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먹이는 엄마 찍으러 갔다가 ‘대략 난감’

곽윤섭 2009. 12. 18
조회수 41713 추천수 2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민망함도 잠시, 4명의 엄마와 아기 절묘한 포즈
손 사진, 그래픽으로 어수선 ‘편집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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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4일치엔 ‘대한민국 3% 모유만세’편입니다. 모유 수유를 권장함과 동시에 모유 수유의 어려움, 성공비결 사례 등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건강담당 양선아 기자가 글을 썼습니다. 회의 끝에 모유 수유 장면을 찍는 것이 좋겠다는 합의가 도출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누가 모델로 나설 것인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모유 수유 홍보대사까지 지냈던 탤런트 채시라씨 등 유명인들이 당당하게 모유 수유를 하는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만 일반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염려되었습니다. 영등포구청에서 협조를 했습니다. 건강한 모유 수유아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유장면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땐 여자 사진기자를 보내야하는데 좀 난감했습니다.
 
밥 때도 아닌데 젖 물려서 아기들도 고생  
 
[한겨레신문] 24시간 가까이... 다른 방법은 없었다 대한민국 3% ''모유 만세''-건강 22면-20090804 copy.jpg
      ▲ 8월4일 ‘대한민국 3% 모유만세’


양 기자와 함께 구청 보건소를 방문했습니다. 과연 한눈에도 잘 키운 아가들이 한 방에 모여 있었습니다. 아가들은 아가들끼리, 엄마들은 또 자기들끼리 인사를 나누느라 떠들썩했습니다. 취재의 목적과 취지를 이해시키고 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보건소 관계자와 양 기자는 저를 잠깐 쳐다보더니 나가있으라고 했습니다. 엄마들이 민망하지 않은 상황을 준비해놓고 부르겠다는 것입니다.
 
이윽고 신호가 와서 다시 방에 들어갔습니다. 과연 절묘한 자세로 네 명의 아기들이 각자 엄마의 젖을 물고 있었습니다. 엄마들이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는 광경은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한 장면입니다. 사진취재를 하는 저로선 편안한 마음이었는데 엄마들은 조금 불편해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막상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도중에 한 녀석이 계속 사진을 의식해 엄마 젖을 물지 않고 카메라를 보는 바람에 NG가 났던 것 외엔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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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기들이 젖을 먹는 시간이 아닌데 억지로 물려두니 싫었을 것입니다.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사진을 찍고 돌아서려니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싶었습니다. 머리 한가운데는 듬성듬성하고 이제 내일모레면 50줄에 들어서니 그럴만도 합니다. 예전엔 시위현장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경찰과 자주 시비가 생기곤 했는데 (제가 시위현장 취재를 자주 나가지 않아서) 최근엔 그런 일이 없어진 탓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별로 시비에 말려들지 않게 된 것은 분명히 마음 편안한 일입니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편집자도 촬영 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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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5일치엔 ‘올 가을 신종플루 비상 손씻기에 달렸소이다’편이 나갔습니다. 이런 기사는 이미지 선택이 명쾌합니다. 손 씻는 장면을 깔끔하게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 모델의 섭외. 회사 안에서 가장 손이 날씬하고 예쁜 사람을 물색했습니다. 기사는 김양중 의료전문기자가 썼고 사진 촬영 준비과정은 담당 편집자가 도왔습니다. 회사 옥상의 수돗가에서 호스로 물을 뿌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겨레신문] 올가을 신종플루 비상 손씻기에 달렸소이다-건강 21면-20090825 copy.jpg
       ▲ 8월25일 ‘올 가을 신종플루 비상 손씻기에 달렸소이다’


8월이라고 해도 찬물을 10분 넘게 뿌려댔으니 손 모델의 주인공은 애를 많이 먹었을 것입니다. 관건은 빛의 각도와 셔터 속도. 대략 1/500초에서 1/1000초 사이에서 매뉴얼 모드로 촬영했습니다. 물이 시원해 보일수록, 손이 매끄럽게 보일수록 시각적 효과가 잘 날 것입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지만 최종 지면 결과물에선 사진 속에 지구본을 넣고 그래프를 바탕에 까는 바람에 어수선한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문은 한 두 명의 기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글과 사진과 편집이 어우러져야 하는 법이니 한 명에게 만족을 주는 결과물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그날 찍었던 후보작 몇 장을 보여드립니다. 시원하고 깨끗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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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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