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 김치? 아차! 족집게 편집자에 ‘꾸벅’

곽윤섭 2010. 01. 05
조회수 11750 추천수 1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3)
부랴부랴 후보정…자칫 ‘대형사고’ 터질뻔
같은 값이면 맛있게, 예쁜 그릇 빌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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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치엔 ‘오메가 지방산 3.6.9, 황금율을 지켜라”편이 나갔습니다. 과연 어떤 기름이 건강에 좋은 것인지 저도 평소에 궁금해하던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한 기사내용은 <한겨레> 온라인판을 참고하십시오. ▶ 기사 보기  
 
들기름, 올리브유, 포도씨유, 콩기름 이렇게 네 가지 모델이 준비되었습니다. 저마다 특색이 있어서 어느 하나가 월등하게 몸에 좋고, 나머지는 아주 나쁜 기름은 아니겠죠. 그러므로 네 가지 기름이 모두 나름대로 맛있고 몸에 좋아 보이게 찍어야 합니다.
 
기름 종류 알아보기 편하게 콩도 넣고 포도도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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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1일자 신문 ‘오메가 지방산 3.6.9, 황금율을 지켜라”


아시다시피 기름은 액체이니 기름 자체의 모양은 고정된 이미지가 없습니다. 담는 용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것입니다. 즉, 그릇이 예쁘면 기름도 맛있어 보일 것입니다. 이런 촬영을 위해서 잘 빠진 그릇을 구해야 하는데 매번 촬영 때마다 구입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신문사 근처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커피숍에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빌렸습니다. 그동안 단골처럼 다니는 곳이었으니 그날도 커피 한잔 마시고 얻어왔습니다. 네 가지 기름이 서로 다르니 컵도 다른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 날은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사무실에서 그냥 찍었습니다.
 
Untitled-4 copy.jpg다행히 조명기기는 하나 쓸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배경지를 놓고 조명만 있으면 아쉬운대로 스튜디오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기름만 가지곤 어떤 기름인지 알 수 없다는 조언에 따라 들깨, 올리브, 포도, 콩을 각각 준비해 기름에 넣었습니다. 모두 가라앉았는데 들깨는 둥둥 떠올라서 난감했습니다. 저어서 일부를 가라앉혔습니다. 유리컵은 반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조명 각도 조절에 애를 먹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변변치 않은 즉석 스튜디오에서 기름과 씨름했습니다. 몇 가지 대안을 만들어 마감했습니다. 다음은 편집자의 몫입니다. 예전엔 편집자와 꽤 날이 선 대화를 많이 했었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는 모두 제가 편집부 기자 생활을 1년 하고 난 다음에 생긴 변화입니다. 마음에 들든 아니든 편집자의 공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사진취재를 마쳤는데 후속처리가 문제였습니다. 저 기름들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촬영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어서 먹을 순 없었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리면 눈앞에선 안 보이겠지만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버려진 기름이 정화되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자료가 나와있습니다.
 
라면국물 1리터를 정화하기 위해선 깨끗한 물 3000리터가 필요합니다.

 우유 1리터                                 7000리터 필요
 기름 1리터                                12000리터 필요
 된장찌개 1리터                           6000리터 필요

 
이런 연구결과를 알면서 그냥 흘려보낼 순 없습니다. 옆자리에 있는 환경담당 기자께 자문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빵에 발라서 먹어, 사람 몸으로 정화하는 게 최고야.”
 
먹을 순 없었기 때문에 차선책을 구했습니다. 신문지에 흡수시켜서 일반쓰레기(가연성 쓰레기)로 버리는 방법입니다. 컵은 깨끗이 씻어서 커피숍에 반납했습니다. 그 후로도 1주일에 한번쯤은 그 커피숍을 찾습니다. 언제 또 그릇이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사진에서 모델도 중요, 뱃살 두둑한 내 사진 찍었다간…
 


[한겨레신문] ‘똑똑한 찜질’ 효과 톡톡.jpg
       ▲ 9월8일자 신문 ‘급성은 차게 만성은 덥게, ‘똑똑한 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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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8일엔 ‘급성은 차게 만성은 덥게, ‘똑똑한 찜질’ 효과 톡톡’ 편이 나갔습니다.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에서 사용하는 찜질의 재료와 방법을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 기사 보기

역시 모델이 필요했고 신체의 각 부위별 찜질사례를 사진으로 소개해야 했습니다. 이번엔 스튜디오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제가 먼저 조명을 연구하기 위해 올라갔습니다. 삼각대를 놓고 임시로 만든 침상에 제 몸을 올려서 몇 장 찍어봤습니다. 허리가 보기 흉합니다. 이런 허리에 찜질을 시연했다간 마이너스 효과가 날 게 뻔합니다. 양선아 기자가 모델을 모시고 와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한결 나았습니다.
 
Untitled-3 copy.jpg9월29일치엔 ‘기름기 뺀 차례상, 뒤 끝없는 한가위’편이 나갔습니다. 로보스식 상차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단순하고 음식쓰레기가 많이 남지 않는 상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정집에서 찍었기 때문에 조명을 따로 쓸 수가 없어서 외장플래시를 이용했습니다. 이날 촬영과정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뻔했습니다. 과일, 반찬, 탕 등을 전통방식에 따라 진열하다가 제가 그만 아무 생각 없이 김치를 상위에 올려두고 찍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편집 과정에서 “빨간 김치는 차례상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고 마감한 사진에 대해 지적이 들어왔습니다. 차례상에 김치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고춧가루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 조선시대였고 제사의 풍습은 그전부터 전해내려온 것이니 빨갛게 담은 김치가 올라가는 전례가 없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제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찾아보니 물김치는 차례상에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고춧가루 외에도 제사상엔 금기사항이 많이 있습니다.
 
후보정을 통해서 김치그릇을 지운 사진을 다시 마감했습니다. 하마터면 빨간 김치가 올라간 차례상이 신문에 나갈 뻔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글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게 사진, 기사도 사진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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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2.0면을 위한 사진은 사건, 사고, 집회의 사진만큼이나 중요한 정보가 제공되는 분야입니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히게 하려는 목적으로도 사진이 쓰이지만 사진 자체에도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의 실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어떤 지면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은 시각물입니다.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도 시각물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스 미디어를 통해 수용자에게 기사를 보여주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눈으로 본 것을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사진 외에도 유용한 시각물이 있습니다. 표, 지도,  만화, 그래픽 자료 등이 쓰입니다. 기사의 내용에 따라 어떤 시각물이 더 적합한지를 결정할 일이지만 사진은 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아주 중요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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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9일자 ‘기름기 뺀 차례상, 뒤 끝없는 한가위’. 후보정을 통해 김치를
        지운 사진이 실렸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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