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매니아들의 천국

사진마을 2017. 07. 11
조회수 4520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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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후지필름 X 갤러리

사진집 208권 전시 '북씨'

국내에서 드문 열람식 전시


 국내에선 아주 드문 사진집 전시 ‘북씨’(BOOK SEE)가 서울 청담동 후지필름 X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9월 3일까지.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X 갤러리는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진행 반대 방향으로 고개만 돌리면 보인다.

 아주 드물다고 한 것은 이번 전시 ‘북씨’는 사진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집을 이벤트 삼아 잠시 진열하는 정도가 아니라 무려 208권의 사진집을 포장을 씌우지 않은 채로, 언제든지 펴서 볼 수 있게 만든 열람형 행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갤러리 곳곳에 의자와 소파를 배치한 덕분에 편히 앉아서 이 책 저 책의 이 사진, 저 사진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평일이고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한산했다. 덕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기면서 편한 소파에 기대서 잠깐이나마 낯선 사진집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이 X 갤러리는 그동안 사진전을 열어왔던 곳이다. 후지필름 쪽에선 “우리가 사진회사이니 이 공간을 사진전시용으로도 사용하지만 도서관 기능으로도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에서 사진집 전시를 열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2012년 미러리스를 처음 시장에 내놓으면서 후지필름은 “인생의 찍는 즐거움을”이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즐겁게 찍자는 뜻인데 즐기는 방법 중에 사진집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사진을 숱하게 많이 찍고 있다. 그런데 찍은 사진을 대부분 모니터나 휴대폰의 화면으로 감상할 뿐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또 향기도 맡고 손으로 만지면서 전반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면에 사진을 보는 것은 시각만 작동할 뿐이다. 그런 뜻에서 사진집 전시회를 열었고 열람식으로 만들어서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종이의 촉감을 느끼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책 테이블 곳곳에 설치해둔 디퓨저에서 은은하게 전해지는 향을 맡는 사진감상을 즐기라는 배려다.
 
  처음부터 전시를 위해 책을 모은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1년 넘게 후지필름의 관계자가 사진집을 사모은 책 중에서 선별된 이번 사진집 전시의 208권은 한마디로 다양성에 방점이 찍혀있다. 판형부터 그렇다. 손바닥에 들어갈 만한 것도 있고 펼치면 양쪽 무릎을 덮어버리는 것도 있다. 사진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생소할 작가들이다. 후지 관계자의 말이 걸작이면서 일리가 있었다. “일반인들도 편히 보라는 뜻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일반인들에겐 그 이름이 그 이름이다.” 이번 사진집 전시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2000년 이후 알려지기 시작한 신진작가들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작가가 있나 싶어서 작정하고 전체 책들 중에서 절반 이상을 펼쳐보고 작가의 이름도 봤다. 100여 권 중에서 채 10명이 되질 않았다. 그렇구나! 올해는 2017년. 나이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이나 미러리스 덕분에 요즘 막 사진에 관심이 생긴 층에게 19세기, 20세기의 사진가들 이름을 줄줄 불러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2000년 이후 사람들이 뭘 찍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싶다. 후지필름 관계자는 “사진의 역사에서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집은 대형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에 가면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찍는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은 동시대 작가들이 뭘 찍는지를 보고 싶어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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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은 꽤 넓다. 책장과 책상을 이용해 이렇게 저렇게 책들이 설치되어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섹션이 나눠져 있다. 모두 20개의 섹션이 있는데 후지 쪽에선 굳이 어느 섹션엔 뭐가 있고 또 뭐가 있는지 목록 같은 것은 강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 뭐 공부하러 올 거 아니잖아요? 그냥 책 표지 보고 마음에 들면 펼쳐보고 그러다 마음에 안 들면 덮고 다른 책을 열면 되죠” 그래도 약간의 안내는 있다. 입구에서 가까운 책장에는 세계적인 상을 받은 사진집을 모아두었다. 시간을 들여 모든 책상을 다 살폈다. 자연이나 음식을 주제로 한 섹션도 있다. 또 어느 한쪽엔 독립출판이나 손으로 만든 사진집만 모아두었다. 또 어느 한쪽엔 네덜란드의 사진출판사가 만든 책만 모아두었다. 다양하다. 대형 서점과 달리 비닐로 숨을 막아둔 사진집은 하나도 없다.
 
  두꺼워 보이는 사진집을 하나 들고 쪽수를 확인했더니 100쪽이 넘었다. 얇은 사진집을 하나 들어서 세어보니 30쪽 정도였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평균 50쪽이라고 치면 이 전시장에는 최소 1만 장 이상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많은 사람이 와도 208권의 모든 사진집을 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조합의 사진전시를 감상하는 셈이 된다. 놀라운 일 아닌가? ‘북씨’전시는 더운 여름을 청담동의 서늘한 지하에서 빈둥거리면서 보낼 수 있는 획기적인 전시다.
 
  살짝 염려가 되어서 물어보니 CCTV가 있고 책마다 보안 장치가 들어있단다. 전시장에 배치된 사진집 중에 공식적으로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후지 쪽에선 사진집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전시장에 가서 가장 갖고 싶은 사진집을 찍는다. 인증샷이니 전시장인 것을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찍은 사진을 갖고 싶은 이유와 더불어 해시태그(#북씨 #booksee #fujifilm)와 함께 SNS에 올린다. 올린 후 페이스북에 있는 후지필름페이지의 이벤트 게시글에 댓글로 알려주면 된다고 한다. 모두 10명을 선정한다고.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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