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 찍어도 서로 달라…사진 말린 것도 대물림”

사진마을 201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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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 임씨’ 4대 사진전 ‘대대로-빅 플로(Big Flow)’전 연 임정의 씨

 

 할아버지는 일제 때 사회주의 리얼리즘 사진

 탄광, 제련소, 부두 노동자 등 담아

 한국전 뒤에는 조카 통신사 기자로 산 사진 주로

 

 아버지는 육사 나와 사진대 대장으로 한국전 기록

  이후 한국 최초 보도사진 통신사 만들어

 

 본인은 신문사 사진기자 출신으로 건축사진

 같은 신문사 문화부 기자 한대수 씨 소개 프로젝트가 전환 계기

 건축잡지 ‘공간’의 사진부장 이후 40년 넘게 한 길 걸어

 

 아들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건축사진

 건축물에 나름의 작품성을 가미해 예술성 높아


lims001.jpg » 임정의씨가 11일 성남시 분당구 아트스페이스 제이에서 전시회와 사진집을 설명하고 있다.


 4대째 업이 이어지고 있는 보기 드문 사진가 집안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안의 임씨’ 4대의 사진전 ‘대대로-빅 플로(Big Flow)’전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제이(J)’에서 12월 9일까지 열린다.


  11일 전시장에서 임정의(70)씨를 만나 사진가 할아버지, 아버지, 본인, 그리고 아들의 사진에 대해 인터뷰했다.
   임정의씨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작은 할아버지인 임석제(1918~1994)는 형식미가 주류를 이루던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벌써 탄광, 제련소, 부두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사진을 찍었던, 한국사진의 명실상부한 선구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아버지인 임인식(1920~1998)씨는 한국전쟁 당시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 대장으로 활동하며 한국전의 소중한 기록을 대거 남겼고 한국최초의 보도사진통신사인 ‘대한사진통신사’를 만들었다. 임정의(1944~ )씨는 1970년대에 신문사 사진기자로 시작해 1975년부터 건축잡지 ‘공간’의 사진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청암사진연구소대표로 40년 넘게 건축사진에 매진하고 있다. 아들 임준영(39)씨는 미국 ‘스쿨 오브 비쥬얼 아츠(SVA)’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축사진가로 일하고 있다.
  
  -임석제 선생은 한국 사진 초기 다큐멘터리의 반석을 놓은 분이었는데, 한국전쟁 이후엔  리얼리즘에서 물러서서 ‘산’ 사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임석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인가? 아버지 임인식 선생과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작은 할아버님은 안의 임씨 20대손으로 그 집의 막내아들이셨고 선친(임인식)은 장남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두 살 차이 밖에 안 났으니 선친께 작은 할아버지는 작은형님뻘이었을 것이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다. 할아버님이 북한산을 촬영할 때 삼각대를 들고 조수 삼아 따라갔던 기억이 있다. 하얀 양복에 금테 안경을 쓰고 파이프를 문 멋쟁이셨다. 할아버님은 (알려진 것처럼) 해방 무렵에 이미 사회주의 리얼리즘사진을 했으니 따지자면 이데올로기의 기준에서 왼쪽이었다. 한국전쟁이 나자 당신의 사진세계도 위축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선친(임인식)은 당시 육사를 나온 분이니 실세였고 엘리트였으며 이념적으로 오른쪽이었지. 사진에서야 할아버님께서 더 앞섰고 선구자였으나 전쟁을 거치면서 상황이 역전된 거다. 선친께서 만든 ‘대한사진통신사’에서 임석제 할아버님도 기자로 일하면서 산 사진을 많이 찍으러 다녔다. 두 분이 모두 자존심이 셌다.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본인은 사진을 어떻게 시작했는가?
 “아들(임준영)과 이야기하다가 ‘4대’ 전시를 하기로 했고 며느리가 전시디자인을 맡았다. 아버님은 (나에게) 사진을 못하게 했다. 피는 못 속였는지 <코리아 헤럴드>에서 사진기자를 하고 있었다. 당시 한대수씨가 헤럴드의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었는데 나랑 친했다. 이 친구가 영어도 잘했고 나중에 가수로도 활동하더구먼. 어쨌든 한대수씨가 1975년 ‘광복 30주년 기념 종합전시관’ 사진작업을 나에게 소개시켜줬는데 큰 프로젝트였다. 종합전시관의 모든 총괄업무를 대표하는 회장이 김종필 국무총리였고 김수근 건축가가 부회장이었지. 이 작업을 계기로 인정을 받아 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확히 말하면 건축사진이었는데 이상하게 ‘임인식의 아들이 건축을 한다더라’라고 알려지는 바람에 나에게 건축설계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 하하.”

 

lims01.jpg » 포목 건조,1955/ 임석제

lims02.jpg » 첨성대와 농부, 1955/ 임석제

lims03.jpg » 즐거운 한 때, 1955/ 임석제

 

lims04.jpg » 옛 제주도청앞 양떼들,1948/임인식

lims05.jpg » 소와목동. 1955/임인식

lims06.jpg » 중앙선 철길,1955/임인식

 

lims07.jpg » 부석사의 아침, 2000년/임정의

lims08.jpg » 상춘정의 아침, 2014년/임정의

lims09.jpg » 중도의 아침, 1984년/ 임정의

 

lims10.jpg » AF007, 2014/임준영

lims11.jpg » 라이크 워터 19(LIKE WATER), 2012/임준영

lims12.jpg » 라이크 워터 22(Like Water), 2013/ 임준영            
 
 -이번 전시의 구성을 보니 할아버지, 아버지, 본인이 모두 풍경 위주다.
 “전시 구성의 개념을 그렇게 엮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전 이후로 다큐멘터리에서 발을 멀리하게 된 할아버님은 아버님 임인식이 만든 대한사진통신사의 기자로 일하면서 외국인을 위한 화보집 촬영을 주로 하게 되었으니 풍경이 많고 아버님도 그렇다. 내 사진은 내가 건축사진을 위해 전국을 답사하다가 찍어둔 풍경들이다. 건축사진은 ‘드라이’했지만 ‘한국의 아침’에 눈을 뜨면서 풍경을 많이 찍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아들의 건축사진이라고 봐야지.”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크게 걸린 것은 임정의씨의 아들인 임준영씨의 사진들이다. 준영씨는 이번 전시에 ‘라이크 워터’ 연작을 걸었는데 건축물 사진에 물의 흐름을 ‘메이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임정의씨는 “나와 달리 아들의 사진은 예술적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준영씨는 사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말리는 것도 대물림인 모양이다. 나도 당연히 건축사진은 춥고 배고프니 하지 말라고 말렸다. 아버님과 나는 돈거래를 정확히 했다. 형편이 어려울 때면 아버님께 돈을 빌렸으나 1년 후에 원금은 반드시 갚아야했다. 내 이름을 정의(正義)라고 지었으니 오죽하셨겠나. 준영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에 아버님의 필름을 인화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켰다. 하루에 스무장 정도 인화작업을 쭉 하더니 어느새 사진의 구성 같은 것을 혼자 배웠나 보다. 그러더니 불쑥 혼자 챙겨가지고 유학을 가더라. 현재 준영이가 하는 사진은 건축물에 나름의 작품성을 가미한 것인데 내 생각으론 좋아 보인다.
 
 -4대가 한꺼번에 사진 찍으러 다닌 적이 있었는가?
 “(임석제)할아버님과 아버님은 나이 차이도 두 살인데다 서로 주관이 달라서 표현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라이벌 관계였다. 같이 다니지 않으셨다. 아버지와 나와 준영이는 온양이니 마산 등지로 자주 건축답사하러 다녔다.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데 셋이 서로 달랐다. 아버님은 현장을 중시하여 기록처럼 찍었고 나는 실무적이랄까… 당시에 아들은 아직 어려서 사진이라고 하기엔… ”
 
 -앞으로 4대에 걸친 사진작업을 정리할 계획이 있는지?
 “(임석제 할아버님의 직계인) 사촌 쪽엔 사진하는 분이 없다. 그 분들과 상의할 일이지만 발굴할 사진이 많다. 많이 분실하기도 했다. 사진을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아버님의 사진은 해방이후 북촌, 가회동 쪽 사진들을 정리할 생각이다. 내 사진도 해 나가야하고 이번 전시 개막과 때를 맞춰 ‘임정의 포토그라피 1’을 냈다. 김중업, 김수근선생의 건축사진집도 해야 한다. 아들이 도와주겠지만 결국 내가 마무리해야 한다.”
 
 -결국 사진의 길로 들어선 다음에 아버님이 뭐라고 하시던가? 아들에게 해줄 말은?
 “아버님은 저에게 ‘제대로 해라’라고 하셨다. 준영이는 나와 다르다. 아날로그, 디지털이라 사진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사진연구나 공부는 잘하는 것 같다고 생각은 하는데 아들에게 말을 하진 않는다. 제대로 보자면 불만스럽고 미완성인 것 같다. 도전의식만 있다. 50점 정도 밖에 안 된다. 아직 멀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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