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눈이 또 하나의 눈을 찍다

곽윤섭 2014.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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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귈레르 사진전 ‘이스탄불의 눈’

살아 숨쉬는 그대로의 사람 거리 풍경 직관적으로  

 

turkey05.jpg » Fishermen returning to port in Kumkapi, Istanbul, 1950 ⓒAra Güler

 

 

 아라 귈레르(1928~  )의 사진전 <The Eye of Istanbul>이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15년 3월 28일까지 열린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서울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2번 출구에서 아주 가깝다.

 아라 귈레르는 아주 생소한 이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로서는 이번에 처음 듣는다. 따지고 보면 유럽의 몇 개국과 미국을 빼고 나면 우리가 아는 사진가는 별로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프랑스, 헝가리, 영국, 미국, 일본, 중국, 한국 외의 나라에는 카메라가 보급되지 않았고 사진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그랬을 리가 없다. 다만 사진계에서 유럽과 미국에 의존해온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사진가들이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키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나라로 1만 명 이상의 전투병이 와서 3천여 명 가까운 사상사를 냈다. 터키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과 3-4위전에서 만났고 한국팀이 홍명보의 이상한 실수로 전반 11초 만에 선제골을 내준 것에 힘 입어 결국 한국을 꺾고 3위에 올랐던 나라다. 4강까지 올라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기 때문에 축제 분위기였던 한국민들의 분위기 중에는 “월드컵 3-4위전은 별 의미가 없고 터키는 한국을 도왔던 형제국가이니 홍명보가 슬쩍 서비스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풍문도 돌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라 귈레르는 1928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예술계에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린 아라 귈레르는 처음에 영화turkey001.jpg에 관심을 가졌다가 1950년 신문사 사진기자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영화판에서 빠져나왔다. 1958년에 ‘라이프-타임’사가 이스탄불에 지사를 열었고 아라 귈레르는 근동지역에선 최초로 통신원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이후 파리마치, 슈테른 같은 잡지에 사진을 공급하면서 활약하게 된다. 이 정도가 위키피디아 영문판에 나온 그의 약력이다. 1960년대 초에 카르티에 브레송, 마크 리부 등과 교분을 가지게 되었으며 매그넘 사진가로도 활동한다. 그 이후의 이력은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되겠다. 터키를 대표하는 사진가가 되었고 이번 전시의 제목 ‘이스탄불의 눈’은 아라 귈레르의 별명이기도 하다. 터키를 대표하는 또 다른 예술가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이 있다. 파묵의 자전에세이 ‘이스탄불’엔 아라 귈레르가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다. 
 
 6일 전시장을 찾아 사진을 감상했다. 한미사진미술관의 19층과 20층을 모두 차지한 이번 전시는 한 사진가의 전 인생을 보여주기엔 부족하겠지만 단일 전시규모로 본다면 결코 작지 않은 훌륭한 전시다. 수장고 이전 작업을 하다 시간을 할애해 전시를 안내해준 한미의 손영주 수석 큐레이터는 빨간 코팅이 된 고무장갑을 손에 든 채 “아라 귈레르의 전체 테마에선 이스탄불시리즈가 있고 고대문명유적, 인물 등 방대한데 이번엔 이스탄불시리즈를 중심으로 사진을 가져왔다. 특히 40여 점은 사진가가 40년~60년 전에 직접 인화했고 액자작업까지 한 빈티지로 아주 귀한 작품들이다. 나머지도 아라 귈레르의 감독 아래 고르고 인화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 가보면 금색으로 된 액자는 모두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아라 뮤지엄의 벽에 걸려있던 것을 떼 온 것이다. 따라서 50년도 작품은 다소 색이 변했을 정도라 정말 빈티지스러운 품격이 있다. 

turkey01.jpg » A drunk man in a bar at Tophanc, Istanbul, 1959 ⓒAra Güler

turkey02.jpg » Iron workers waiting in a tea-house for their shift to start, Divrigi, Sivas, 1970 ⓒAra Güler

turkey03.jpg » Miners, Divrigi, Sivas, 1970 ⓒAra Güler

turkey04.jpg » Bread and gun, Kaleici, Ankara, 1970 ⓒAra Güler

turkey06.jpg » Porters waiting for a job at the oil dock, Istanbul, 1954 ⓒAra Güler

turkey07.jpg » Poet, Kaplumbaga street, Istanbul, 1965 ⓒAra Güler

 

 
 본격적으로 사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조금 더 주변설명을 하자면 아라 귈레르는 터키에서도 이스탄불에 대한 작업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오르한 파묵이 스스로를 이스탄불의 작가라고 부르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스탄불은 어떤 도시인가? 빌 브라이슨이 쓴 ‘발칙한 유럽산책’은 북유럽에서 시작해 함메르페스트, 파리, 암스테르담, 예테보리, 피렌체, 리히텐슈타인, 소피아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해협 건너 아시아가 보이는 유럽의 끝인 이스탄불에서 마무리한다. 책 내내 빌 브라이슨이 백 퍼센트 모두 마음에 든다고 했던 도시는 거의 없다. 빌 브라이슨 글쓰기의 매력은 삐딱하고 주관적이고 들쭉날쭉하지만 솔직하다는데 있다. 소피아에서 이스탄불로 건너가는 기차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온갖 불평을 터뜨리고 이스탄불의 호텔에 도착해서도 세심한 표현을 쓰면서 불만을 표시한다. 마침내 호텔에 짐을 풀고 이스탄불 구경에 나섰다.

 “이스탄불은 내가 가본 중에 가장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번잡한 도시다. 자동차 경적…. 뱃고동소리…. 수레를 미는 사람, 커피를 나르는 사람, 등에 소파를 지고 나르는 사람, 가짜 향수를 파는 사람…. 어떻게 해서든 여행자의 돈을 조금이라도 나눠 먹자는 사람이 줄을 선다. 다리 밑 기름 둥둥 떤 물에서 심하게 오염된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다리 저편에는 두 남자가 시르케지 역을 향해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갈색 곰들을 줄에 묶어 번잡한 길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듯, 이들을 돌아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까지의 표현을 읽으면 빌 브라이슨은 이스탄불을 몹시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반전이 이어지고 이게 브라이슨의 매력이다.
 “이스탄불은 한마디로 불가능한 게 없는, 근사하고 신명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이게 이스탄불의 매력이란 것을 빌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음 묘사와 비교해 보자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랜 세월 교차하고 스며든 흔적이 가득한”
 이런 설명을 읽고 이스탄불을 떠올릴 수가 있겠는가? 
 
 아라 귈레르의 이스탄불 사진을 보면 빌 브라이슨의 묘사가 얼마나 솔직하고 이해하기 쉬운지를 알 수 있고 또 정확한지 알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의 묘사를 보면 아라 귈레르가 찍은 이스탄불의 사진들이 얼마나 솔직하고 직관적이며 또 정확한지 알 수 있다. 과장하지 않는데서 진솔한 풍경이 나온다는데서 두 글쟁이와 사진쟁이가 일치한다.
 
 아라 귈레르의 사진은 흑백이며 포토저널리스트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다른 사진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으니 하는 말이다.) 거친듯한 게 아니라 거칠고 또 부드럽다. 정교하고 짜임새 있으며 힘이 있다. 이 모든 것이 한 장에 다 들어있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사진은 어두워서 연 초점 마냥 부드럽고 어떤 사진은 정밀화처럼 꼼꼼하다. 50년 넘게 사진을 찍었으니 다 섞여 있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런 외형적 묘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의 메시지다.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내린 결론 중의 하나는 이번 전시는 다큐멘터리적 관찰의 산물임을 보여주기 위한 구성이란 점이다. 가죽노동자, 어부, 탄광노동자, 짐꾼, 카드 치는 남자들…. 이스탄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주소재로 삼았다. 이들이 서있는 곳이 어디겠는가. 부둣가, 길거리, 카페, 시장…. 이 장소는 어떤 곳이겠는가? 당연히 빌 브라이슨의 묘사가 떠오르는 곳이다. 이 사진들의 배경은 어떨 것 같은가? 연기, 안개, 먼지, 대기오염 등으로 뿌옇다. 그걸로 끝이면 곤란하다. 저 멀리 모스크나 궁전이나 이슬람 특유의 양식이 보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구성인데 신비스럽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사람과 장소와 공기와 배경이 이렇게 펼쳐지는 곳은 이스탄불밖에 없을 것이란 것을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알게 되었다. 아라 귈레르는 멋진 작가이며 이번 전시는 멋지게 구성되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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