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판타지' 보러 '예술의 전당'으로

곽윤섭 2015. 08. 18
조회수 13090 추천수 0

중력과 부력의 덕으로 유연한 자세

수중사진가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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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수중사진가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 ‘더 판타지’가 전시 폐막 3주를 남기고 있다. 9월 7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문의 02-710-0767 홈페이지)
 
  제나 할러웨이는 패션, 상업사진계에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수중촬영 기법을 도입한 선구자적인 사진가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물속에서 촬영한 사진”이 아니다. 물속 세계라는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거기에 일러스트를 가미하여 판타지를 끝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모델을 거리나 세트장에 세우고 조명을 줘서 찍는 것이 모델 촬영이 기본이라고 한다면 점프를 시킨 다음 셔터속도로 고정해 영원히 공중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은 하나의 도약이었다.
 
   물속은 공기 속과 달라 중력을 중화시키는 부력이 작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성부력까지 맞출 필요는 없다. 그래서 공기 중에선 불가능한 자세들이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다. 2013년 열렸던 조던 매터의 ‘Dancers Among Us(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의 불가사의한 자세들이 떠올랐다. 조던 매터는 전문 무용수들과 협업하여 일반인이 하기 힘든 공중 자세를 찍었다. 하지만 제나 할러웨이의 모델들은 무용수가 아니어도 가능했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도 있고 개나 말, 수달도 사진에 등장한다. 물론 무용수는 아니지만 몸매를 보면 일반인은 아니다. 어쨌든 물속에서 찍는다는 것은 신세계와 다를 바가 없다.
 
 제나 할러웨이는 패션과 상업사진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예술성도 동시에 획득했다. 본인의 주장도 그랬고 실제 예술의 전당 전시장에 가서 보니 그랬는데 이번 전시는 상업 목적으로 찍은 사진은 얼마 되지 않고 예술작품으로만 찍은 사진이 삼분의 이가 넘는다. 상업사진가라는 호칭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나 싶은데 전시장에서 보면 별로 구분이 되질 않을뿐더러 굳이 그를 상업이니 순수니 구분해서 부를 생각이 들지 않는다. 뭐 어떠랴 싶다. 패션잡지나 기업의 의뢰를 받아서 찍는 사진이나 순수하게 작업을 위해서 찍었거나 모두 환상적이다.
 
 영국 소설가 찰스 킹즐리의 1863년 소설 ‘워터 베이비’를 줄거리 삼아 사진으로 엮어낸 ‘워터 베이비’연작에는 아이들이 물속에서 유영하고 있다. 물에 빠졌으나 물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물의 아이가 되었다는 소설의 이야기를 연상하면서 사진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벼랑 위의 포뇨’만큼 귀여웠다. 파도 위를 폴짝 폴짝 달려가던….
 
 전시장엔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뒷모습도 찍지 말라면서 인터뷰에 응한 두 수녀님은 “사진들이 너무 자연스럽다. 모델이니 뭔가 시켜서 했을 것인데 저렇게 편안하게 보이니 좋다. 창의적이다. 사진을 보면서 저절로 묵상이 되더라”라고 했다.
 
 제나 할러웨이는 처음에 진짜 바다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전시장에는 카리브해에서 찍은 할러웨이의 초기작도 선보이고 있으며 슬리핑 뷰티, 스완 송, 아프로디테…. 어느 하나 환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걸친 것이 별로 없는 누드 작품이 전혀 외설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도 물속인 덕분이다. 지구의 70%는 물이고 사람 몸의 70%도 물이고 모든 인간은 태어나기 전 물속에 있었다. 어떤 아이가 옷을 입고 태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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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속 사진이니 거품도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조명을 맞다 보니 그게 별빛처럼 보였다. 이 또한 물속 사진의 장점이다. 반짝거리는 배경이 밤 하늘 별처럼 보이기도 하고 꿈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자료를 찾아보니 제나 할러웨이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디어는 완전히 잠들기 전, 비몽사몽 간을 헤매고 있을 때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기 위해 항상 수첩을 침대 곁에 두고 잠든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적기 위해 수첩을 더듬거리며 찾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꿈의 장면을 사진으로 옮기는 것, 얼마나 멋진가.  


  크고 작은 사진 200 여 점이 걸려있는데 전시장의 규모가 조금 작아 보였다. 중간에 벽을 만들어 동선을 끌어내고 있는데 자꾸 흐름을 놓쳤다. 따라가다 보니 아까 본 것이 나왔다…. 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다른 작품이었다. 보고 또 봐도 자꾸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재차 삼차 확인하니 볼 때마다 다르게 보였다. 아하 이건 잠 속에서 내가 꿈을 꾸는구나 싶었다. 물속에서 찍은 판타지, 마지막 더위를 식히는데 딱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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