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께끼 파는 여인의 사진가 박대원선생이 최민식사진상 논란과 관련해 본인의 의견을 보내왔다. 정확히 말하면 박대원선생 당신께서 라이카클럽에 올린 글을 사진마을에 게재할 수 있는지 요청해왔다. 전문을 옮겨왔다. 사진마을
낙방 이야기 - 최민식사진상
» 자화상/최민식
최근 나는 ‘최민식사진상’에 도전했다. 그리고 낙방했다. 그 이야기다. ‘인간’이라는 단일 주제로 리얼리즘 사진가의 한길을 걸었던 고 최민식 선생. 그의 사진철학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2년 전에 제정된 최민식사진상에는 두 부문이 있다. 즉 본상과 특별(아마추어)상이다. 나의 도전은 당연 후자였다.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게 나로선 무척 힘들었다. 저간에 내가 했던 이런저런 도전은 낱장의 사진이었다. 단일 주제의 사진으로 쓸만한 것이 15장이나 있을 리 없었다. 어쩌다 <종묘 앞 사람들>을 2년 동안 찍어 왔지만 말이다. 해서 마지막 한 달은 아주 부지런히 찍어야 했다.
그리고 사진을 고르거나 새로이 찍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나 낙방이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확실한 공부를 위해 누군가가 콕콕 짚어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나 혼자서 가늠해 본다. 무엇보다 먼저 ‘최민식 사진’의 지나친 흉내내기가 아니었나 싶다. 한 마디로 ‘표절’이라 하겠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문단의 표절 문제에 관해 어느 작가가 말했다.
“기본적으로 작품은 공적인 지적 재산을 화학적으로 결합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만 그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안 됐을 때 베꼈다는 말이 나온다.”
화학적 결합! 깨우침이 크다. 다음은 설익은 감을 마구 따서 바구니를 채운 조급성이었다. 내 딴에 매끄러운 흐름을 만든답시고 당치도 않은 사진까지 추려 넣어 포트폴리오를 만든 게 잘못 같다. 30장이 아니라 과감히 그 반을 버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은 감이 무르익을 때까지 더 기다렸다 땄어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심사를 두고 뒷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낙방자들에게 위로가 조금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내 사진이 절대 부족하다는 걸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깨알 같은 거지만 불평은 나도 있다. 가장 ‘인간적’인 최민식사진상의 운영 과정이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이다. 심사발표와 심사평 관련이다. 원래 응모 마감은 5월 22일, 1차 심사발표는 6월 15일이었다. 24일간이나 걸리다니! 거기서부터 잘못이다. 아닌 게 아니었다. 실제 1차 심사발표는 6월 3일, 거의 2주가 앞당겨졌다. ‘비인간성’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본상 수상자 1명과 아마추어상 수상자 6명을 뺀 나머지 지원자들은 그동안을 헛되게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받았다. 수상자에게만 개별통보, 꼭 그래야만 할까. 낙방자들에게 따뜻한 위로 한 마디 담긴 이메일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일까.
또 다른 하나는 심사평이다.
최종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공지 자리에도 심사평은 아예 없었다. 이건 ‘비인간적임’을 넘어 ‘인간에 대한 폭거’다. 굳이 따지자면 첫출발부터 ‘비인간적’이었다. 이메일이 아닌 웹하드로 응모 작품을 접수하게 한 것이 그렇다. 왜냐하면 응모자 이름이 낱낱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아끼고 넘어진 자를 먼저 보듬어 안아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늘나라에서 최민식 선생이 노하고 계실지 모를 일이다.
이야기가 길었다. 생전 선생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노력하다가 실패하는 쪽을 택하라.” 그래서 스스로 다짐해 본다.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박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