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시대 여행자를 위한 입문서

곽윤섭 2015.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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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j01.jpg » 현대자동차 아산출고센터, 충남 아산, 2015 01/블룸버그

 

 조성준 사진집 ‘드론’이 눈빛사진가선 15번째로 나왔다. 드론(Drone)은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으로 원격 조종하는 소형 무인 비행기를 일컫는다. 드론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에서 유래됐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무인 항공기를 뜻하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헬기와 카메라의 합성어로써 ‘헬리캠’이라는 용어로 많이 알려졌는데 대표적인 콩글리쉬이다.”라고 저자 조성준이 책의 말미에 쓴 ‘드론 사용설명’에 나와있다. 이 책은 드론에 카메라를 달아서 공중에 올린 뒤 지상에서 영상 송수신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영상을 보면서 촬영한 사진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obama1.jpg » 백악관에서 셀피에 동참한 오바바 대통령/퍼블릭도메인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화면을 보면서 찍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한참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메라는 하늘에서 지상을 향하고 있고 셔터를 누르는 이는 땅에 있다. 카메라라는 물건은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렌즈 너머의 세상을 보면서 찍는 것이었는데 뷰파인더가 없는 미러리스 같은 카메라는 LCD화면을 보면서 촬영한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이미 눈으로 보고 찍는다는 개념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각을 정해두고 삼각대나 다른 보조장치를 통해 카메라를 고정하고 타이머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행위도 어떻게 보면 내가 직접 실시간에 세상을 보면서 셔터를 누르는 것은 아니다. 셀피 스틱(셀카봉)을 이용해 카메라를 고도 1미터 정도의 하늘에 띄우고 셀피를 찍는 것이 드론으로 촬영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drone1.jpg » 책표지
 
 드론으로 찍은 사진에서 인간미가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억지스럽다. 사람이 손으로 카메라를 만지면서 발로 움직이면서 찍는 것이나 사람이 영상을 모니터로 보면서 조종간을 움직여 앵글을 바꾸면서 찍는 것이 뭐가 다르겠는가? 드론 조정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권투선수의 풋워크 못지않게 드론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것이다. 하기야 사람이 직접 들고 찍는다 해도 둔하다면 목석과 같을 테니 이것은 시빗거리가 될 수 없다.
 
 2013년에 하늘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사진집 ‘비상-하늘에서 본 우리 땅의 새로운 발견’을 펴낸 사진가 신병문은 드론이 아니라 직접 모터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사진을 찍는다. 일전에 통화를 하면서 (위험하니) “이제 드론으로 갈아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신병문은 “드론으로 동영상을 찍는 것은 꽤나 쓸만해 보이지만 아직 사진은 아닌 것 같다. 드론으로 찍는 사진과 직접 하늘에서 비행하며 찍는 사진이 같을 수 없다”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직접 비행한다는 자부심과 고집이라 생각하며 통화를 끝냈는데 이번에 조성준의 ‘드론’을 보면서 곰곰이 신병문의 이야기를 되새김질해봤다.
 
 역시 나와 신병문은 아날로그세대라서 그렇다는 것이 중간결론이다. 손에 들어야 카메라라는, 전혀 근거도 없고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드론은 대세다. 조성준이 쓴 ‘사용설명’을 보면 “미국 가전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업용 드론 시장은 지난해보다 55퍼센트 성장한 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440억 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했다. 틸 그룹(Teal Group)은 드론 시장이 2022년에는 약 114억 달러(한화 약 12조 6,4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라고 한다. 나도 하나 가지고 싶은 정도이니 앞으로 드론을 이용한 사진시장은 급성장할 것이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손에 들고 찍어야 사진’이란 발상은 옛날이야기로 치부될 것이다.

 

jsj02.JPG » 무밭, 충남 서산, 2014, 10

jsj03.JPG » 인삼밭, 강원 홍천, 2014, 10

jsj04.JPG » 올림픽대로, 서울, 2014, 09

jsj05.jpg » 잠실, 서울, 2014, 09

jsj06.jpg » 풍력발전기, 제주 구좌, 2015, 06/블룸버그     
 
  이제 사진집 ‘드론’의 사진이야기를 해봐야겠다. “확실히 모터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찍은 사진과는 차이가 있다”라고 하고 싶지만 별 차이 없다. 다만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병문의 사진은 조금 더 시야가 넓어 보인다. 고도제한은 같을 것이니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전반적으로 비교하면 더 시원해 보인다. 아마 신병문의 책 판형이 훨씬 크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항공사진을 많이 찍어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정확하게 왜 그런지 모르겠고 신병문과 조성준은 알고 있을 것 같다. 내가 두 사진가의 항공사진을 다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사진을 이름없이 섞어 놓고 골라내라고 한다면 자신은 없다.
 
 더 중요한 차이는 스토리텔링의 유무다. 신병문의 ‘비상’은 우리 땅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는 관점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조성준의 ‘드론’은 무인항공사진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책이다. 사진집이라고 한다면 어떤 테마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읽어내기가 힘들다. 너무 많은 곳에서 너무 많은, 서로 다른 소재를 하늘에서 봤을 뿐이다. ‘드론’의 부제가 ‘공중에서 본 세상’이란 점이 솔직하다. 여러 장의 사진을 묶어내기만 하면 사진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말하는 내용이 보여야 하고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나열에 거쳤다.
 
 그럼에도 ‘드론’의 가치가 높은 것은 드론시대의 입문서란 점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드론을 소유하게 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것이고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대단히 친절한 안내서이기 때문이다. 드론 ‘사용설명’에는 종류와 사용법, 촬영금지구역에 대한 안내와 항공촬영 비행허가를 받는 방법, 주의사항 등 초보자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세세히 썼다. 이런 책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1989년 내가 사진기자일을 시작할 때는 짐작도 못했다. 세상은 빠르고 드론은 날고 이 책 ‘드론’은 앞서나간다.

 

                                                                                                                책구입바로가기

 

조성준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세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2011년 캐나다 투자은행 스코시아 워터러스가 후원하는 올해의 사진가에 선정돼 사진집 ‘마음의 여정’이 캐나다 현지에서 발간되었다. 현재 블룸버그통신 서울주재 외신사진기자로 활동 중이며 그가 취재한 사진들은 윌스트리트 저널, 위싱턴 포스트, 타임, 포춘 등 세계적 언론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캐논 아카데미 전임강사로 사진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는 저자는 2014년, 항공촬영 에이전시 ‘드론이미지를 설립해 국내외 매체에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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