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부엉이처럼 어둠이 사진 지혜 비결

곽윤섭 2010. 04. 13
조회수 14376 추천수 1

   스티브 매커리 사진전 ‘진실의 순간’
   풍경엔 사람 꼭 넣어 환경과 인간 공존 메시지
 대비·암시·생략 등 극대화 ‘생활사진가 교과서’

 

Sharbat Gula, Afghan Girl, at Nasir Bagh refugee camp near Peshawar, Pakistan1984.jpg

Sharbat Gula, Afghan Girl, at Nasir Bagh refugee camp near Peshawar, Pakistan1984
CopyrightⓒSteve McCurry


   매그넘 사진가이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대표 사진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전 ‘진실의 순간’이 지난 8일 시작됐다.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매커리가 직접 고르고 프린트한 것으로 한국에서 그의 단독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장소’, ‘의미’, ‘예술’, ‘힘’, ‘구성’의 다섯 분야로 나눠져 있는데 각 분야별 도입부에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 관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좁지 않은 공간이지만 하나같이 강렬한 대형 사진 100여 점이 관객을 압도하고 있어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매커리의 작품세계는 크게 인물과 풍경으로 나눌 수 있다. 인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작 ‘아프가니스탄 소녀’에서 보이는 것처럼 강한 눈빛이 특징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특징이 뚜렷한 인물을 찾아냈다는 것이 좋은 인물사진의 공통적인 조건이지만 숨어있는 그의 비결이 하나 더 있다. 전시개막 3일 전에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관객과의 만남 시간에 매커리는 “인물사진을 찍을 땐 그늘로 데리고 간다. 어두운 곳에서 인물의 동공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셔터를 누르는 것이 나의 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IMG_3365-1.jpg

 
 풍경사진 또한 그만의 특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화려한 색감과 알차고 볼거리 많은 구성이 그것이다. 도시, 거리, 자연환경 등에서 찍은 그의 풍경사진엔 반드시 크든 작든 사람(가끔 동물)이 들어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색과 구성만으로도 멋진 사진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이 들어가게 되면서 ‘환경과 사람의 공존’이란 메시지가 추가되는 것이다.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은 생활사진가들에겐 교과서나 다름없다. 대비, 암시, 생략 등의 사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을 극대화시킨 그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잘 찍는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A young refugee girl and her father near Freyzabad, Afghanistan1990.jpg
A young refugee girl and her father near Freyzabad, Afghanistan1990 CopyrightⓒSteve McCurry

Afghanistan2002.jpg
Afghanistan 2002 CopyrightⓒSteve McCurry
 
Before the monsoon, dust storms sear the arid plains of Rajasthan as female road construction workers seek scant shelter in the lee of a tree.Rajasthan, India1983.jpg
Before the monsoon, dust storms sear the arid plains of Rajasthan as female road construction workers seek scant shelter in the lee of a tree.Rajasthan, India1983 CopyrightⓒSteve McCurry
 
Coal Miner, Pul i Khumri, Afghanistan2002.jpg
Coal Miner, Pul i Khumri, Afghanistan2002  CopyrightⓒSteve McCurry

Fushimi Inari Shrine, Kyoto, Japan2007.jpg
Fushimi Inari Shrine, Kyoto, Japan2007 CopyrightⓒSteve McCurry

Golden rock, Kyaiktiyo, Myanmar (Burma)1994.jpg
Golden rock, Kyaiktiyo, Myanmar (Burma)1994  CopyrightⓒSteve McCurry

Hands, La Fortuna, Honduras2004.jpg
Hands, La Fortuna, Honduras2004  CopyrightⓒSteve McCurry

Kandahar, Afghanistan.jpg
Kandahar, Afghanistan   CopyrightⓒSteve McCurry

 
 
   ◈스티브 매커리 강연회
 인물 정면 선호 이유는 “대화하면서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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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5일 홍대앞 상상마당에서 스티브 매커리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아프가니스탄 소녀’를 찍은 지 17년 만에 다시 그 소녀를 찾아 나선 내셔널지오그래픽 관계자와 스티브 매커리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DVD 상영 1시간에 이어 매커리가 직접 자신의 작품세계를 슬라이드쇼로 보여주면서 40분가량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현재 한국엔 현실적인 이슈가 많이 있는데 스티브 매커리씨는 뭘 찍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통역의 실수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찍는다. 특히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스님과 사찰을 눈여겨보고 찍었다”라는 답변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친절하고 편안하게 그의 사진세계를 설명해나갔다.
 인물사진에서 정면이 많은데 그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커리는 “어떤 각도가 더 좋고 나쁨이 있다곤 보지 않는다. 나는 그냥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찍길 원하기 때문에 정면을 기록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매커리는 가장 존경하는 사진가로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을 꼽았으며 참가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내 블로그에 많이 적어두었으니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사진을 찍다가 거부당하는 경우는 없었는지를 묻는 참가자가 있었다.
 “만약 인물이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찍을 것이 많이 있다”고 넘겼다.
 거리에서 잠자는 사람의 사진을 지목하며 셔터소리가 그 사람을 깨우진 않았는지 묻자 “거리의 소음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잠자는 개의 경우는 다르다. 개를 찍을 땐 한 컷밖에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재치 있게 답했다.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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