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빵 굽는 사진가의 ‘지독한 사진하기’

사진마을 2015.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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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빵트럭 시작한 ‘야스쿠니 사진가’ 권철

밥벌이용이자 사진 소통 수단…사진 안 파는 게 원칙

야스쿠니 작품 불태우며 일본 군국주의 부활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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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오후 6시 이호테우해변 매립지에서 야스쿠니 사진이 불타올랐다. 약 1시간이 지나지 않아 40점은 고스란히 재로 변했다. 야스쿠니 사진의 작가인 권철씨는 재로 변한 사진을 보면서 후련한 듯, 그러나 결연하게 외쳤다. 

 “일본 군국주의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야스쿠니신사는 군국주의의 발톱을 숨기고 있는 곳이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위험성에 대한) 한국인의 불감증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은 야스쿠니 신사를 현장 취재한 사진들을 모아 지난 8월에 사진집(컬쳐북스)으로 냈다. 그리고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8월 15일~16일간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전시회를 제주 목관아지 안에서 열려고 했다. 제민일보가 명백한 오보를 냈고 오보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가운데 순차적으로 광복회 제주지부가 제주시에 항의를 했고, 제주시에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목관아지 내부 전시를 취소해버렸다. 기사 참고 “눈 달렸으면 와서 봐라. 이게 야스쿠니 옹호라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접한 독자와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8월 17일 제주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해 “사진작가와 제주시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관덕정 전시는 무산되었지만 뒤늦게라도 사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난 8월의 전시를 기획했던 간드락 소극장(대표 오순희)은 추석연휴인 9월 26일~28일에 ‘야스쿠니’ 전시를 원래 계획한 장소인 관덕정에서 열었다. 10월 3일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거리전시를 했으며 이날 이호테우 해변에서 마지막으로 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이호테우 해변매립지에는 해녀들의 휴식공간에 해당하는 탈의실이 있다. 권철 작가는 인근 이호동 해녀 할머니들과 주민들을 초청했고 해녀 할머니들은 제주순대, 아강발(제주도 돼지로 만든 족발), 막걸리 등을 챙겨서 매립지 거리전시장에 나왔다.

 

  권철 작가는 이날 이호테우 해변 매립지에 1톤 트럭을 내부 개조해서 만든 이동식 ‘국화빵집’을 끌고 나와 국화빵을 구웠다. 20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4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권 작가는 2년 가까운 한국의 생활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사진작가로 살고 싶은데 이건 도대체 막막하여 사진을 찍고 살길이 없다. 그래서 여러 가지 궁리를 하다가 국화빵을 택했다. 원래 일본에서도 덤프트럭 운전을 하기도 했으니 여기서도 덤프로 돈을 벌까 했으나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을 일이 가끔 있는데 그러면 집을 비울 수가 없다. 그래서 매일 저녁 때 장사할 수 있고 새벽에 철수할 수 있는 국화빵으로 결정했다.”
 권철은 예전 <사진마을>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한 마리 외로운 늑대처럼 버텼다. 한국에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고 사진작업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했던 말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화빵을 팔아서 집 살림에도 보태고 사진kc002.jpg » 국화빵은 한 봉지에 열 세개를 담아 삼천원에 판다.작업의 밑천도 만들겠다고 한다. 원래 한 봉지 13개 담아서 3천 원하는 국화빵을 이 날은 그냥 공짜로 구워 나눠줬다. 


  해가 어둑어둑해지면서 권철 작가는 사진을 불태울 준비를 했다. 사진을 불태운다는 계획은 출판사나 간드락 소극장과는 별도 상의 없이 권작가 혼자 결정한 일이었으니 혼자 진행해야 했다. 

 거리전시를 구경온 주민들이 사진액자를 하나씩 손에 들고 ‘새길 터기’에 나섰다. 행렬의 선두는 ‘전통예술공연개발원’ 풍물패가 맡았다. 풍물패를 따라 이호테우 제방을 돌고 매립지 외딴 곳 공터까지 온 일행은 사진액자를 한군데로 모았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풍물이 계속 울려퍼지자 할머니들은 즉석에서 ‘허씨’굿을 시연해 보였다. 이는 살풀이 비슷한 제주 무속이라고 한다. 

 해가 넘어가면서 파랗게 변한 하늘과 노랗고 붉은 불꽃이 기막히게 어울렸다. 불더미 사이 아지랑이 너머로 중국 분마그룹이 사들인 이호테우 해변의 상징처럼 된 목마등대가 어른거렸다.

 

kc13.jpg » 국화빵을 굽다 손님이 사진집을 구입하자 권철이 자신의 사진집에 서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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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11.jpg » 이호테우 주민 중 한 해녀가 국화빵 트럭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고 있다.

kc10.jpg » 권철작가의 부인과 아들이 국화빵 트럭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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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가 끝난 뒤 권철작가와 인터뷰를 했다.

 -굳이 태울 필요까지 있는가? (왜 태웠는가?)

 “한국인의 불감증에 대해 조금 자극을 주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이것은 퍼포먼스다. 군국주의의 발톱을 감춘, 야스쿠니신사의 두 얼굴 중 하나를 까발리고 싶은 퍼포먼스다.”

 

 -광복회 제주지부에다 ‘야스쿠니 사진을 태운다’라고 알렸으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뭘 모르시는 말씀이다. 아직 이곳 제주에선 전체 상황에 대해 사태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제주시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에도 이곳 광복회에선 실상이 뭔지 모르고 있다. 순리대로 하자면 광복회 제주지부에서 간드락 소극장이나 나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애초에 관심이 없으니 사태 파악을 할 생각도 없는 것이다. 상식이 안 통한다.”

 

 -제주시장은 사과를 하더라.
 “그게 상식적인 흐름 아닌가? 당연하다”

 

 -그 후 제민일보는 어떻게 되었나? 시장이 사과했으면 제민일보도 정정보도나 그에 유사한 어떤 조치를 취했음직….
 “말도 하지 마라. 정정보도는커녕 꼼짝도 않고 있다. 우리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제민일보와 제민일보의 해당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할 것이다. 당시 제민일보의 기사, 온라인 기사, 광복회원의 통화내용  등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제민일보 이소진 기자와 제민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면 목적은 무엇인가?
 “진심 어린 사과, 반성, 그리고 손해배상까지 포함할 것이다. 졸지에 권철이 친일작가로 못박혔는데 이런 명예훼손이 또 어디 있는가? 그리고 8월 15일 제주시가 지원하는 가운데 열리기로 했던 관덕정 전시가 예상치 못하게 취소된 재산적 피해도 크다. 따라서 간드락소극장과 권철 작가 이름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것이다.”

 

 -국화빵 이야길 좀 하자. ‘한다 한다’하더니 정말 하는구나. 얼마나 되었나?
 “얼마 안되었다. 준비할 게 많더라. 이제 끌고 다닌 지 2주일 되었다. 10만 킬로 정도 뛴 중고트럭을 구매했고 짐칸을 개조해 국화빵을 구울 수 있게 만들었다. 간판도 달고 연습을 1주일 했고 실제 제주시 노형오거리에 나온 것은 1주일 된 셈이다. 처음엔 많이 태워 먹었다.”

 

 -이것도 퍼포먼스인가? 얼마나 할 것인가? 제대로 할 건가?

 “한다면 한다. 태어나서 장사는 처음이다. 국화빵을 굽는 것도 처음이다. 그러니 많이 태웠다. 이제 자신이 붙었다. 유사한 업종의 풀빵, 국화빵, 하루방빵 등을 먹으면서 연구했다. 재료를 좋게 써야 한다는 상식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반죽에 비밀이 들어있다. 물 한 컵이 다르더라. 아…. 제대로 할 것이냐고? 물론이다. 이건 퍼포먼스가 아니라 사진을 계속 찍기 위한 밥벌이, 생활 방편이다. 너무나 진지한 일이다. 국화빵 굽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 해보면 모른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사진 찍는 게 훨씬 쉽겠다.”

 

 -1주일 장사했는데 손님들 반응은?
 “그 1주일 사이에 두 명이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다! 한 분은 이호테우 주민이었고 한 분은 학생인 모양인데 TV에서 나를 봤다면서……. 하 하. 국화빵 하나 더 넣어줬다”

 

 -앞으로 사진집도 싣고 다니면서 팔고 트럭에 사진액자를 싣고 다니면서 거리전시도 할 거라고 들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있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국화빵을 담아주는 종이봉투에 사진과 관련된 뭔가를 포함하거나, 트럭 뒤편에 스크린을 만들어 사진영상 슬라이드쇼를 한다거나, 대형 주차장이 있는 곳이라면 이젤 전시도 가능하겠지. 어쨌든 핵심은 이 거다. 나는 굳이 고급 갤러리에서 전시할 생각이 없다. 시민, 관객에게 다가가는 전시형태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국화빵은 나의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내 사진과 관객 간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아. 내 사진집을 사간다면 서명도 해주고 국화빵 서비스도 약간 넣어줄 것이다.”

 

 -아까 매립지에서 보니 주민들 중에 해녀 할머니들도 많이 보이더라? 할머니들이 야스쿠니를 아는가?

 “이호테우 해녀 사진집 만들고 전시하면서 할머니들과 가까워졌다. 마침 오늘 오전 중에 물질을 마치고 쉬는 분들이 있다고 하길래 놀러 오라고 했더니 많이 오셨다. 야스쿠니를 아냐고?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매립장에서 권철이 전시하니 놀러 오세요”했더니 오셨다. 와서 보시더니 “이거 우리 사진(이호테우 해녀작업사진) 아니네?”, “이거 일본 사진이네!”하시면서 알아보시더라. 해녀 할머니들이 권철의 테마를 다 알고 계신다. 소록도, 가부키초, 야스쿠니…. 그동안 해녀 할머니들 사진 찍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길 했기 때문에 다 알고들 계신다.

 

 -앞으로 계획은?

 “국화빵 장사를 본격화할 것이다. 제주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권철의 국화빵’이 인정받게 되면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지난 추석 연휴 관덕정에서 야스쿠니전시를 할 때 중국 젊은이들이 많이 왔다갔다. 그들은 야스쿠니가 뭔지 한눈에 알아보더라. 항일에 관해서는 중국이 관심이 많다.

 

 -앞으로 거리전시를 하다가 또 야스쿠니 사진을 태울 계획이라고 밝혔던데?

 “그럴 것이다. 야스쿠니의 발톱을 계속 알릴 것이다.


  한 때 일본의 사진작가들이 필름으로 찍은 다음 단 한 장만 인화를 하고 필름을 태우곤 했다. 그 이유는 필름이 남아있는 한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적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짓이었다. ‘유일한 프린트’란 것을 입증하려는 짓이었다. 권철 작가는 지금 현재 시점에선 사진판매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권 작가의 철학은 “다큐멘터리사진작가는 그가 찍은 피사체를 이용해 이윤창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 작가는 전시는 해도 전시한 작품을 판매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 작가는 전시한 사진을 태운다. 태운다는 점에서 필름을 태워 유일본을 만들고자 했던 일본사진 작가와 같아 보이지만 그 취지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씨알도 안 먹힐 말이겠지만 권철 작가에게 “너무 터무니 없이 비싼 값이 아니라면 사진을 판매하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니니 마음을 고쳐먹어라”고 권유했다. 권 작가는 “돈 안 되는 사진만 찍는 게 나의 운명이려니 한다”고 마무리했다.

 

 제주/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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