 것처럼 각자 주인공이 되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은 마치 연극 무대와 같다. <거울 여자>의 인물들은 거울이라는 매개를 통해 내가 위치하는 곳에서 나와서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무대 위에 등장한다. 평행하는 두 세계를 경계 없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여주는 것은 한 면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고착된 시선에서 한발 벗어나 보는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시선의 권력을 은밀하게 확인해 보는 일이 될 것이다. - 손이숙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손이숙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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