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작가 나준기 개인전
시각화의 또 다른 방법에 대해
나준기(동명대 교수)의 전시 ‘독자의 여정(The Journey of Readers)’이 부산 용호동 피앤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16년 1월 5일까지.
부산역에서 출발해 피앤오 갤러리를 찾아가는 법: 부산역에서 급행 1001번을 타고 경성대 부경대역 정류장에서 내린다. 대우푸르지오아파트에서 마을버스 남구 2-1을 타고 분포고등학교에서 내린다. 그리고 약 7분가량 걸어간다. 부산 사람들은 다 알 것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 중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이쪽이 이름하여 ‘뷰’가 좋은 곳이란 것을. 그러므로 가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전시도 보고 경치도 보면 시간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못 찾겠으면 부산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같이 가자고 하든지.
피앤오(P&O)갤러리 부산시 남구 용호동 5-12 3F 051) 611-1239
보도자료와 작품을 보니 ‘완전’ 어려웠다. 이해를 하려고 한 게 아닌데도 그랬다. 내 눈앞에 뭐가 있는데 최종 결과물인 이 파일은 PDF에 실린 이미지다. jpg로 변환하여놓고 보니 사진처럼 보인다. 할 수 없이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 노골적으로 물었다. 부산이라면 만나서 들어야 하는데 당장 갈 일이 없다.
-이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인가? 예를 들어 마그리트의 파이프 그림을 이용한 작품으로 설명해달라. 아래에 있는 책을 사진으로 찍고 파이프 이미지를 가져와서 합성하여 만드는 것인가?
“마그리트 작가의 파이프 그림이기 때문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이야기한 대상에 대한 인식을 나의 작업에서는 진짜 파이프를 책을 파서 넣고 찍은 것이다. (합성 없이) 의학책 Hepatic Regeneration(간의 재생) 페이지에 넣어 파이프 담배의 역설적 패러디를 통하여 르네 마그리트의 대상에 대한 인식을 간 건강에 대한 손상을 재생으로 선입견에 대한 역설적 페이지에 작업하였다. 즉 사실이냐 아니냐의 이야기보다 담배가 건강에 안 좋아 손상을 역설적으로 간의 재생과는 다른 텍스트와 글체가 주는 정보의 역설을 표현하였다.
마그리트의 ‘Ceci n‘est pas une pipe’ 문장만 책 아래 원작과 다른 글자체로 후반작업 하여 넣었다.
-이런 작업을 뭐라고 부르는가? 최종 결과물은 사진 이미지의 형태이지만 최종 결과물에 이르는 과정은 사진의 속성과는 달라 보이는데 사진전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가?
“컨스트럭티드 포토(constructed photo)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진전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저는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 동시대 예술) 흔히 미술이라고 생각한다. contemporary art(동시대 예술)로 보는 것이 정확하겠고 이를테면 앤디 워홀이나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폴라로이드 작업했다고 사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술적 접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이 가지는 즉물적 사실성을, 한 컷을 찍기 전 공예적 요소와 책을 조작하는 요소가 들어가고 이후 배치한 후 최종 순간에 카메라를 통하여 프린트한다.
*constructed photo: 구성사진으로 이해할 수 있고 또는 take photo(주어진 현상을 카메라에 담는 것, 반대 개념인 (making photo) 재구성하거나 카메라에 찍혀질 대상을 제작한 후 촬영하는 형태.
-작가노트에 나온 이야기 외에 다른 하실 말씀이 있으면 관객이나 독자를 위해 말씀해달라. 손대지 않고 가감 없이 옮기겠다.
“독자의 여정…. 책을 읽으며 상상하고 구체화(시뮬레이션)하며 시각화하던 기억을 서재에서 떠나는 여정으로 보았고 그동안 읽었던 책을 깎아(28권) 여행으로 상징되는 지구본을 만들게 되었다. 읽었던 책은 모두 의학책을 통하여 병명이나 주제어와는 다른 역설적 이미지를 제작하였다.
흥미로운 전시다. 작가 본인이 ‘사진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했으니 명쾌하다.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진 아닌 것, 사진의 속성을 빌어온 재창조작업을 보는 것은 좋은 공부다. 작가노트에 해당하는 ‘작품총론적 설명’을 옮긴다.
독자의 여정(The Journey of Readers)
작품총론적 설명/ 나준기
‘독자의 여정’은 독서에 몰입할 때 책의 내용에 따라 시시각각 느끼는 이미지를 상상력과 더불어 서재에서 의식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각화시켜 작품으로 제작하게 된 것이다.
전작 ‘진지한 독서-Serious Reading’(2008년~2010년)의 작업은 유년시절 병원의 어두운 조명 속에 포르말린에 담긴 신체 장기의 낯선 기억으로부터 미술을 하면서 해부학을 접하게 되고 뼈와 근육에 대한 표현을 정형외과 원서를 통하여 알게 되면서 의학책의 권위와 지식정보로서의 책을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하이브리드 이미지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후 몸은 지구처럼 창조되어 보이지 않는 기운과 질서를 통하여 태양주위를 움직이는 것처럼 인간은 각자 ‘생각의 힘’으로 살아가는 주체이지만 교육과 환경, 독서를 통한 텍스트의 상상력을 소프트웨어 인지와 감성적 인지가 교차하며 미술적 영향, 서양신화가 가져오는 상상과 무대, 위로부터 받는 사랑과 인간의 이해가 필요한 사랑을 인쇄된 글 위에 모래로 맹세의 글을 확인하는 행위적 의미를 변하지 않는 영원한 이미지로 포착하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읽었던 내용이 의식의 긴 여정을 통하여 머릿속을 오갔던 이미지가 그림일기처럼 전시로 보여주는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