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과 영주의 동병상련

곽윤섭 2015. 10. 26
조회수 6885 추천수 0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개인전

"투쟁의 현장, 요강꽃이 보였다"

 

 

chr05.jpg » 요강꽃

 

  프레시안 사진기자 최형락씨의 첫 개인전 ‘두 마을 이야기’가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류가헌’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산으로 둘러싸인 산마을 경남 밀양과 강물이 휘감아 도는 경북 영주, 두 마을을 5년 동안 지켜본 최씨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3일 최씨를 만나 전시를 앞둔 심정에 대해 이야길 나눴다.

 

 -언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가?
 “대학 때 학생기자를 하면서 막연하게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졸업 후에 바로 취직을 하는 바람에 사진의 길과 멀어졌다. 주변 사람들을 곁눈질해보니 꾸준히 책도 내고 전시도 하고 있더라. ‘나는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생각만 하고 있었다. 2009년에 ‘프레시안’에서 사진기자를 뽑는다는 소릴 듣고 바로 응모했다. 수습을 떼자마자 손문상화백과 함께 ‘이미지프레시안’이란 것을 만들었다. 당시로선 멀티미디어가 흔치 않았으니 신선한 시도였으나 몇 가지 사정상 지금껏 이어지질 못해서 안타깝다.”
 
 -밀양과 영주라……. 울산의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경남 창녕의 변전소로 보내는 90킬로미터의 송전선로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밀양의 송전탑 투쟁과 4대강 사업 때문에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댐공사가 시작되었고 5백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떠나야했던 영주시 평은면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학생 때부터였는데 프레시안 입사 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보는 게 맞겠지. 2009년 쌍용차 파업, 2010년 4대 강…. 아시다시피 그 후로 밀양, 강정…. 최근에 세월호까지. 취재현장이 주로 그쪽이었고 내 작업과 취재현장의 괴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 물론 취재가 아닌 이유로도 현장을 찾곤 있다. 지난해는 입사 5주년이 되는 해라서 안식월 1달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그런데 세월호사태가 터졌다. 아무런 군말도 하지 못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두 마을 밀양과 영주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전시를 도와준 가까운 기획자가 거들어주었다. 어느 한 마을만 드러내서 사진전을 한다면 그 장소가 갖는 특수성이 불쑥 드러날 것이다. 산과 강을 끼고 있는 두 마을을 묶어서 평범한 대한민국 어느 마을들의 부조리란 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었다. 영주의 문제만이 아니고 밀양의 문제만도 아니며 한국 어디에서나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 문제임을 역설하고 싶었다. 무슨 말이냐면…. 결국 어떤 사람들은 이 두 마을의 이야길 또다시 정치적으로 끌고 가려고 들겠지만 나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두 마을의 상황에서 정치적 입장을 걷어내고 사람이 사는 곳에서 벌어진 권리 침탈, 즉 인권의 문제를 보여주고 싶은 거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화두는, 그래서 보편성이다. 밀양과 영주에서 일어난 일이 멀리 떨어진 것 같은 서울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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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되는 사진은 어떻게 골랐나?
 “현장의 사진들이지만 소위 말하는 ‘현장’을 걷어냈다. 쉽게 말해서 투쟁하는 현장의 사진을 빼고 담담하게 간다. 책이 아니라 전시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잔잔한 모습들, 그런데 이상한 불안감이 감도는 모습, 심상치 않은 일상, 노동, 곧 물에 잠기게 될 풍경들, 사라지고 잃게 될 것, 추억으로만 전해질 것들을 주로 골랐다. 싸우는 사진보다 이 사진들이 (관객들에게)  더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구조주의학자 롤랑 바르트는 그의 책 ‘밝은 방’ 1부에서 스투디엄에서 푼크툼으로 넘어가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다가 충격적인 코드가 들어있는 사진은 위험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한 사진(읽어낼 수 없는 사진, 읽어낼 코드가 들어있지 않은 사진)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을 전개했다. 최형락의 사진전 ‘두 마을 이야기’에는 밀양에서 팔짱을 끼고 연행될 때까지 버티던 성직자와 마을 주민, 활동가들의 처절한 투쟁사진은 들어있지 않다. 전시되는 사진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요강단지에 꽃을 꽂아둔 ‘요강꽃’ 같은 사진들이다. 전시되는 사진엔 굴착기도 현수막도 밧줄도 경찰이나 방패도 보이질 않는다. 그런 요소들은 금방 읽혀버리기 때문에 충격적이지 않다는 역설이다. 동구 밖을 바라보는 촌부의 사진이나 마당에 자리 깔고 감을 손질하는 촌노의 무심한 표정이 더 울림이 크다.
 
 -요강꽃 사진이 특이하다?
 “아 그게 가장 격렬했던 싸움이 벌어진 127번 송전탑 자리다. 1년간 밀양 주민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어놓고 그 자리에서 살았다. 거기서 밥도 해먹으면서. 그러니 그곳은 주민들이 사는 일상의 공간처럼 되었다. 1년 넘게…. 그러다 보니 뭘 했겠나? 방에 꽃병 놓고 치장하듯 꾸미고 싶었겠지. 근사한 꽃병 구해다 놓을 일 없으니 요강단지 씻어서 꽃병 삼았고 주변에 핀 영산홍 꽂아두었겠지. 그런 거다”
 
 -앞으로도 밀양과 영주를 기록할 것인가?
 “밀양은 지난해 6월에 행정대집행이 들어갔고 송전탑 공사가 완료되었다. 주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뒤숭숭한 것처럼 보인다. 소송에 걸려있고 억대의 벌금이 걸려있고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 후유증이 심하다. 주민들은 어떻게든 ‘싸움을 이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것 같다. 영주댐이 완성되었고 이제 너덧 가구만 남고 모두 이주했다. 올해 안에 수자원공사에서 물을 채운다는데…….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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