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 사고 파나? 가격은?

사진마을 2016. 09. 28
조회수 22136 추천수 0


‘가장 비싼 사진 목록’ 1위는

구르스키의 ‘라인Ⅱ’ 48억원

 

한국작가로는 배병우 김인숙 등 작품

홍콩 경매시장에서 수천만원에

 

국립현대미술관 1천여점 소장

최고가는 1억원짜리 작품

 

한국서는 서울옥션 2001년 첫 경매

42점 출품돼 13점 낙찰

 

1차 시장은 화랑과 아트페어

2차 시장은 경매회사

 

최근 추세는 구상보다 초현실이 대세

한정판인 에디션 필수, 필름이 희소성

 

사진작품 시장 대중화 위해 

싼값에 대안적 전시회 열기도

 

 

 

so01.jpg » 배병우_SNM1A-034V_4200만원 서울옥션 제공

so02.jpg » 히로시 스키모토_a temple of defera 1억1천5백만원 서울옥션 제공

so03.jpg » 토마스 루프_Substrat 19 II, Substrat 20 l(2WORKS) 8천만원

 올해 초 짧은 기사 하나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파리에 거주하는 아일랜드 사진가 케빈 아보쉬(46)가 촬영한 유기농 감자 사진 한 장이 100만 유로(약 13억 원)에 팔렸다는 보도였다. 가로세로 162센티미터짜리 이 사진을 유럽의 한 기업가가 사갔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실이라면 단숨에 ‘가장 비싼 사진 목록’에 오를 수 있었지만 아보쉬의 주장 외에 이 거래를 입증할 아무런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목록엔 오르지 못했다. 경매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된 사진만 인정받는 ‘가장 비싼 사진 목록’의 1위는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라인Ⅱ’로 2011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48억 원(현재 환율 기준)에 팔렸다. 이 목록의 25위는 신디 셔먼의 무제 #48로 200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7억 원에 팔렸다. 1위에서 25위까지의 목록 중에서 구르스키와 신디 셔먼의 사진이 15개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카메라로 찍기 때문에 무한복제가 가능한데 몇십억원에 거래가 된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들린다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비싼 사진의 목록에 오른 사진을 보면 따라서 찍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기사를 쓸 것이라고 알리고 사진시장, 사진의 가격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들어봤다.
  
 -사진도 사고 팔리나요?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위키피디아를 검색하면 공개적으로 팔린 ‘가장 비싼 사진 목록’이 있으니 분명히 사진도 거래가 된다. 미국과 유럽이야 그렇다고 치고 바로 국내의 사정이 궁금해진다. 한국 사진가들의 작품도 거래가 되고 가격이 형성돼 있다. 2013년 6월엔 서울옥션의 ‘제1회 사진전문경매’에서 40점이 출품되어 18점이 낙찰되었고 총액은 3억 1200만 원이었다. 최고가는 일본 작가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품으로 1억원에 거래가 되었고 배병우의 소품, 워커 에반스의 9점 묶음 등이 경합판매되기도 했다. 김인숙의 ‘토요일 밤’은 4,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펴낸 2015년 ‘작품가격’에 따르면 김인숙의 ‘토요일 밤(Saturday Night)’은 2014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6200만 원에 팔렸으니 가격변화를 볼 수 있고 배병우 작가의 작품 소나무 한 점이 같은 경매에서 19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 작가 10명 정도의 작품이 공식 낙찰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부터 사진을 돈 주고 사고 팔았나요?
  회화에 비해 사진은 역사가 일천하다. 따라서 사진의 거래도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아트 바젤’의 올해 6월 기사에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1960년대에 독일 베허부부의 작품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여 사진을 되돌아보게 하였고 기술의 발달로 예술가들이 사진도 회화처럼 대형으로 만들 수 있게 된 덕도 컸다. 1990년 무렵에 사진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언론매체들이 사진을 주요 이슈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미술시장에서 사진은 회화와 조각을 넘어 새로운 블루칩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5년 신디 셔먼의 작품은 3백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지만 세계 사진 시장 전체 거래량의 85%가 1만 달러 이하에 팔린 것을 보면 사진의 가격은 회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시장은 사진의 크로스오버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아트 바젤’은 최근 사진 거래만 특화시킨 ‘바젤 포토’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선 서울옥션이 2001년에 6월 ‘사진과 현대미술전’이란 이름으로 경매를 열었던 것이 공식적인 첫 사진거래의 장이었다. 여기에 강운구, 구본창, 육명심, 주명덕, 한정식, 황규태, 홍순태 등 국내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이 모두 출품되었다. 이때 42점 중에서 13점이 낙찰되었는데 강운구의 ‘황골’이 1백만 원, 구본창의 ‘태초에 6’이 2백50만 원,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가 1백20만 원에, 이정진의 ‘바다’가 2백70만 원에 낙찰되었다. 아직 사진시장이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열린 것은 아니었다. 공근혜갤러리의 공근혜 관장은 “2005년에 사진전문화랑을 표방하며 갤러리를 열었다. 2006년에 뉴컬러사진의 선두주자였던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전시를 열었는데 주변 화랑들의 반응이 ‘사진도 팔려?’였을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큰 컬렉터가 조엘의 작품 한 점을 구입했고 주변에서 서서히 사진을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았을 때였으니 2006년을 기점으로 사진 판매의 붐이 일었다. 2008년 후반 리먼사태로 세계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 때까지 사진시장은 활활 타올랐다.”이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so05.jpg » 김인숙 토요일 밤 사진 서울옥션 제공

so06.jpg » 김아타_ On-Air Project 110-8 Park Avenue_6500만원 사진 서울옥션 제공


 -사진 가격은 어떻게 결정이 되나요?
  먼저 에디션부터 이해해야 한다. 판화나 조각작품은 틀이 있어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에디션이란 개념이 있듯이 사진도 에디션이 있고 거래가 되려면 확실한 에디션이 필수적이다. 작가가 작품을 발표할 때 크기별로 작품의 숫자를 몇 장까지 인화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에디션이다. 제대로 된 작가라면 정해진 크기에 따른 에디션을 인화하고 나면 추가로 새로운 크기의 작품을 만들지 않고 끝낸다. 공근혜 관장에 따르면 마이클 케나는 내년 초 한국에서 전시를 할 때부터 작품 크기를 키우기로 했는데 기존에 나와 있는 이미지는 추가로 작업하지 않고 새 작품부터만 큰 규격으로 한다. 최초의 가격은 화랑과 작가가 결정한다.
 
   크리스티 코리아의 배혜경 대표와 서울옥션 김가진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갤러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작품 가격 결정에는 다음과 같은 기준들이 적용된다. “정확한 에디션은 기본이다. 그 작가의 대표작인지, 미술사에서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지를 볼 것이다. 희소성도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작품을 둘러싼 히스토리, 예를 들어 어떤 컬렉터의 수중에 있다가 나온 것인가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매자의 열정도 아주 중요하다. 그 구매자가 이 작품을 얼마나 소유하고 싶은지에 따라 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회화작품은 폴 세잔의 ‘카드 치는 사람들’인데 그리스의 선박왕이 소유하고 있으면서 외부 대여도 거부했으므로 일반인들이 이 작품을 볼 길이 없었는데 2011년에 카타르 왕가에 2억 5000만달러(2700억원)정도의 가격으로 팔렸다. 당분간 이 작품은 경매시장에 나올 일이 없을 것이니 희소성이 높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2008년 한국의 한 화랑이 배병우의 소나무 작품을 들고 런던에 갔는데 엘튼 존이 6000만원 정도에 사갔다. 그 다음부터 배병우의 작품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진짜 중요한 컬렉터가 샀다면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가격이 올라간다.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다. 작가의 철학도 중요할 것이다. 예술적 관점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외국에서 인정을 먼저 받은 작품에 대해 신뢰도가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필름으로 찍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으니 디지털보다는 필름이 더 희소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나?”
  
 -어떤 사진을 찍어야 팔릴까요?
  최근의 추세를 보면 구상보다는 초현실쪽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초현실적이거나 추상적인 사진이 대세인 것 같다. 합성이나 만들어지는 사진(컨스트럭티드 포토), 설치사진 같은 것이 많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목록이나 사진경매회사에서 거래되는 목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사진 중 역대 가격 1, 2, 3위는 외국작가로는 히로시 스기모토, 토마스 루프(2, 3위)이며 한국 작가로는 김아타, 배병우(2, 3위)다. 이 중 배병우의 소나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장노출이거나 초점을 흐렸거나 합성이다.
  
 -한국 사진작품 중에 가장 비싼 것은 뭔가요?  내 사진도 팔 수 있나요?
  사진 시장이 전체 한국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도 공식적인 거래가 간간히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공식경매에서 거래된 것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가장 비싼 작품을 찾는 것은 모호한 점이 있다. 기록을 보면 한국 사진작가의 작품으로는 2007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당시 홍콩 달러로 1,080,000달러(1억5천만원 현재 환율)에 거래된 배병우의 소나무 3A-004와 3A 002가 비교적 높은 가격이다. 2014년 11월 K옥션에서 김아타의 ‘온 에어 프로젝트 100-7’이 1천5백만 원에 팔렸고 민병헌의 ‘무제’도 2009년 K옥션에서 1천500만원에 팔렸다. 주명덕, 이정진 등의 작품도 2014년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사진 중에서 구입가가 가장 비싼 것이 1억 원이라고 하는데 누구의 작품인지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진을 공개적으로 팔고 싶다면 1차 시장과 2차 시장이 있다. 화랑과 아트페어 등이 1차 시장인데 화랑은 작가 작품을 전시하고 컬렉터들이 화랑에서 작품을 본 후 구매할 수 있다. 아트페어는 여러 화랑들이 작품을 출품하는 시장으로 역시 컬렉터들이 작품을 본 후 구매할 수 있다. 2차 시장은 경매회사다. 경매는 1차 시장을 통해 구매한 미술품을 다시 판매하고 싶을 때 경매회사가 컬렉터(개인일수도 있고 단체나 기업이 될 수도 있다)등의 작품을 위탁받아 경매한다. 그러므로 사진을 작품으로 판매하고 싶다면 화랑을 찾아 전시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사고 파는 가격은 경매시장이나 화랑에선 인정하지 않는다. 간혹 한국 사진가들 중에서 사진시장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가격을 잘못 잡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즉, 어떤 작가의 작품이 얼마에 팔렸다는 이야길 듣고 “나도 자존심이 있는데 저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가격을 결정하게 되면 경매회사나 시장에선 인정해줄 수 없다는 뜻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내 작품이 걸리면 정말 좋겠네!
  사진계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은 미술관에서 사진컬렉션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국립과 시립, 대형 미술관 등에서 사진 작품을 구입해줘야 작가들이 작업할 길이 열린다. 개인 컬렉터들이 구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선 미술관이 작품을 구입할 때 화랑이나 경매를 통해서 구입한다. 작가와 직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한다. 유통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에선 미술관이 작품을 구입하면서 ‘뮤지엄 프라이스’라 하여 작품가격을 깍으려고 든다. 화랑 입장에선 일반 컬렉터에게 파는 것이 더 낫다. 그러다 보니 화랑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재고를 미술관에서 가져간다. 간혹 개인 작가들이 직접 미술관에 작품을 기부하거나 구매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소장되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 때문에 시snh01.jpg » 성남훈 작품 보증서장에서의 작품 가격 형성이 혼선을 빚게 되기도 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선 미술은행소장과 수집의 두 가지 방식으로 사진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은행 소장품은 모두 197점이 있는데 구입가격은 1,203,550(천원)으로 1점당 평균가액은 610만 원이다. 수집작품은 구입과 기증으로 나눠지는데 구입작품은 600점이며 기증품은 304점이다. 이중 가장 고가로 구입한 작품은 1억 원짜리라고 한다. 새누리당 이은재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중에서 1천만 원이 넘는 것은 20작품 안쪽이며 가장 높은 구입가는 2,800만 원짜리다. 사진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다.
  
 -갖고 싶긴 한데 너무 비싸서...
  대안적인 사례도 있다. 최근 스페이스22에선 성남훈 작가의 전시를 하면서 작품을 판매했다. 스페이스22쪽에 따르면 모두 118점이 팔렸다. 대표이미지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30개 에디션을 모두 소화했다. 11R(11인치X14인치)가 60만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을 저렴하게 했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평소에 너무 비싸서 못 가지다가 이번에 대중적인 가격을 만나니 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에디션과 품질보증서는 철저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덩달아 사는 사람도 몇 있었지만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한다. 스페이스22쪽에선 사진작품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판매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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