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 브레송, 해운대에 8인의 다큐사진가

곽윤섭 2014. 12. 30
조회수 12234 추천수 0


 연말연시 곳곳서 사진의 향연


 ‘사진의 교과서’ 브레송은 DDP에서
  이스탄불 찍은 귈레르는 한미에서
  여덟가지 다큐 스타일 비교는 고은에서
  종료 임박, ‘제네시스’는 세종문화회관


        

 2014년 연말과 2015년 연초를 이어가면서 대형 사진전이 여럿 열리고 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영원한 풍경’이 3월 1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선 터키 사진가 아라 귈레르의 ‘더 아이 오브 이스탄불’이 3월 28일까지,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선 ‘다큐멘터리 스타일’이 2월 25일까지, 종료가 임박한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제네시스’는 1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각각 열린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진의 성찬이다.

 

 

00002.jpg » 아실라 모로코, 1933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매그넘 포토스

PAR43607.jpg » 생 라자르역 뒤에서, 파리, 1932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매그넘 포토스

  
중량감으로 보자면 단연 브레송이 으뜸이다. 세계의 사진가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사진가로 손꼽히는 브레송은 20세기를 관통한 위대한 인물이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뜬지 10주년이 되는 해로 1,300제곱미터(약 400평)의 넓은 DDP 공간에 259장의 사진이 걸려있어서 제대로 보자면 2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브레송은 역사적 격변현장의 특종, 인간미 넘치는 거리 풍경, 결정적 순간으로 불리는 완벽한 조화의 구성이 돋보이는 사진가였다.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특히 풍경과 인물에 중점을 두고 기획되었다. 전시감독 김이삭씨는 “풍경은 사전적 의미로는 눈으로 보았을 때 한 번의 조망으로 이해될 수 있는 모든 사물을 뜻하며, 여기에는 ‘자연풍경’과 인공적 요소가 포함된 ‘도시풍경’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명한 인물이 브레송의 카메라를 거쳐 더욱 전설처럼 승화되었다. 장 폴 사르트르는 브레송의 사진으로 인해 당대 지식인의 아이콘이 되었고 사뮤엘 베케트는 브레송의 사진 속에서 “더 베케트답게” 보인다. 거리 풍경은 한치의 빈틈 없이 꽉 짜여서 브레송을 “사진의 교과서”라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있을 곳에는 반드시 뭔가 있고 불필요한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누르는 순간”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된다고 했던 브레송의 자부심 가득한 결과물을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00001.jpg » 톱하네의 술집에서 취한 남자, 이스탄불, 1959 ⓒ 아라 귈레르  
 터키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보다 더 유명하다는 아라 귈레르는 브레송의 소개로 매그넘에 입문한 인연이 있으니 전시장은 다르지만 서울에서 동시에 둘의 사진전이 열린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인연이다. 아라 귈레르의 사진은 동서양이 만나는 이국적인 도시 이스탄불을 꾸밈없이 묘사했다. 한미의 손영주 수석큐레이터는 “아라 귈레르의 전체 테마에선 이스탄불시리즈가 있고 고대문명유적, 인물 등 방대한데 이번엔 이스탄불시리즈를 중심으로 사진을 가져왔다. 특히 40여 점은 사진가가 40년~60년 전에 직접 인화했고 액자작업까지 한 빈티지로 아주 귀한 작품들이다. 나머지도 아라 귈레르의 감독 아래 고르고 인화했다”고 밝혔다. 아라 귈레르 사진전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메시지다. 다큐멘터리적 관찰의 산물임을 보여주기 위한 구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죽노동자, 어부, 탄광노동자, 짐꾼, 카드 치는 남자들처럼 이스탄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안개, 먼지, 대기오염 탓으로 뿌옇게 된  부둣가, 길거리, 카페, 시장 같은 공간에서 걷고 짐을 나르고 서성거리거나 카드를 친다. 저 멀리 이슬람 사원의 모스크나 궁전 같은 배경이 어슴푸레 펼쳐진다. 화려하게 묘사하지 않았는데 신비스럽다. 사람과 장소와 공기와 배경이 이렇게 펼쳐지는 곳은 이스탄불밖에 없을 것이란 것을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알게 되었다. 아라 귈레르는 멋진 작가이며 이번 전시는 멋지게 구성되었다.

 

 

 고은01.jpg » 매향리 풍경, 경기도, 1999 ⓒ 강용석

 고은001.jpg » 국기복용법, 주 예수를 믿는다면 한미에프티에이 협상을 비준하라는 용, 서울시청광장, 2008 ⓒ노순택

고은03.jpg » 대동여지도계획, 남해안-전남 보성군 벌교읍 여자만, 2009 ⓒ박홍순

고은04.jpg » 삶의 역사, 김용호, 한국, 2012 ⓒ손승현

고은05.jpg » 충돌과 반동, 해탈을 꿈꾸며, 경주 1993 ⓒ이갑철   

고은06.jpg » 망월동, 광주, 1986 ⓒ이상일,

고은07.jpg » 한국의 가족, 논산 1971 ⓒ주명덕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에선 8명의 사진가들이 스타일을 견주고 있다. 가장 젊은 사람은 손승현이며 최고 연장자인 주명덕 선생과 비교하면 거의 30 살 차이가 난다. 이들의 연령대만큼 다큐멘터리의 스타일이 다양하다. 8인 8색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흥순은 ‘대동여지도’를, 이갑철은 ‘충돌과 반동’을, 노순택은 ‘국기복용법’을 걸고 있다. 있는 대상을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옮긴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서로 다를 수가 없다. 그런데 사진가들은 어떻게든 다른 사진가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특유한 방식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 차이는 기본적으로는 소재, 시선, 앵글에서 나오고 큰 틀에서 보자면 시대를 바라보는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가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결정한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노순택, 박홍순, 손승현, 이갑철, 이상일 그리고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는 강용석, 이상엽, 주명덕의 작업이 소개되니 두 군데를 모두 가보고 뭐가 다르고 왜 다른지 살펴보면 큰 사진공부가 될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kwak1027@hani.co.kr  사진/전시 기획사 제공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뭘까요

11월 정답자 발표 및 12월 문제 공개

  • 곽윤섭
  • | 2014.12.30

 11월치 ‘뭘까요?’의 문제 “이곳은 어디일까요?”의 정답은 판문점입니다. JSA(공동경비구역)도 정답으로 처리했습니다. 정답자 중에서 5명을 추첨...

취재

동대문에 브레송, 해운대에 8인의 다큐사진가

  • 곽윤섭
  • | 2014.12.30

연말연시 곳곳서 사진의 향연 ‘사진의 교과서’ 브레송은 DDP에서 이스탄불 찍은 귈레르는 한미에서 여덟가지 다큐 스타일 비교는 고은에서 종...

전시회

신미식 사진전, 사진집 <탄자니아>

  • 곽윤섭
  • | 2014.12.26

석조도시 잔지바르의 비경과 사람들 신미식 작가의 사진전 <마음의 렌즈로 희망을 찍다>가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

취재

“8년 발품 판 내 사진은 지구에 경의 표하는 편지”

  • 곽윤섭
  • | 2014.12.16

<제네시스> 순회전시에 한국 찾은 세바스치앙 살가두 “노동자건 동물이건 존엄성 존중, 같이 호흡하고 찍어 종 다양성 풍부한 한국 비무장지대 꼭 ...

취재

찍은 자는 신화가 되고 찍힌 자는 저주가 되다 [1]

  • 곽윤섭
  • | 2014.12.15

[신화가 된 사진]<1> 도로시 랭의 ‘이주 노동자 어머니’ 미국 농촌 참상 기록 ‘대공황의 아이콘’…사후 40년만에 고가 경매 사진 속 어머...

강의실

카메라가 있는 풍경-8월 테마평

  • 곽윤섭
  • | 2014.12.08

테마평 공유합니다. 주말을 이용해 강의를 하고 있는 사진강좌 <곽윤섭기자의 사진클리닉>의 졸업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테마에 관한 짧은 평입니다. ...

전시회

또 하나의 눈이 또 하나의 눈을 찍다 [1]

  • 곽윤섭
  • | 2014.12.08

아라 귈레르 사진전 ‘이스탄불의 눈’ 살아 숨쉬는 그대로의 사람 거리 풍경 직관적으로  아라 귈레르(1928~ )의 사진전 <The Eye of I...

취재

사진 보도자료에 관하여 [1]

  • 곽윤섭
  • | 2014.12.02

보도자료에 관하여 2014년 온빛상 5장 사진을 보고 느낀 점   이글은 사진과 관련된 미술관, 갤러리의 홍보담당자와 그 외에도 사진과 관련된 ...

전시회

철철 넘치는 끼 한 컷, 순식간에 딩 동 댕!

  • 곽윤섭
  • | 2014.12.01

변순철 사진전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들 포즈 알아서 ‘척척’,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노래에 실어보는 우리 이웃 인생 샷, 셔터가 웃는다 전국...

취재

2014 사진마을 송년 필자 회원 모임 [1]

  • 곽윤섭
  • | 2014.11.26

2014년 사진마을 송년 필자 회원 모임을 공지합니다. 한 해 동안 사진마을을 아껴주신 여러분들과 함께 송년의 밤을 보내고자 합니다. 대...

사진책

‘고양이+α’인 길냥이, ‘사진+α’로 담담하게 [2]

  • 곽윤섭
  • | 2014.11.25

김하연 사진집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  예쁘게 소비되는 ‘애완’ 아닌 처절하게 살아내는 ‘실존’  빗자루나 밥주걱으로 성불하...

뭘까요

'뭘까요' 11월 문제 출제 및 10월 당첨자 발표

  • 곽윤섭
  • | 2014.11.25

 10월치 ‘뭘까요?’의 무제 “이 자동차는 누가 타는 것일까요?”의 정답은 ‘다림’입니다. ‘다림이’도 정답 처리했습니다. 고심 끝에 ‘...

취재

재일한국인 30년 땀이 도쿄 한복판에 보석이 되다 [2]

  • 곽윤섭
  • | 2014.11.25

손대광 사진전 '일본 in 아리랑별곡'  2013년 ‘터미널블루스’로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았던 사진가 손대광(42)씨가 오...

취재

<눈빛사진가선 1차분 10종>사전예약 종료-눈빛대표의 감사인사 추가

  • 곽윤섭
  • | 2014.11.20

사진 잘 찍고 싶으면 "좋은 렌즈나 카메라가 아니라 좋은 사진집" 구본창, 민병헌, 김문호, 전민조, 임재천 ... 10명의 호화 사진가 군단 ...

취재

억억! 그림값이 2천6백억?

  • 곽윤섭
  • | 2014.11.19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가격 형성 큰 손들의 요지경 세계 신문사 문화부 미술담당기자였고 2008년에 아트 마케팅 회사를 설립하여 미술...

취재

매그넘작가도 때론 노출을 못 맞출 때가 있다 [4]

  • 곽윤섭
  • | 2014.11.18

40년 사진 내공 스티브 매커리 한국 1박2일 동행기 난생 처음 방문 JSA에서 긴장...시간도 쫓겨 왼손잡이용으로 개조한 세계 유일한 사진기 세...

취재

케나 솔섬사진 저작권, 열린법정 2라운드 공방

  • 곽윤섭
  • | 2014.11.14

항소심 변론...방청자-재판부 질의 응답도 ‘부정경쟁행위’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라 1심 판결에 관한 상세한 기사 지난 3월 1심에서 원고...

전시회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는 동일본

  • 곽윤섭
  • | 2014.11.11

동일본대지진 리사이클과 재건의 기록 스가와라 이치고 <더스트 마이 브룸> 2011년 3월 발생했던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던 동일본대지진...

전시회

8년 발품, 245점에 담은 지구촌 ‘원형’ [1]

  • 곽윤섭
  • | 2014.11.10

세바스치앙 살가두 ‘제네시스’ 장엄하고 숭고한 지구 대서사시...‘사진을 한다’면 이것만은 40년 사진인생 총정리...“사진은 나의 글쓰기자 ...

강의실

스티브 매커리 강연, 대화 참가신청 접수-대화 패널 마감

  • 곽윤섭
  • | 2014.10.29

 #1. 현재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보도사진가 중의 한 명인 스티브 매커리의 특강이 11월 6일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KU 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