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소년 수련원 방과후 아카데미 <마인> ‘포토 앤 드림’ 학생들
필리핀 빈민지역 가족사진 봉사…몸짓언어로 마음 터
모자람과 가난은 상대적일 뿐, 웃음꽃 피우며 꿈 나눠
» 마닐라 톤도, 코랄
광주광역시청소년 수련원(이하 광청수) 방과 후 아카데미 <마인>의 사진교육 과정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이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일정으로 필리핀 현지 사진촬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수련원은 1999년 광주광역시가 설립했고 (재)한국천주교살레시오수녀회에 운영을 위탁한 시설이며 ‘포토 앤 드림’은 광청수의 여러 과정 중 하나로 광주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사진을 교육하고 있다. ‘포토 앤 드림’ 사진교육에 대한 초기의 이야기는 이곳에 소개되어 있다. http://photovil.hani.co.kr/449036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교육은 이제 최종단계에 접어들었고 이번 필리핀 사진촬영은 교육의 마지막 과정이다. 그동안 매 주 한 차례씩 청소년수련원에서 사진교육을 했고 매 달 한 차례씩 죽녹원, 무등산, 전남대 교정 등에서 야외촬영수업을 했다. 10월에는 광주FC의 도움을 받아 프로축구 공식 경기를 촬영했으며 12월 초에는 ‘담양 예수마음의 집’에서 어르신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서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필리핀 사진촬영의 가장 큰 목적은 마닐라 톤도와 파야타스에 있는 빈민지역을 찾아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것. 이번 방문과 가족사진촬영 행사에는 ‘포토 앤 드림’에서 사진을 배워온 중학생 중에서 11명이 참가했고 비데스(VIDES) 자원봉사자 김기범, 이규철씨, 방과 후 아카데미 <마인> 교사 송명옥씨, 한국천주교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이영매, 박현주 두 수녀가 함께 했다. 2015년 4월부터 ‘포토 앤 드림’ 사진교육을 해온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도 동참했다.
» 최광섭신부가 첫날 밤 숙소에서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포토 앤 드림’ 소속 중학생 11명과 일행은 26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자 마자 빈민지역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점검했고 필리핀 현지에서 연학중이며 이번 필리핀일정 진행을 도와주고 있는 최광섭(바오로)신부(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 소속 수사신부)의 설명을 들었다. 최신부는 학생들에게 "현지인들에 예의를 갖춰야하고 그들이 한국인들보다 더 가난하게 산다고해서 업신여기거나 기피하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한두마디라도 먼저 인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하고 그외 주의사항을 쭉 열거했다. 단순한 외국여행이 아니라 필리핀의 빈민가를 방문해 사진촬영, 현지 탐방 등을 해야 할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27일 오전 일행은 톤도의 돈 보스코 유스센터를 찾아갔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성탄장식물이 곳곳에 예쁘게 걸려있는 유스센터엔 톤도 지역의 어린이와 학생 등 100여명이 주일미사 참석과 교리공부를 위해 모여 있었다. 한국 광주에서 날아간 중학생들의 첫 임무는 톤도 어린이들과 함께 놀이 활동을 하는 것. 한국의 중학생들이 타갈로그어를 사용하는 필리핀 어린이들과 대화로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포토 앤 드림 중학생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간당 우마가(안녕하세요), 살라맛 뽀(고맙습니다)”등 미리 익힌 몇 마디 타갈로그어로 말문을 트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한국어와 타갈로그어 사이의 머나먼 괴리는 몸놀이로 점차 극복이 되어갔다.
» '포토 앤 드림' 중학생들이 27일 톤도 돈 보스코 유스센터에서 톤도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
» 톤도 아이들이 한국 중학생들의 율동에 맞춰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준비해간 막대풍선을 불어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둥글게 바람을 넣은 풍선으로 몸을 이용한 풍선놀이를 했고 제기차기, 공기놀이 등으로 서먹서먹한 시간이 점점 열띤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뭐니 뭐니 해도 ‘브레이킹 더 아이스’에 최적인 것은 율동과 노래였다. 돈 보스코 유스센터 교리교사들의 진행에 따라 톤도의 어린이 100여명이 집단유희와 노래를 선보였다. ‘포토 앤 드림’ 학생들도 뒤편에서 율동을 따라하면서 함께 했다. 다음 순서는 우리 중학생들 차례. 한국에서 함께 간 비데스 자원봉사자들의 주도 아래 경쾌한 한국가요 한 곡과 캐럴 ‘마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율동으로 엮어냈다. 동작이 틀리고 맞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톤도의 아이들이 박수로 열렬히 호응했고 “이사 빠(한 번 더)”를 반복해서 소리치자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다. 조금 긴장에서 풀린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이 반주에 맞춰 율동을 시작하자 톤도 아이들이 금세 흉내 내면서 3백여명의 군무로 바뀌었다.
» 톤도 가정방문과 가족사진 촬영을 마친 양국 청소년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톤도 코랄거리에서 만난 아이들.
간식을 함께 나눠 먹은 두 나라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미사를 마치고 톤도 가정방문에 나섰다.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이 세 팀으로 나눠서 사전에 섭외가 된 세 가정으로 각각 향했다. 톤도의 골목은 1970년대 한국의 뒷골목 같았다. 거리 이발소도 보였고 딱지 따먹기도 보였다. 손바닥만 한 방에 다섯 식구가 거주한다는 사실에 한국 청소년들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방문한 현지 가정의 요청에 따라 가족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톤도 현지 주민의 안내에 따라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본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이 골목을 지나다가 즉석에서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연중 기온이 높은 마닐라이기 때문에 옷차림이 가벼운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부자 나라였던 필리핀의 현재 위상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마간당 우마가” 한 마디에 미소를 지으며 같이 인사하는 톤도 아이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해맑았고 골목엔 아이들이 넘쳐났다.
» 파야타스 '쓰레기마을' 입구의 아이들.
» 파야타스 샌 안토니오공소.
» 가족사진촬영을 마친 현지 주민이 즉석에서 받은 액자를 들고 있다.
28일 아침 일찍 찾아간 파야타스의 거주 환경은 톤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쓰레기더미를 뒤져서 쓸 만한 것을 팔아 생계를 잇는 파야타스의 주민들은 거주지 자체가 쓰레기 산위에 있었다. 현지의 안내를 받아 마을로 가는 길엔 피부병이 난 동네 개들이 어슬렁거렸고 파리가 들끓고 있었다.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을탐방을 마친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은 마을 입구에 있는 샌 안토니오공소로 향했다.
톤도 돈 보스코 유스센터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장소에 300명이 넘는 파야타스 아이와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은 사전에 신청을 한 20여팀의 가족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어제 톤도에서 가족사진촬영을 경험해본 한국 중학생들은 이날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적극적으로 포즈를 요구하기도 하고 시선을 카메라로 향하게 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쓰기도 했다. 당초 신청하지 않았던 주민이나 어린이들이 사진촬영 요구를 거듭해왔고 우리 학생들은 묵묵히 또는 웃음을 지으며 진지하게 촬영했다.
함께 간 수녀들이 현장에 프린터를 설치해서 즉석에서 인화하고 액자에 사진을 넣었다. 인화속도가 촬영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일부 가족에겐 바로 액자를 줬고 나머지는 현지의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2~3일 안에 전달하기로 했다.
샌 안토니오공소의 작은 마당에서 학생들이 가족사진과 독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공소 안에서 3백명의 파야타스 아이들과 놀이를 맡은 두 명의 비데스 봉사지도자는 파타야스 현지에 있는 ‘예수회 카리타스 수녀회’ 소속 수녀들의 도움을 받아 몸놀이를 진행하며 땀을 흘렸다. 음악과 함께 거의 날아 다니듯, 춤추듯 율동과 놀이를 함께 이끌어냈다.
다음날 두 명에게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김기범(라파엘 22) “(포토 앤 드림) 아이들이 배운 사진술로 (톤도와 파야타스) 사람들의 일생에 단 한 번 혹은 한 번도 누리지 못한 (사진촬영) 경험과 (사진이 든 액자) 기념품을 나누는 아름다운 자라에 지도자로 함께 오게 되어 너무나 영광이고 행복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이규철(안드레아 22) “1년간 열심히 배운 사진 찍는 법을 바탕으로 (포토 앤 드림) 아이들이 가족사진촬영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기뻤다. 이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한층 더 성장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포토 앤 드림’을 주관하고 있는 살레시오수녀회 소속 박현주 세실리아 수녀는 “촬영이 끝나고 나서 학생 한 명이 조용히 다가와서 말하더라. ‘(내가 배운 사진을 사용할) 이런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다’ 놀랍게 진지했다”라며 밝게 웃었다. 더운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땀을 흘리며 셔터를 누르고 있던 학생에게 인물촬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뭐였는지 물어봤다. 학생들은 “밝은 표정을 끌어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기능이나 실력이 아닌 소통이라고 강조해왔는데 그것을 자신들이 직접 필리핀 현장에서 깨닫게 된 ‘포토 앤 드림’ 학생들이 쑥 성장한 것 같아 대견스러웠다. 등을 슬쩍 쳐줬다. 학생들은 파야타스의 꼬마들과 악수를 하거나 손바닥을 맞췄다.
» 파야타스 가족사진 촬영을 마친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포토 앤 드림 중학생들. 카리타스수녀회 수녀들, 한국에서 간 살레시오회 수녀들, 비데스 자원봉사자들.
29일 밤에는 숙소의 회의실에서 박현주수녀의 중심으로 학생들과 비데스 봉사자들이 둘러 앉아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나눔의 시간’이란 이번 활동에 참가한 경험을 서로 이야기하며 나누는 것을 말한다. 한국 광주광역시 청소년수련원 활동에서도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한 명씩 차례로 지목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발표의 기회를 줬다.
평소 발랄하기로 유명한 민수가 먼저 손을 들었다.
“귀로 듣던 가난과 눈으로 본 가난이 확실히 다름을 느꼈다. 내가 먹고 즐기고 지냈던 삶에 대해 불평만 하고 만족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생각이 깊은 채연이는 “파야타스 사진촬영과 선물 전달이 끝난 후 떠나오는 버스 창 밖으로 (톤도 아이가) 자신이 선물을 못 받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봤을 때 안타까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불평을 갖고 투정부렸던 모습이 부끄러웠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밝게 맞이해주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던 아이들... 내겐 또 다른 인생경험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반성하는 마음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늘 듬직한 주영이는 “가난하지만 밝게 웃던 아이들, 쓰레기 가득한 마을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이 너무도 놀라웠다. 그 많은 쓰레기 더미에서 팔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루를 먹고 사는데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할 것 같다”고 했다.
광주 수업에서 촬영 나갈 때마다 학생들로부터 모델로 불리우는 민우는 “필리핀을 이동하면서 시간차로 변하는 건물들 속에서 보이는 빈부의 차이, 사람들 삶의 다름, 가족사진 촬영하던 곳의 현장감 등이 떠오르다”라고 했다.
볼 때마다 키가 크는 것 같은 동식이는 “(수녀님 말씀처럼)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작다고 느낀) 것이 파야타스와 필리핀에서 만난 많은 이들에게는 큰 것이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광주 사진수업이 조교를 했던 김남기선생이 늘 “어른스럽다”고 했던 찬권이는 “파야타스를 방문하여 지금 내가 생활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됨을 알게 되었다.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웃는 아이들과 가족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가난 속에서도 웃으며 우리를 반긴다는 것이 슬프고도 감동스러웠다”라고 했다.
말을 아끼는 편인 가은이는 “(톤도와 파야타스에 사는) 필리핀 아이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의) 피로가 없어지는 듯 했다.”라고 한 마디 표현했다. 26일 새벽 5시에 광주광역시를 출발해 당일 저녁 늦게 마닐라 현지의 숙소에 도착했고 27일과 28일 모두 긴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밤 늦게까지 선물을 포장하는 등 우리 학생들이 강행군 해왔던 것을 나는 바로 곁에서 쭉 지켜봤다.
독서를 좋아하는 도은이는 “짧은 몇 시간 동안 만난 수많은, 영롱한 진주 같았던 작은 아이들. 내 이름을 묻고 함께 웃어주던 개구쟁이들... 내 웃음은 그들에 비해 너무도 딱딱하고 형식적이었을 생각에 머쓱해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내게로 달려와 안기던 해 맑은 꼬마들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나머지 학생들도 각각 느낌을 진솔하게 적었다.
학생들이 잠자리에 들기 위해 자리를 뜬 뒤에 이번 필리핀 일정의 전과정 운영을 도와주고 있는 최광섭 신부와 인터뷰를 했다. 최신부는 필리핀 현지 일정의 장소 물색과 섭외, 프로그램 내용, 전세버스 예약과 길 안내까지 5박 6일동안 같이 먹고 자면서 전 일정을 따라 붙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번 일정에 도움을 주게 되었는가?
“(박현주)수녀님이 한국에서 전화로 부탁하셨다. 필리핀에서 도와줄 분을 못 찾아서 (내가) 필리핀에서 연학중인 것을 알고 연락했다.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가 마침 크리스마스 휴가기간과 겹쳤으니 필리핀에서 일손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나도 휴가 기간인데 수녀님의 이야길 들어보니 (준비가 된 것이 별로 없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와줄 수 밖에 없어서 흔쾌하게? 하하하 나섰다”
-어려움은 없었나?
“필리핀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는 큰 명절이니 모든 관계기관이 올스톱한다고 봐도 좋다. 톤도와 파야타스 현지 방문을 조율하는 것부터 식당까지 모두 일이라면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 안전이 중요하다. 내가 국제봉사단 운영을 계속 해왔으니 이런 일정은 여행사가 만들어낼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참 놀랍게도 말 못할 만큼 다양한 분들이 이번 일정에 도움을 보내왔다.”
최신부의 이야길 들으니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웠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최신부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보면 (막힌 문제를 푸는데) 아이들이 스스로를 이용해 답을 푼 셈이다. 한국에서 중학교 2학년짜리 아이들이 와서 빈민지역을 방문한다고 했더니 이곳저곳에서 물심양면의 지원이 들어온 것이니... 처음 (포토 앤 드림 학생들) 아이들을 보니 ‘부족한 점이 있지 않을까’ 기우가 있었으나 지켜보니 기대치보다 더 좋았다.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면서 변화를 느꼈다. 이 아이들은 사진찍는 활동을 하러 온 셈인데 26일부터 지켜보니 밤 늦게까지 선물포장도 직접 다하고 상자 운반도 모두 거들고.... 단순히 사진이 아니라 자원봉사자의 일까지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움을 준 분들이 누가 있는지 밝힌다면?
“그런 것을 말한다고 좋아할 분들이 아니다”
-파야타스의 상황을 잠깐 보니 굉장히 열악하더라. ‘포토 앤 드림’ 학생들도 충격을 받은 듯하다. 어떤 단체에서 지속적이며 개선적인 도움을 줘야할 것 같더라.
“어제 파야타스마을의 샌 안토니오공소에서 가족사진촬영을 할 때 현지 주민들에게 연락을 해 이쪽의 의도를 전달한 분들이 카리타스수녀회 수녀님들이다. 이 수녀님들이 1주일에 한 번씩 파야타스 마을로 직접 찾아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다친 곳을 돌봐주고 머리를 깎아주고 아이들을 씻겨주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자립할 수 있게 물적 지원도 한다. 물론 퍼주는 식의 활동은 삼가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4월부터 사진을 가르쳐왔다. 이번 필리핀 촬영이 마지막 일정이다. 한 달 뒤인 새해 1월이면 광주시청에서 학생들의 사진으로 전시회가 열리고 사진교육은 모두 끝이 난다. 학생들의 작품을 기대해도 좋다. 학생들이 살고 있는 광주전남에서 찍은 사진과 이번 필리핀 톤도와 파야타스의 사진도 걸려고 한다.
사진을 가르쳤다고 했으나 실제로 그들이 배운 것은 사진이 아니었다. 사진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그보다 더 큰 게 어디 있겠는가.
2016년 1월 학생들의 사진전이 열리게 되면 마무리기사를 한 번 더 쓸 생각이다. 그때 다시 한 번 언급하겠지만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이런 이야긴 자주 할수록 좋다.
학생들이 사용한 카메라는 대여나 기증 받은 것들이다. 니콘이미징코리아에서 길게 대여해줬고 페이스북을 통해 이름을 알았거나 몰랐던 분들이 10여대의 카메라를 광주청소년수련원으로 보내왔다. 사진전시의 인화는 ‘포토잇’에서 도와주었고 필리핀으로 가져온 프린터는 ‘신지스튜디오’에서 빌려줬다. 4월부터 12월까지 사진교육에 광주의 김남기선생과 전남대 이란아학생이 기꺼이 조교로 나서줬다. 그 분들의 공이 크다.
아래는 28일 파야타스지역에서 <포토 앤 드림> 중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인물사진들이다. 모두 대견하다.
» 류가은 촬영
» 박도은 촬영
» 김동식 촬영
» 정민기 촬영
» 문민수 촬영
» 강민우 촬영
» 오민혁 촬영
» 임정훈 촬영
» 이주영 촬영
» 정찬권 촬영
» 박채연 촬영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