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트리트 포토그래피
11월25일부터 12월4일까지 사진 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 22’에서 금혜정, 윤승준, 한정희 등 15인이 참가하는 기획 사진전 ‘강남 스트리트 포토그래피-강남을 걷는 15가지 시선’이 열린다. 전시 문의 (02)3469-0822. 한정희 운영위원이 쓴 전시서문을 그대로 옮기고 15인의 작품 한 점씩을 소개한다.
» 이혜숙 강남 몽
» 이경자 300미리 렌즈 안에 들어온 강남 사거리의 흐름은, 시간과 공간이 하나 된 듯 건물 안의 분주함과 동일시되어 평면을 만들고 있었다.
» 박숙자, 강남의 거리를 걸으며 보이는 것과 보여 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 움직임과 멈춤, 이중성, 표정과 무표정 등을 거리에서 읽어본다.
» 한정희, 사람은 건축물을 만들고 시간을 뛰어넘은 건축물을 역사가 된다.
» 차효중 드 나이트 시크릿, 2015년 도시의 밤은, 거리의 화려한 불빛으로 실체를 드러낸다. 서울의 한 복판, 강남의 화려한 거리에서 구체적인 흔들림에 의한 잔상으로 모호해진 이미지 속의 인물은 은밀한 배회를 한다. 도시의 어둠 속에서 스스로 드러나는 은밀한 감각을 담고 싶었다.
» 정진호, 2년 동안 22명의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스페이스22를 만들었다. SPACE(공간)에 가치가 더해지면, PLACE(장소)가 된다. 그래서 공간이 없어져도 장소는 남는다. 가치를 만들려면 수많은 빛들이 모여야 한다. 그림자는 아무리 길어도 빛의 하수인일 뿐이니까. 그 빛들이 모여 SPACE22가 PLACE22로 되는 꿈을 꾼다.
» 이희상 (지도교수) 거리의 표정
» 윤승준, 스페이스 타임-테헤란로, 강남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간선도로인 테헤란로에 있는 4개의 지하철역 사거리에서 각기 다른 4차원의 세계를(our dimensional world) 상상해 본다.
» 이상임,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함과 낮선 느낌이 교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그 공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까....
» 유영주,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 부른다. (김훈의 산문집에서)
» 이은숙, 발렛파킹
» 김현숙, 노바디 시티, 도시의 높은 빌딩 속 번잡한 삶의 터전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부재의 긴장감을 느낀다. 이 텅 빈 도시의 멜랑콜리를 앗제가 되어 바라본다.
» 박명수, 강남 시장 골목
» 금혜정, 나의 상상력은 스쳐지나가던 일상의 공간들을 현실에서 환상 속으로 옮겨 놓으려한다. 나는 그 곳에서 문득, 자유로워진 나 자신을 새로 마주한다.
» 김성태, 강남에 표정이 있다면 무슨 색깔, 어떤 모습일까? 가벼운 듯 감각적인 화려함...? 물질적인 풍요로움 뒤에 숨은 외롭고 마음 가난한 낯...? 아니면 무지개 빛 욕망과 가식으로 흥청거리는 속물근성...? 강남은 패션, 유행, 쇼핑, 유흥, 젊은이들의 물결이 시간을 밀어내며 화려함과 풍요로움의 허상 속에 오늘을 살아간다. 혼자 바삐 걷고 있는 가로수 길의 외로운 풍경에서 강남의 얼굴을 찾아본다.
전시서문
2013년 별들이 가득 펼쳐진 동짓날, 높은 하늘 아래 첫 공간인 <SPACE 22>에 사람들이 모였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면서도 다양한 그들이 여기 모인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은 사진에 대한 사랑이다. 그것 하나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인연이 된 그들은 ‘우리’가 되었다. 우리는 사진을 사랑했고, 찍는 행위를 사랑했고, 감상하는 것을 사랑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하기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우리가 모인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SPACE22>를 통해서 사진에 대한 생각을 키웠고, 사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우리의 노력에 이희상 작가의 열정이 더해져 탄생한 2015년 <강남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는 이름 그대로 ‘스트리트 포토’를 즐길 수 있는 작업이었다.
지난 3월 스트리트 포토의 개념과 중요성을 이해하고 단체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정했다. 전시 주제는 강남의 표정. 한국을 상징하는 거리이기도 하고 <SPACE22>가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한 강남은 과연 어떤 모습을 숨기고 있을까? 첫 만남을 가진 이후 우리는 강남을 걷고 또 걸었다. 강남 하면 떠오르는 화려함과 그 뒤에 숨어있는 강남의 속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남을 구심점으로 서초와 송파에서 각자의 다양한 시선과 그 시선을 통한 강남을 엿볼 수 있었다.
첫 리뷰에서 본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찍어낸 우리의 이미지는 구성원의 다양성만큼이나 각양각색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는 강남의 한 부분을 표현한 것이며 우리 각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방식이기도 하다. 빛과 어둠, 행복과 슬픔, 화려함과 소박함이 함께 공존하는 곳, 강남. 이제 우리는 강남의 사람 내음을 떨리는 마음으로 선보이려 한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시작이며 우리의 실험이 될 것이다. 이번의 실험이 우리 각자가 사진의 길을 가는데 좋은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깃발을 들어주신 이희상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글 : 한정희 (SPACE22 운영위원)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