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호는 수상자격이 없다" (2)

사진마을 2015. 09. 18
조회수 13852 추천수 1

최민식상 본상 수상작 '최광호 사진' 분석 두번째

"현재 공개된 여덟장을 모두 보니 점입가경...."

 

 

사진가 박진호가 최광호의 수상작에 대한 분석 두번째 글을 보내왔다. 현재 포토닷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개된 '최민식사진상' 본상 대상 수상작은 모두 여덟장이다. 이번 글은 그 여덟장 모두에 대한 분석이다. 아래에 토씨 하나 손대지 않고 그대로 옮긴다. 박진호의 글에 대한 의견이나 이견이 있으면 사진마을로 보내주길 바란다. (kwak1027@hani.co.kr) 호불호, 찬성 반대, 혹은 중립이라도 사진계 여러분이 발언을 해야할 시점이다. 박진호의 글에 대한 의견은 없이 방식에만 이의를 제기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 주장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양비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가장 치졸하다. (참고로 최민식상에 제출된 최광호의 포트폴리오는 26장으로 전해졌다.)

 

 

 

                 <여덟 장의 사진에 대한 구체적 분석>

 
   공개토론을 요구한 지 1주일이 지났다. 그 요구에 심사위원 세 명과 작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1주일 동안 그들의 고민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지, 여전히 코웃음 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반면 글이 게시되어 있는 한겨레신문 블로그 <사진마을>은 바글바글하다. 9,000 조회 수를 향해 마구 달리고 있다. (9월 18일 현재 9,200건을 넘겼다. http://photovil.hani.co.kr/453706) 지면 관계상 설명하지 못한 나머지 6장 사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소식도 제법 많이 들려왔다.
 
    공개토론에 대비하여 꼭꼭 안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내 주장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 그 사진들을 내가 어떻게 분석했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왜 나는 최광호의 사진이 애초 심사 대상(對象)이 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가?>에서 미진했던 면을 보완해 보겠다. 먼저 최광호 사진가의 <작가노트>를 다시 읽어보자. 나는 작가가 내세우는 작품 개념을 매우 중시한다. 작가의 육성은 당연히, 작품과 제작 동기에 관한 1차 자료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은 하늘을 숭배하고 살았다. 남아 있는 하늘을 숭배하고 산 삶의 흔적 중에서 가장 으뜸인 것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天際’이다. (…) 하늘이 열린 개천절날, (…) 우리 반도의 중심인 1,561미터 태백산에 올라가 대자연을 향해 마음을 기울여온 것이 우리 민족이다. 높고 높은 제단, 하늘을 상징하는 우주의 별자리, 고구려의 힘을 상징하는 삼족어, 돼지가 아닌 소의 머리가 올라간 제상, 하늘에 잔을 올린 다음의 아홉 번의 절, 이 과정은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며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장엄한 의식이며 거룩한 서사다. (…) ‘天際, 숨의 풍경’은 우리 민중과 민초의 삶의 의식이 뿌리 깊게 베어 있는 天際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흔적을 추적하는 나의 평생 작업의 한 토막이다.> (전문 및 사진 : http://m.blog.naver.com/photodotb/22039868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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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완벽한 기념사진이다. 행사 후 기념사진 촬영의 전형 아닌가? 더 이상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최광호 사진가는 저런 사진이 들어있는 포트폴리오로 <최민식 사진상> 대상을 받았고, 수상자 발표 후 국제신문(2015.6.22. 23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은 어떻게 숨을 쉬고 살게 됐는가 하는 근원적인 역사의식과 인식구조를 고민한 작품”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여기까지가 지난 9월 8일 <사진마을>에 글을 올렸을 때 설명한 내용이다. 지면 제한으로 부득이 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덧붙인다.
 
    언뜻 보면 천제단(天祭壇) 앞에 서 있는 한 무리의 한복 차림 사람들이 그 어떤 제의 절차를 치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사실 나도 신문에 보도된 작은 사진을 보았을 때는 하늘을 향한 경건한 ‘합창’을 하고 있는 장면쯤으로 봤다. 하지만 천제(天祭)에는 저런 제의 절차가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 자, 그럼 설명을 좀 더 붙여보겠다.
   사진 제일 왼쪽을 보자. 큼직한 등산배낭을 멘 채 동그란 등산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이 보인다. 그 앞에 역시 비슷한 복장의 사람 (최소) 세 명이 천제단 내부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천제단에 오를 수 있는 때, 즉 천제 행사가 완전히 다 끝났음을 의미한다. 그 다음 천제단 위에서 깃대를 붙들고 기를 쳐다보고 있는 젊은 청년과 그 옆에 손만 보이는 일반 복장 차림의 사람을 보자. 그들이 지금 엄숙한 천제의 어떤 절차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면 오른쪽 끝에도 일반 복장의 여성이 한 명(아니면 두 명이) 있다. 무엇보다도 28명의 어리고, 젊은 여자들과 1명의 갓도 쓰고 안경도 쓴 남성, 총 29명 등장인물의 자태가 흥미롭다. 얼굴 표정이 웃는 사람도 있고, 굳어 있는 사람도 있다. 행사 참여 만족도가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그럼 다음으로, 그들의 몸의 각도와 시선을 살펴보자. 일치된 한 곳을 향하고 있지 않다. 여기저기를 향하고 있다. 즉 사진 찍는 사람이 최광호 사진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있었다는 뜻이다. 전혀 통제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사진가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촬영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했을 것이다. “여기 좀 봐요, 자, 자, 여기여기…….” 이벤트 행사장의 파장 분위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결국 깔끔하고 ‘완벽한’ 기념 촬영에도 실패한 사진이다. 그래서 위의 “완벽한 기념사진이다”라는 내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수정해 본다. 
 다시 결론? 천제 이벤트 ‘출연진들’이 행사를 무사히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다! 표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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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멀리서 태백산 정상 천제단을 찍은 사진이다.(태백산 정상 높이는 1,567미터, 천제단은 1,560미터 지점에 있다고 한다).
 
 만일 공개토론장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 : “행사를 소개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 즉 행사장의 전체 모습을 보여 주려는 사진처럼 보인다. 행사 장소를 다각도로 보여주는 정보적 사진에 불과하다.”
 
    이렇게 말하면 그 네 명 가운데 한 사람쯤은 아마도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네 명 중 1인 : “그게 뭔 말인가? 이 사진은 천제의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는 천제단이 있는 곳, 태백산 정상의 그 웅장하고 영묘한 기운을 드러낸 사진이다.”
 
 나 : “이 사진이 어떤 시각요소에 의해 그렇게 보이는가? 태백산 정상의 높이감? 그렇다. 중요한 것은 ‘높이감’이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 높아야 하지 않겠나? 우뚝 솟아 주변의 봉우리들을 압도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이 사진이 그런가? 카메라 앵글이 너무 높았다. 주변의 산봉우리들을 전혀 압도하지 못한다. 결국 이 사진은 천제가 열리는 장소의 전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정보적 사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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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3. 천제(天祭)-넓은 하늘-한 점 구름-갓 쓴 남성 14명….
 
    수상작 발표가 난 신문 기사를 통해 이 사진을 봤을 때, “천제-숨의 풍경”이라는 제목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선으로 포착한 화면은 동적인 느낌도 준다. 뭔가 잘 모르지만 천제(天祭)라는 글자와도 잘 어울리고, 뭔가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듯했다. 이스터 석상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도….
    그러나…,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쓴 복장은 조선 시대 양반의 평상복 아닌가? 따라서 아무리 조선 시대의 천제였더라도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참제(參祭) 했을 거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다.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복식(服飾) 고증의 문제까지 가지도 못한다. 상식적 차원에서의 논의다. 즉 엄격한 제례는 절대 평상복을 입고하지 않는다. 오늘날 자칭 뼈대 있는 가문이라고 자부하는 정도의 집안 제사에서도 그렇다. 아무리 21세기 최첨단 초현대식 병원에서 치러지는 초간단 장례식이라도 상주가 평상복을 입고 문상객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왜 ‘전통’을 말하려고 하면, 갓 쓰고 한복부터 챙겨 입고 등장하는가? 어쨌든 ‘천제의 체험 현장’에 서 있던 그들은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상자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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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4. 이 사진이 아마도 태백산 천제의 세 번째 순서, 번시례(燔柴禮)인 것 같다. ‘번’은 태운다는 뜻, ‘시’는 땔나무 혹은 잡풀을 의미한다. 이 천제에서의 번시례는 번시관이 풀로 만든 옷(草衣)을 입고(걸치고) 등장한 후, 쑥을 태워 그 연기로 하늘에 천제가 열리고 있음을 고하는 순서다. 그런데 나는 번시례보다는 그 주위에 눈길이 많이 간다. 북두칠성을 비롯해 여러 별자리가 그려진 깃발, 그 ‘별’에서 우주적 기운을 느껴보려 노력한다. 어렵다. 화면 오른편에 있는 알루미늄 재질 같은 솥에서 부조화를 느낀다. 좌, 우에 있는 양초에 붙은 종이는 무엇일까? 부적일까? 상표일까? 궁금해진다.
   
    이 사진을 촬영할 당시(2002-2007년 사이의 어느 해) 번시관이 누구였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제주(祭主)부터 시작하여 주요 역할 대부분을 정치인이 줄곧 맡아 왔고, 지금도 그러한 것을 보면 지금 저 사진 속 번시관의 원래 직업을 짐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2주 정도 지나면 2015년 10월 3일 개천절이 된다. 그날 11시에서 1시 사이에 정오에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 오르면 초헌관 역-김연식 현 태백시장, 아헌관 역-유태호 현 태백시의장, 종헌관 역-김해운 현 태백문화원장, 고문위원-최문순 강원도지사, 염동렬 국회의원 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번시관 역은 확인하지 못했다. 저 장면이 엄숙하게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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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5.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작가는 진정 이것을 천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고 포트폴리오에 넣었단 말인가?
    자, 흰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의 왼쪽을 보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단계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제례가 진행되고 있는 천제단을 향해 등을 지고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의 남녀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바닥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자 한 명은 알루미늄 등산의자에 앉아 있다. 그들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듯하다. 바로 옆에 하얀 스티로폼 도시락 같은 것이 보이고, 몸통 끄트머리만 보이는 제일 오른쪽 남자의 꾸부정한 자세에서도 취식의 느낌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장엄한 의식이며 거룩한 서사”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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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6. ‘그’ 별자리 깃발이 많이 등장한다. 흑백사진 속에서 태권도복 같은 옷을 입고 깃대를 들고 있는 열대여섯 명의 청년들,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하루 이벤트 참여를 위해 온 젊은이들이란 말인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왼쪽을 쳐다보고 있는, 오른쪽을 쳐다보고 있는, 정면을 바라보는 듯한…. 초등학교 운동장 조회 분위기 같다. 오른쪽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청년들은 넘어지지 않으려 깃대를 붙잡고 조는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깃대 역시 똑바로 서 있지 못하다. 아마 평소에 하지 않던 등산, 태백산 정상에 오르느라 무척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 뒤로는 군중이다. 참제자와 관광객으로 보인다. 그들에게서 천제의 엄숙함, 느낄 수 있는가? 왼쪽 선녀 역할 여학생들의 움직임 또한 집중력을 흩뜨려 놓는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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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7. 천제단을 배경으로 하여, 갓 쓴 남성의 뒷모습이 사진 속에서 평면이 되어 한 몸이 되었다. 사진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갓을 쓴 남성이 지닌 마음, 즉 무엇인가에 대한 기원, 회상, 다짐, 각오 같은 것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이 사진에서 또다시 제례 순서에 없는 장면, 어색하게 쓴 갓, 연출 사진의 느낌, 재미나게 생긴 별자리 깃발, 어수선한 주변 상황 같은 것을 지적할 것 같은가? 아니다. 그런 문제를 잠시 접어 두고 순수하게 이 사진을 감상해 보자. 이 사진은 ‘포토저널리즘’에서 말하는 피처(feature) 사진과 비슷하다. 즉, 메인에서 살짝 벗어났지만 그것이 있어 전체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 주변적 사진…. 여담 같은 것…. 긴장감 넘치는 큰 행사가 끝난 다음의 릴렉스 같은 것….
    그런데 문제는 메인이다. 핵심이다. 지금까지 나는 6장의 사진 모두 <최민식 사진상> 심사 대상(對象) 절대 결격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이제 일곱 번째 사진이다. 엄숙함, 경건함 같은 것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이 사진의 문제점은 정작 있어야 할 메인, 핵심은 없는 상태에서 혼자 겉돌고 있는 피처 사진일 뿐이다. 다시 말해 포트폴리오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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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 나는 1990년 29살 때 네팔에 갔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 있다는 그곳…. 중학생 때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거기, 히말라야 산맥 어느 산자락에서 나는 그 거대한 산봉우리를 쳐다보며 인간의 왜소함과 유한성을 생각했다. 내 인생, 작가로서의 삶을 결심하고 왔다. 그리고 작년 3월-4월 24년 만에 다시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갔다. 4,200미터 베이스 캠프까지 올라갔다. 그런 나에게는 이 사진에서 등산용 스틱만이 돋보인다. 롤랑 바르트가 말하는 푼크툼이 이런 것인가? 저 스틱은 알루미늄 재질인가? 두랄루민인가? 고가의 카본일까?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등산을 많이 다니면서 등산 스틱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거의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저 스틱이 천제랑 무슨 관계야?” 푼크툼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볼 수 있었던 맨 마지막 사진, 이 정도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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