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의 눈에 찍힌 금지의 경계

곽윤섭 2011.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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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보셀로프와 네쓰 <사람 사이의 벽들>
 베를린 장벽, 한반도 DMZ 등 8곳 풍경

 

 ⓒFrank Neisse-Sahara_Vue aerienne du mur_2001.jpg.jpg

ⓒFrank Neisse-Sahara_Vue aerienne du mur_2001

 

 만리장성을 쌓은 이유는 북쪽에서 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함이었다. 진시황제가 건설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더 먼 옛날인 춘추시대(기원전 770년) 때 부분적으로 북쪽에 만들어져있던 것을 시초라고 본다. 중국의 지배자들은 늘 북쪽의 오랑캐를  두려워했다. 출신이 변방 만주족이었던 청나라 때에 이르러 존재가치가 없어 잊히고 있다가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고 다시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현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며 중국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만리장성은 옛날 이야기이며 지금은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데도 여전히 지구상엔 장벽들이 있고 아직 건설중인 곳도 많다. 왜 사람들은 장벽을 쌓는 것인가?
 
 한쪽은 지키려고 하고 한쪽은 넘어가려 하고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사람 사이의 벽들> 전에는 정치학자 알렉상드라 노보셀로프와 프랑크 네쓰가 2005년부터 2년간 전 세계에서 기록한 장벽 사진 50여 점과 영상 한 편이 선을 보인다. 전시는 5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린다. 이 두 명은 프랑스 국방부, 유럽연합, 유럽의회 등에서 자문관, 연구원 등의 일을 했고 지금도 활동중이며 2007년에 같은 이름의 책을 냈으며 이번 전시에 그 책의 사진들도 일부 포함되어있다. 보아하니 사진을 전공한 것 같지 않은 이 두 정치학자가 이번 전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벽의 위치나 목적을 보면 이들이 이런 사진을 보여주는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장벽들 중에 가장 유명했던 것은 분단 독일 시절 동서독을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다. 20여 년 전 전 세계에 중계되면서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고 이곳 역시 지금은 관광지로 변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장벽은 8개 지역이다. 미-멕시코 장벽, 북아일랜드 벨파스 피스라인, 세우타-멜리야 철조망벽, 키프로스 그린라인, 한반도 비무장지대, 서사하라 치욕의 장벽, 인도-파키스탄 통제선, 팔레스타인 장벽이 그 여덟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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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a Novosseloff,A Wall in Palestine_2007


 몇 곳을 살펴보면 장벽의 본질이 보인다. 미국과 멕시코는 육지로 연결되어있다. 미국사람들에게 멕시코는 계절휴양지이며 대학생들의 MT 장소 정도다. 그런데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인들에게 미국은 여전히 꿈과 희망의 나라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가는 것은 어려움이 없다. 거의 무사통과 하다시피 건너간다. 그렇지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절차는 복잡하다. 불법이민자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식으로 국경을 건너가지 못하니 사막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들어간다. 미국은 1991년 이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 철조망과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총 3200km의 국경선 중 3분의 1 정도에 울타리가 쳐졌다. 지금도 매년 수 백 명이 국경을 넘다가 총에 맞거나 탈진하거나 물에 빠져서 사망하고 있다. 한쪽은 지키려고 하고 한쪽은 넘어가려고 한다. 비극의 장벽이다.
 
 한 쪽에선 “보안 장벽”, 다른 쪽에선 “수치의 벽”
 
 스페인은 유럽의 서남쪽인 이베리아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의 남쪽은 지브롤터해협인데 이곳을 살짝 건너가면 바로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땅이 나온다. 분명히 모로코의 영토인 것처럼 보이는데 몇 군데 스페인 영토가 있다. 무적함대를 앞세우고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던 스페인이 지금도 소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식민지령으로 세우타와 멜리야가 그곳이다. 아프리카에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가장 짧은 코스이기도 하므로 엄청난 수의 불법이민자들이 이곳을 건넜다. 미-멕시코국경과 같은 사연이다. 이를 막기 위해 1990년대 중반에 세우타-멜리야 철조망벽이 세워졌다. 스페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철조망 높이를 6m로 높이고 진동 탐지 센서 등 첨단장비를 보강해 철옹성이 된 상태다. 이제 이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아랍인을 물리적으로 분리시키는 팔레스타인 장벽은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불린다. 국제사법재판소가 2004년 분리장벽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바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민 보호를 위한 장치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사람들은 ‘보안 장벽’, ‘테러 방지벽’이라고 부르지만 팔레스타인사람들은 ‘분리장벽’, ‘수치의 벽’이라고 부른다. 장벽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신음 소리가 장벽을 넘나든다.
 분단국가 한반도가 빠질 수 없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화력이 집중되어있는 경계이자 장벽이 바로 비무장지대다. 폭 4km, 길이 250km에 걸쳐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다. 수백만 명이 죽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3년에 설치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냉전의 상징이다. 아직 분쟁이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판문점은 외국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알렉상드라 노보셀로프는 파리 팡테옹-아사스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국방부 소속으로 유엔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튀시디드 센터의 객원 연구원으로 국제기구와 평화유지, 국제 연합. 지역 조직 간 관계 협력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996년과 1997년 사이 유네스코 소속 분석 예측팀의 자문관을 역임했다.


 프랑크 네쓰는 파리 정치학 연구소와 베를린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국방부 산하 기관 소속으로 일하였으며, 이후 발칸 반도와 서사하라 지역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하였다. 유럽 연합 치안 파견단 내 정책 자문관 자격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임무를 수행하였으며, 현재는 브뤼셀에 본부를 둔 유럽의회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 2006년 10월부터 그는 코소보 주재 국제 민간 사무국에서 보안 개선을 감독하고 있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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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a Novosseloff_Panmunjeom

 

ⓒAlexandra Novosseloff-Coree_DMZ_2008.JPG.JPG

ⓒAlexandra Novosseloff-Coree_DMZ_2008

 

ⓒAlexandra Novosseloff,Melilla_Commercer avant tout_2006.JPG

ⓒAlexandra Novosseloff,Melilla_Commercer avant tout_2006

 

ⓒAlexandra Novosseloff-Cachemire_Pont ferme_2007.JPG.JPG

ⓒAlexandra Novosseloff-Cachemire_Pont ferme_2007

 

ⓒAlexandra Novosseloff-Ceuta_CETI_2006.JPG

ⓒAlexandra Novosseloff-Ceuta_CETI_2006

 

ⓒAlexandra Novosseloff-Chypre_L_ONU dans la Ligne verte_2009.JPG

ⓒAlexandra Novosseloff-Chypre_L_ONU dans la Ligne verte_2009

 

ⓒAlexandra Novosseloff-Evolution de la Palestine_2009.JPG

ⓒAlexandra Novosseloff-Evolution de la Palestine_2009

 

ⓒAlexandra Novosseloff-Inde-Pakistan_Descente des drapeaux_2007.JPG

ⓒAlexandra Novosseloff-Inde-Pakistan_Descente des drapeaux_2007

 

ⓒFrank Neisse-Sahara_Pres du mur- Homme au Tee shirt_2006.jpg.jpg

ⓒFrank Neisse-Sahara_Vue aerienne du mur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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