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사진상> 폐지 예고를 접하며……(박진호 기고문)

사진마을 201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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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박진호씨가 지난 15일 사진마을 기사를 보고 의견을 보내왔다. 박씨는 <협성문화재단 관계자의 반응>, <최광호의 작품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최민식사진상 폐지> 등에 대해 조목 조목 짚어가고 있다. 가감없이 전문을 게재한다. 협성문화재단이나 심사위원단 쪽에서 적극적인 의견 표출을 해주길 기대한다.    (사진마을)


 

 협성문화재단의 <최민식 사진상> 폐지 예고를 접하며…….

 
 교각(矯角) 요청에 살우(殺牛)라는 답이 온 듯한 느낌이다. “내부적으로는 접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곽윤섭 기자가 <최민식 사진상> 주최 기관인 협성문화재단 담당 차장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가 지난 10월 15일 ‘사진마을’에 올라왔다. 폐지설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지만, 막상 주최 기관 간부의 입을 통해 확실한 ‘뜻’을 알게 되는 순간, 참담해졌다.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 시간을 들여 비뚤어진 뿔을 바로 잡자고, 잡아달라고 외쳤던 것인가? 그 ‘우(牛)’는 오직 협성문화재단의 전유물이었던가?
 
 2015년 6월 22일 발표된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심사 결과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이의제기/비판은 ‘살우’를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공감할 수 없는 점이 있으니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 달라는 것이었고, 할 말이 있으니 협성문화재단 관계자와 심사위원 그리고 작가가 공개 장소에 나와 토론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최민식 사진상>을 올바르게, 함께 키워나가자는 제의였던 것이다.
 
 그에 대한 응답은 2015년 7월 14일 (재)협성문화재단/제2회 최민식사진상 심사위원장 정주하, 운영위원장 이상일의 이름으로 발표된 “<제2회 최민식사진상 수상작 선정> 논의에 대한 주최 측의 입장”이라는 글이 유일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성명서 발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이의제기/비판은 인터넷에서 계속 이루어졌고, 그 행렬에 동참한 나는 동년 9월 8일 <왜 나는 최광호의 사진이 애초 심사 대상(對象)이 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가?>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 글은 최광호의 사진이 <최민식 사진상>의 지원 요건인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으며, 열흘 후 보론 격으로 발표한, <여덟 장의 사진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라는 글에서 그 주장을 밑받침하는 논지를 폈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주최/주관/심사진/작가, 그 어디에서도 반론이나 해명은 없다. 묵묵부답, 그 자체…. 그러더니 지난 7월의 그 단 한 번의 입장 발표 후 석 달이 지나서 나온 주최 측 발언은 <최민식 사진상>의 “폐지” 예고였다! 정신적 폭력을 당한 듯한 이 기분, 과연 나만의 느낌일까?
 
 ‘사진마을’에 올라온 협성문화재단 <최민식 사진상> 담당 차장의 인터뷰 기사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은 별로 없었다. 인터뷰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란 것이,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다 보니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다. 예컨대 자기는 “(사진) 전문가가 아니어서 (심사를)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응모작 30명 작가의 작품을 (자기도) 다 봤는데 수상자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참 희한한 말이지 않은가? 어쨌든 그 말뜻은 최광호의 사진이 나머지 29명 작가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비 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독보적으로 뛰어났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로 그의 사진이 그랬는가?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말한다. 사진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최광호의 사진은 <최민식 사진상>의 ‘지원 자격’인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볼 수 없다! 작가의 작업노트, 천제의 역사, 작품 분석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그렇다. 그 글이 지닌 논리적 정합성은 그 글 발표 후 한 달 반이 다 되어 가는 현재, 10,000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가운데 단 1건의 반론도 제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더불어 대상 수상 작품 총 26장 사진 가운데 8장만 공개함으로써, 사진계의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해 놓고서는 그에 대해 아무 이유도 대지 않고, 해명도 없이, 완강하게 나머지 사진의 ‘공개 거부’ 의사만을 밝혔다. 동시에 공개 여부는 최광호 작가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왜 그래야만 할까? 감추고자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인가? 그는 ‘공모전’ 대상 수상 작품의 ‘일부’만을 공개할 권한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에게는 그것을 다 볼 권리가 없을까?
 
 “<제2회 최민식사진상 수상작 선정> 논의에 대한 주최 측의 입장”이라는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자(전문 : http://hscf.co.kr/kor/sub6_01.php). 둘째 항에는, “본 재단과 심사위원들은 공모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업이 세상의 주목을 받음으로써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되고 한국 사진의 역량이 그만큼 더 자라나기를 기대하였다”라고 씌어 있다. 또한 세 번째 항에는 “최민식 선생의 사진철학과 휴머니즘을 기리는 사진상의 취지에 최광호 작가의 작업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적시되어 있다. 그리고 결론 부분에서는 “오늘의 논의는 갓 태어난 사진상이 제 자리를 잡고 역사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의제기/비판들이 “최민식 사진상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어떤가? 작품의 “사회적 공유”는 총 작품 수의 3분의 1도 안 되는 8장만 허락되었고, 그 8장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비판적 분석에 뒤이은 ‘논의’ 요구는 침묵으로 거부되고 있으며, “통과의례”는 ‘살우’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내 최고의 상금이 걸린 사진상 대상 수상 작품이 8장밖에 공개 안 된 현실…, 신춘문예 소설로 치자면 ‘줄거리’만 소개된 것이다. 전문은 독자의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알아서 판단하라는 이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이런 공모전이 또 있을까? 어쨌든 이 희한한 사건, 대상 수상 작품의 근본적 성격에 의문을 제기한 글이 발표된 마당에 심사위원들과 작가 당사자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이 놀랍고도 놀라운 상황이 한 달 반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작가는 어디에 있는가? 그를 대상으로 뽑은 심사위원들은 어디로 갔는가?
 
 이제 <최민식 사진상> 폐지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이의제기/비판을 단 한 장의 성명서, 그것도 ‘논쟁’ 혹은 ‘논란’이라는 상황에 딱 맞는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논의”라는, 상황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어법도 틀린 단어의 구차한 사용을 통해 사건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려던 그 속셈, 바로 그것부터 문제였다.
 물론 수상자 선정 발표 후 일어난 여러 논쟁, 논란 때문에 <최민식 사진상>을 제정한 재단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섭섭함을 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의제기/비판 측의 합리적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려는 노력과 운영 개선 약속 없이는 불가능한 이해라는 것을 알고 말해야 했다.
 
 만일 협성문화재단이 <최민식 사진상>을 두 번째 만에 폐지한다면 감탄고토(甘呑苦吐) 행위로 비판받을 것이다. <최민식 사진상>은 협성문화재단과 대한민국 사진계 나아가 문화계가 ‘공유’한, 공동 재산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표한 “주최 측 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다짐한 조치를 석 달이 지나도록 하나도 시도하지 않은 채 내린, 일방적 결론이기 때문이다. <최민식 사진상>은 협성문화재단이 <최민식 사진상> 폐지 후 신설하겠다고 말하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방식”과는 전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최민식 사진상>의 폐지는 대단히 비(非) 문화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민식 사진상>, 폐지하겠는가?
 
 만일 기어코 폐지하겠다면, ‘살우’의 책임을 이의제기/비판 측에 절대로 전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은 ‘교각’의 의무를 저버리고, ‘우’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살우’의 결정을 내린 주최 측에 있음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또 부실한 운영과 부정의 개연성이 수없이 제기된 심사에 큰 책임이 있다. 따라서 사진 비전문가 문화재단이 제정한 <최민식 사진상>에 사진 전문가 자격으로 운영과 심사에 참여하여, 최광호를 대상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논란을 야기한 사람들 - 이상일, 정주하, 이갑철 - 은 대한민국 사진계에 분명하게 입장 표명을 해야만 한다. 더불어 심사위원 송수정, 박상우…, <최민식 사진상> 폐지라는 허망한 결론 앞에서 심사 때 좀 더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지 못한 책임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최민식 사진상> 주관 잡지로 알려진 포토닷…. 대상 수상 작품 26장 사진을 전부 다 가지고 있는 사진계 매체, 포토닷은 이의제기/비판 측 주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너무나 부족하지 않았는가? 더욱이 협성문화재단 <최민식 사진상> 담당 차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포토닷에서 심사위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학연과 인연이 깊은 사람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 추천한 책임이 있지 않은가? 정녕 그 책임이 작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작가 최광호…. 어쩔 수 없이 그는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만큼의 책임이 있을 것이다. 공모에 지원하고 대상 받은 게 문제라기보다는, 이후 벌어진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위치에 있지 않았는가 하는 점에서 그렇다. 작가라면 자기 작품에 대한 의문 제기에 직접 나서서 설명하거나,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그것이 작가로서의 자세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10월,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 하지만 그것이 순간순간 ‘피멍’처럼 보이는 것은 나 혼자뿐이겠는가….
  
 2015년 10월 21일 박진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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