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간’ 고등어 찍었는데 왜이리 싱싱해 보여?

곽윤섭 2009. 12. 11
조회수 15693 추천수 1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후기 (1)
연기에 심취한 꼬마 모델  인상 써…모기는 그림으로 ‘뚝딱’
편집자·취재기자들과 머리 맞대고 이미지 만들기 고군분투

 
 
[한겨레신문] ‘뱀파이어’ 출입금지 우리집은 ‘방충요새’-건강 21면-20090714.jpg

한겨레신문사에 사진기자로 입사한 지 만 20년 하고도 10달이 지났습니다. 사진기자는 신문에 실리는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언론환경이 바뀌어 이젠 온라인에 들어가는 사진취재도 합니다. 사진마을을 운영하는 저로서는 어찌 보면 온라인이 더 중요한 일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문을 종이로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웬만한 뉴스는 모두 포털에서 검색하는 것이 대세이니 멀지 않은 장래에 언론환경은 재편될 것 같습니다. <한겨레>에 실린 기사는 실시간대에 다른 포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포털에서 뉴스를 읽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뉴스의 원천작성자가 누군지, 어느 신문사인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합니다. 물론 우리 사회의 몇 퍼센트 정도는 알겠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있습니다. 사실 뉴스의 절반 정도는 다른 신문에도 똑같이 나옵니다. 같은 내용을 포털에서 보는 것이나 특정 신문사의 홈페이지에서 보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겠습니다. <한겨레>는 다른 언론사와 다르게 신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날마다 새로운 내용, 다른 내용을 기사화하긴 어렵습니다.
 
Untitled-3 copy 2.jpg

요즘 저는 사진마을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종이신문 <한겨레>의 ‘건강2.0’이라는 섹션에 들어가는 사진도 찍습니다. 제가 찍는 사진은 다른 신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런 점에서 날마다 새롭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과거 스트레이트면(정치,사회, 경제 등)을 맡을 땐 다른 신문사의 기자들과 날마다 현장에서 마주쳤습니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행사나 사건을 취재하면 크게 다른 사진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건강2.0’에서 다루는 내용은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니고 <한겨레>의 건강 담당 기자들이 기획해서 소개하는 것이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건강면의 내용들이 기상천외한 것이어서 완전히 새로운 것만 보여드릴 순 없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 예전에 다루었던 소재들을 시의성에 맞춰 다시 꺼내고 손질하는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로 다가간다는 점에서 유익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꼬마 모델 열연 펼쳤지만 신문에선 아래에 배치
 
[한겨레신문] ‘뱀파이어’ 출입금지 우리집은 ‘방충요새’-건강 21면-20090714 copy.jpg
       ▲ 사진을 클릭하게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3차례에 나눠서 건강 2.0에 실린 사진들을 찍었던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7월14일치엔 ‘뱀파이어 출입금지, 우리 집은 방충 요새’ 편이 나갔습니다. 기사를 읽으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습니다만 모기를 막는 데는 모기향, 모기약 같은 퇴치약품들보다는 모기장이 최선책이라고 합니다. 모기장은 어찌보면 단순한 발상입니다. 모기와 사람의 공간을 분리해서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모기를 때려잡거나 약을 뿌려 잡지 않아도 좋으니 가장 고단수인 것 같습니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선 회의 과정을 꼭 거칩니다. 담당 편집자와 기자와 함께 사진을 포함한 시각물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이날엔 모기장을 찍는 것으로 쉽게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모기장 안에서 어린아이가 잠자고 있는 사진이면 효과가 더 크겠다는 판단도 나왔습니다. 모기장 안에 아이가 있고, 모기장 바깥엔 사납게 생긴 모기가 윙윙거리면서 날아다니는 사진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렌즈를 바짝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는 모기가 있다손치더라도 모기와 사람의 크기는 너무 차이가 나서 한 앵글에서 소화가 안 됩니다.
 
__.jpg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 기자가 모기장 안에서 잠자는 역할을 할 아이 모델을 자기 집에 대기시켰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작은 모기장을 하나 사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예쁜 달과 별이 그려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잠이 스르르 올 그런 아기 모기장이었습니다. 꼬마 모델은 엄마의 요청에 따라 웃옷을 벗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좋아하는 공룡 한 마리를 같이 넣어주었습니다. “눈 꼭 감고 자는 척하면 돼요”라고 했는데 착한 모델께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인상을 쓰면서까지 눈을 감는 바람에 지나치게 잠에 빠져든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조명의 종류와 각도를 바꾸면서 여러 차례 촬영했습니다. 편집자는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모기 한 마리를 그려놓았습니다. 모기장 속의 꼬마 사진은 아래쪽에 내려가고 말았습니다만 꼬마 모델의 열연이 잊히지 않습니다.
 
먹을 땐 잘만 녹던 아이스크림, 결국 뜨거운 물로…
 
[한겨레신문] 식중독 균의 습격… 여름 밥상 100℃를 지켜라-건강 21면-20090728 copy.jpg
       ▲ 사진을 클릭하게 크게 볼 수 있습니다.
 

7월28일치엔 ‘식중독균의 습격…. 여름 밥상 100℃를 지켜라’  편이었습니다. 상하기 쉬운 식재료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이스크림과 고등어를 찍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 ‘맛이 간 것처럼 보이는 고등어’를 사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스튜디오에 모시고 왔습니다. 아가미를 벌려 피가 나오도록 해서 도마 위에 놓고 찍어봤습니다. 부패하기 시작한 고등어를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찍어도 싱싱해 보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리저리 앵글을 살펴보다가 뒤집어서 배가 위로 가도록 놓고 찍었더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메인으로 실린 고등어는 이렇게 해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한편 아이스크림은 녹기 시작하는 것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제가 카메라를 세팅하는 동안 편집자와 기자가 번갈아가며 아이스크림을 들고 조명 앞에 서있어야 했습니다. 먹을 땐 쉬 녹던 것이 찍으려고 하니 좀처럼 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운물을 부어서 빨리 흘러내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사건이나 사고를 다루는 스트레이트 현장에선 연출이 허용되지 않지만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을 이용합니다. 
 
Untitled-2 copy.jpg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양심 버리는 곳

  • 곽윤섭
  • | 2010.03.24

점심을 먹고 서부지원 뒷길을 걸어나오다가 담장에 꽃을 걸어둔 것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꽃도 한 송이가 아니라 화환처럼 장식을 ...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2] 들이거나 내치는 소통 여닫이로 ‘안-밖 두 얼굴’

  • 곽윤섭
  • | 2010.03.18

<제5강> 문 닫힌 문-열린 문, 나오거나 들어가는 장면 달라 문 넘어 문, 또 넘어 문, 문…, 생의 마지막 문은? 1990년대 중반에 이탈리아 로마에...

취재

대자연의 예술 ‘렌즈구름’ 순간포착, 마치 UFO

  • 곽윤섭
  • | 2010.03.12

기상사진공모전 기기묘묘한 찰나의 선물…상상력의 원천 ‘합성한 것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 ▲ 최우수상, 양필호 <하늘의 전령사>. 2010년 ...

강의실

애정과 섬세한 관찰력이 관건

  • 곽윤섭
  • | 2010.03.11

[1~4강 클리닉] ▣ 1강 길을 찍어라 그림자가 만드는 길, 그리고 인생의 길 최옥선님과 김옥희님의 사진을 선정합니다. 두 분 다 길의 중의적 ...

강의실

경계하는 앙칼진 몸짓, 애정을 담아 다가간다

  • 곽윤섭
  • | 2010.03.04

<4강> 고양이 눈동자서 풍기는 ‘묘한’ 매력, 쉽게 안잡히는 애인같아  골목, 자동차 밑… 마음 다친 길냥이들 누가 만져 줄까 어떤 테마를 정해...

취재

깐깐한 사진가들과 안동 갑시다

  • 곽윤섭
  • | 2010.03.03

하니포토워크숍 2기 18일부터 안동에서 열려 이갑철 신미식 임종진 등 강사진 ‘거물’ 한겨레가 주최하는 하니포토워크숍 2기가 오는 3월 18일부터 ...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2] 장소·지위·마음 따라 일과 쉼이 머물고 떠나고

  • 곽윤섭
  • | 2010.02.26

<제3강> 의자 임자 따로 있기도 하고, 앉으면 주인이기도 하고 나무토막·깡통이면 어떻고 맨바닥이면 어떠한가 지난해 연말 아도비사에서 주최한 포토...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 끊고 막는 담은 필요 악일까 악의 필요일까

  • 곽윤섭
  • | 2010.02.18

<제1강> 벽 옛 돌담은 꼬불꼬불, 지금의 콘크리트는 일직선 우리 삶에 금 그은 모습, 또 그 안과 밖은 어떨까 영화 ‘거룩한 계보’를 보면 운동...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2] 세월은 가도 풍경은 남아 삶이 흐른다

  • 곽윤섭
  • | 2010.02.11

<제1강> 길 가야할 길, 가지 말아야할 길, 가지 않은 길… 선 따라, 형태 따라 느적느적…정이 따라온다 지난해 11월 말에 사진강의실 시즌1을 끝...

강의실

사진강의 개설 안내

  • 곽윤섭
  • | 2010.02.09

다음주 토요일 2월 20일부터 새로운 강의를 시작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사진클리닉 수업은 지난 1월 말에 17기를 졸업시켰고 잠시 휴지기를 가집니...

취재

사진의 주인은 '찍힌 사람들'

  • 곽윤섭
  • | 2010.02.03

주영욱 인도에서 찍은 사진을 되돌려주러가는 주영욱씨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주영욱(49·한국마크로밀코리아 대표)씨는 4일 인도 바라나시로 사진전을...

취재

낯선 땅에서 빛으로 쓴 시, 마음 찰칵

  • 곽윤섭
  • | 2010.01.29

사진전 연 시인 박노해 중동 분쟁지역 돌며 찍은 4만 컷 중 37장 전시 가까이 더 가까이, 아이들 울음소리까지 쟁쟁  1991년 3월12일 ‘노동의 ...

취재

‘버려졌기에’ 아름다운 대륙 눈앞에서 영화로…

  • 곽윤섭
  • | 2010.01.18

‘다큐멘터리 사진 전설’ 살가도의 아프리카전 리뷰 2012년 전시 ‘살아남은 자연’ 제네시스 미리 맛봐 대형 프린트 100장엔 ‘사회 문제’ 섬세하...

사진책

윤미네 집-복간

  • 곽윤섭
  • | 2010.01.07

<윤미네 집>구매하러가기 복간된 '윤미네 집' 전몽각선생의 사진집 '윤미네 집'이 20년 만에 복간됐다. 지난 1990년 전몽각씨의 동명사진전 '윤미네...

전시회

박노해 첫 사진전 ‘라 광야’전

  • 곽윤섭
  • | 2010.01.06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의 첨예한 분쟁 현장에서, 인류 문명의 시원지 알자지라와 쿠르디스탄에서, 카메라를 든 ‘사진가 박노해’를 만납니...

전시회

세바스티앙 살가도 ‘아프리카’전

  • 곽윤섭
  • | 2010.01.06

▲ 루에나시 교외의 학교. 학생 각자가 의자 대용의 물건을 가지고 온다. 앙골라, 1997.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세바스티앙 살가도...

취재

제사상에 김치? 아차! 족집게 편집자에 ‘꾸벅’

  • 곽윤섭
  • | 2010.01.05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3) 부랴부랴 후보정…자칫 ‘대형사고’ 터질뻔 같은 값이면 맛있게, 예쁜 그릇 빌려 ‘찰칵’ 9월1일치엔...

취재

내 이름은 이혜수, 한국사람입니다

  • 곽윤섭
  • | 2009.12.31

이 사진과 글은 사진가 이기태씨의 작품입니다. 아래쪽에 이기태씨에 대한 소개글이 있습니다. [포토스토리] ‘과거 자신’ 돕는 이혜수씨 베트남...

취재

모유 먹이는 엄마 찍으러 갔다가 ‘대략 난감’

  • 곽윤섭
  • | 2009.12.18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민망함도 잠시, 4명의 엄마와 아기 절묘한 포즈 손 사진, 그래픽으로 어수선 ‘편집 위해서라면…’ 8월4...

취재

‘맛이 간’ 고등어 찍었는데 왜이리 싱싱해 보여?

  • 곽윤섭
  • | 2009.12.11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후기 (1) 연기에 심취한 꼬마 모델 인상 써…모기는 그림으로 ‘뚝딱’ 편집자·취재기자들과 머리 맞대고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