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구를 손질하고 있던 노인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습니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저는 뒤의 배경과 선을 맞추기 위해 앵글을 조정했습니다. 고단해보였습니다.

방파제 끝머리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차가운 바람과 맞서고 있었습니다. 세월을 낚듯 한가하다는 생각보다는 힘들겠다는 느낌이 앞섰습니다.

새벽에 바다에서 돌아온 배 너머로 오후의 햇살이 찾아들었습니다. 전구마다 불을 밝힌 듯 집어등이 환합니다. 배를 살피러 왔는지 한 사내가 하릴없이 둘러보다 내려갔습니다. 역시 고단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날 주문진에서 가장 고단해 보이는 사람을 만난 곳은 뜻밖의 현장이었습니다. 해수욕장쪽을 다녀오던 길에 왕복2차선 도로에서 어떤 남자가 웃통을 벗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보니 등에 "나 장가 갔다우" 라고 적혀있습니다.

달릴만큼 달린 것인지 마침내 트렁크에 올라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신부곁에 앉아 길을 떠났습니다.
2006. 1. 주문진/곽윤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