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호 작품은 최민식사진상 자격 없다"(일부 수정)

사진마을 2015. 09. 08
조회수 24689 추천수 1

 

<최민식사진상>과 관련해 사진가 박진호씨가 글을 보내왔다. 전문을 게재한다. 예의만 지킨다면 이에 대한 반론이나 의견은 그대로 수용할 것이다. -사진마을

일부 수정-아래 최광호 사진가의 <수상소감문>은 <작가노트>가 정확하다고 알려왔습니다. 바로 잡습니다. (9월 8일 오후 6시 39분 현재) -사진마을

 

 

 

<왜 나는 최광호의 사진이 애초 심사 대상(對象)이 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가?>

- 2015년 제2회 <최민식사진상> 심사위원과 대상(大賞) 수상작가에게 공개토론을 촉구하며....

 

 

최광호의 이번 대상 수상 작품은 <최민식 사진상> 심사 대상의 자격을 지니지 못했다! 이 주장은 최광호의 사진이 <최민식 사진상>의 지원 자격인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볼 수 없다는 확신에서 비롯한다. 그럼 최광호의 사진은 무엇이란 말인가? 먼저 최광호 사진가의 수상 소감문을  <작가노트>를 통해 자기 작품과 작업관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자. <포토닷> 2015년 7월호에 실린 글이다.

 

 

<우리 조상은 하늘을 숭배하고 살았다. 남아 있는 하늘을 숭배하고 산 삶의 흔적 중에서 가장 으뜸인 것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天際’이다. (…) 하늘이 열린 개천절날, (…) 우리 반도의 중심인 1,516미터 태백산에 올라가 대자연을 향해 마음을 기울여온 것이 우리 민족이다. 높고 높은 제단, 하늘을 상징하는 우주의 별자리, 고구려의 힘을 상징하는 삼족어, 돼지가 아닌 소의 머리가 올라간 제상, 하늘에 잔을 올린 다음의 아홉 번의 절, 이 과정은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며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장엄한 의식이며 거룩한 서사다. (…) ‘天際, 숨의 풍경’은 우리 민중과 민초의 삶의 의식이 뿌리 깊게 베어 있는 天際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흔적을 추적하는 나의 평생 작업의 한 토막이다.> (전문 : http://m.blog.naver.com/photodotb/220398688730)

 

 

1. ‘대상 수상 소감문’ 비판을 통한 내 주장의 논리와 근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천제(天祭), 그 천제의 장엄함, 절차의 경건함, 아직도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천제의 전통 그리고 그것들을 통한 대한민국과 대한 국민의 정체성 확립…. 더불어 그 천제의 탐구를 평생 작업으로 다짐하는 작가의 각오까지…. 이 정도면 단순한 수상 소감문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에 의한 작품 개념, 작품에 대한 ‘핵심 설명’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천제(天際? 天祭!)에 대한 그의 설명이 오류투성이라면 어떻게 될까? 태백산 천제 연구가 김도현 박사에 의하면 태백산에서의 제사(太白山祭)는 신라시대부터 고려까지는 국가 제사로도 지냈지만, 조선시대에는 마을이나 개인 단위로만 진행되었다. 어쨌든 행해졌다는 기록은 많다. 그런데 신라시대부터 고려까지의 국가 주관 태백산제는 산제(山祭)였다. 산신(山神)을 모시는 제사였다. 천제(天祭)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 그에 의하면 태백산제를 국가 제사에서 제외한 조선시대에서의 태백산 천제 기록은 임진왜란(1592-1598)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조선 후기 특히 일제강점기 전후, 동학과 태극교도 등 신흥종단에 의해 행해진 것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점은 제사를 지낼 때 삼베나 소를 바쳤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제의 과정을 알려주는 기록은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그의 설명에 있다. 즉, 태백산제에 대해 현재 알 수 있는 것은 딱 세 가지다. “태백산에서 천제가 열렸었다는 단순 기록, 삼베와 소라고 하는 제수(祭需).”

 

이것들이 작가 자신에 의한 작품 개념, 작품 ‘핵심 설명’에 공감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외에도 그의 발언 곳곳에서 오류를 발견했고, 그것에 대한 반박 근거, 자료를 준비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일단 줄이도록 하겠다.

 

 

2. 태백산 천제의 ‘고증 결여’를 토대로 한 내 주장의 논리와 근거

 

설령 태백산 천제가 아무리 역사가 깊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고증(考證)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행해지고 있는 태백산 천제는 무엇이란 말인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1987년에 태백시에서 ‘태백산 천제 위원회’가 결성되어 시작되었다. 그 행사의 근간은 위에서 말한 태극교도들이 1938년 거행한 단 한 번의 천제와 1949년 한 종교단체에서 진행한 천제 기록, 사진이다. 결국 태백산 천제는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례, 제수, 의복이 전통성/정통성을 갖추지 못한 행사, ‘만들어진 전통’일 뿐이다.

 

3. 대상(大賞) 수상 사진 분석을 통한 내 주장의 논리와 근거

 

절대적으로 고증이 결여된, 전통이 ‘재창조’ 되고 있는 행사를 촬영한 사진인데다가 총 26장 중 단 8장만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8장 사진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혹시 사진가의 주장만큼 밀도가 있는가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단히 실망했다. 아니, 정말 놀랐다. 여기서는 일단 가장 문제성 있어 보이는 사진 1번과 5번 사진을 분석하면서 내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 보겠다.(사진-http://m.blog.naver.com/photodotb/220398688730)

 

 cgh01.jpg » 숨의풍경-천제 젤라틴 실버 프린트 2002-2007 16x20(inch)

<사진 1.> 완벽한 기념사진이다. 행사 후 찍는 기념사진의 전형 아닌가?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최광호 사진가는 이런 사진이 들어있는 포트폴리오로 <최민식 사진상> 대상을 받았고, 수상자 발표 후 국제신문(2015.6.22. 23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은 어떻게 숨을 쉬고 살게 됐는가 하는 근원적인 역사의식과 인식구조를 고민한 작품”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cgh02.jpg » 숨의풍경-천제 젤라틴 실버 프린트 2002-2007 16x20(inch)

<사진 5.>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등지고 있는 여성의 왼쪽을 보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단계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제례가 진행되고 있는 천제단을 향해 등을 지고 서있다. 하지만 다섯 명의 남녀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바닥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자 한 명은 알루미늄 등산의자에 앉아 있다. 그들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듯하다. 바로 옆에 하얀 스티로폼 도시락 같은 것이 보이고, 몸통 끄트머리만 보이는 제일 오른쪽 남자의 꾸부정한 자세에서도 취식의 느낌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장엄한 의식이며 거룩한 서사”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나는 대상 수상 작품 26점 중 일반에 공개된 8장밖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는 단 2장만을 소개했다. 하지만 (내가 아직 소개 못한 6장과 더불어) 이런 사진이 포함된 포트폴리오는 대상(大賞)을 받을 수 없다. 아예 보지도 못한 나머지 18장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렇다. 위에서 제시한 ‘논리와 근거 1. 2.’ 때문에 그렇다. 최광호의 사진은 ‘만들어진 전통’에 불과한 행사를 찍었다. 따라서 대상(大賞)은커녕 애초 <최민식 사진상>의 심사 대상(對象)의 자격조차 지니지 못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진가 최광호를 대상으로 뽑은 심사위원장 정주하와 운영위원장 겸 심사위원 이상일 그리고 심사위원 이갑철에게 중대한 책임이 발생한다. 그들은 태백산 천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심사했다. 알았으면 최광호를 선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최광호의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천제를 몰랐다고 기념사진이 안 보이겠는가? 그렇다고 나머지 두 명의 심사위원 송수정과 박상우에게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본 것보다 훨씬 큰 사진으로, 26장을 다 보았을 텐데 ‘문제’가 안 보였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태백산 천제가 무엇인지 조금만 알았더라도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논리로 설득, 반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사진 속에서 문제점을 발견했고 설득, 반박했는데도 그 세 명의 심사위원이 최광호를 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라면 사퇴로써 항변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송수정, 박상우 두 명도 태백산 천제가 무엇인지 몰랐을 거라는 추측은 확신으로 바뀐다.

도대체 심사위원들 다섯 명은 1시간의 심층 면접 때 어떤 질문을 했단 말인가? 어떻게 심사평이라는 게 작품에 대한 설명은 한 줄도 없고 기껏 “긴 세월 사진작업 안에 몰두해온 끈기 있는 작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뿐일 수 있는가?

 

공개토론회를 요구한다. 심사위원장 정주하, 심사위원 겸 운영위원장 이상일, 심사위원 이갑철 그리고 대상 수상 작가 최광호 4인 모두가 떳떳하다고 자부한다면 공개토론회를 열어줄 것을 바란다. 심사위원들이 26장의 사진을 전부 들고 나와 공개토론장에서 당당하게 선정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만일 그 자리에서 나의 반론에 논리적 재반론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나는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그 사과는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진계에 사과하는 것으로서, 심사위원 다섯 명 공동 명의로,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나는 최광호 사진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나의 질문에 설득력 있는 대답을 하지 못할 경우, <최민식 사진상> 자진 반납과 함께 상금 반환을 요구할 것이다.

만약 공개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네 사람이 과오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

 

 

2015. 9. 8. 박진호(사진가)

   

* 학술적 글이 아니기에 천제에 대한 출처는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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