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인 30년 땀이 도쿄 한복판에 보석이 되다

곽윤섭 201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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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광 사진전 '일본 in 아리랑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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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터미널블루스’로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았던 사진가 손대광(42)씨가 오는 12월 12일부터 부산 해운대 문화복합센터에서 ‘일본 인(in) 아리랑별곡’(부제-지치지 않는 희망)사진전을 연다. 같은 이름의 사진집도 전시 개막에 맞춰 출간될 예정이다. ‘일본 인(in) 아리랑별곡’은 일본 도쿄 귀금속 세공업거리인 오카치마치에 집단을 이루어 삶의 터전으로 삼고 30년 넘게 귀금속 세공을 업으로 꾸준히 한 길을 걸어가는 한국인 귀금속 세공전문가들의 삶의 애환과 희로애락, 그리고 지치지 않는 희망에 관한 포토스토리다. 전시를 앞두고 손대광씨가 미공개상태의 글과 사진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 제작되는 귀금속 제품은 재일한국인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본 현지의 반응이다. 재일 한국인 세공전문가들은 기술이 좋고 손이 빨라서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밀기술에서 세계 최첨단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한국인들의 손기술이 인정받고 있다는 뜻인데 1980년대 초반에 건너가기 시작한 한국 세공인들이 지난 30여년간 눈물과 땀으로 쌓아 만든 성취다. 그 시작이 순탄했을 리가 없다. 초기엔 한국인에 대한 인지도와 대우가 모두 좋지 않았고 작업환경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열악했다는 것이 오카치마치 1세대들의 한결같은 회고다.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오카치마치의 한국인 귀금속 세공업체는 일본 도쿄 한복판, 우에노 옆에 밀집해있다. 이곳에는 약 500명의 한국 세공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귀금속 세공을 한다. 오카치마치는 일본 에도시대부터 귀금속 관련 장인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1980년대 초반 전북 이리(현재 익산)지역에서 일본의 주문을 받아 귀금속을 세공해 수출하던 업체의 세공인들이 “수출하는 것보다 일본 현지에서 직접 주문을 받아 제작하고 바로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면서 하나 둘씩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이곳 오카치마치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서울과 부산 등지에 흩어져있던 세공인들이 합류하면서 현재의 오카치마치 한국인 세공집단을 형성하게 되었다. 세공인들은 15년전에 재일 한국인 귀금속협회를 결성해 회원들의 권익신장과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나는 한국인 자녀들의 한국어교육, 정체성 확립에 대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협회는 회원들의 복지과 근로여건 개선에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 나는 2001년 학업을 위해 일본에 갔다가 이곳 오카치마치의 한인 세공인들을 알게 되었고 외국인 근로자로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는 세공 근로자들의 애환과 노력을 지켜보게 되었고 꾸준히 사진을 찍어왔다. 이들은 금, 백금, 다이아몬드, 오팔, 사파이어 등의 귀금속으로 반지, 목걸이, 펜던트 등을 만들어 긴자의 고급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귀금속이니 만큼 비싼 것은 1억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귀금속 세공은 새끼손톱처럼 비교적 큰 보석부터 지름 0.1 밀리미터 전후의 보석을 아주 세밀하게 고정하는 일이 주업무인데 일의 특성상 눈의 피로가 가중되어 모두가 노안이 일찍 오거나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끼는 일이 많다. 한 때 이곳은 호황을 누렸으나 동일본지진 이후의 경기 악화, 환율문제, 한일 양국간의 정국 경색 등이 겹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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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재일 한국인 귀금속협회의 제7대 회장인 황병덕(47)씨는 1987년에 업계에 입문했고 1989년에 일본에 왔으며 보석 제조/가공 업체인 (주)콘벤토를 운영하며 일본 귀금속 업계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황회장은 “형편이 어려운 때일수록 회원들간의 화합과 건강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일본에 일을 하러 왔다가 힘이 들어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 세공인들은 점점 노령화되고 있다. 평균 연령을 따지면 50대 중반이상일 것이다. 70% 정도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일본에 온 경우다. 몇 년 전부터는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저임금을 강점으로 삼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하지만 협회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그동안 여러 위기를 수없이 극복해왔던 것처럼 이겨나갈 것이다. 재일한국인 2세, 3세를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고 매년 3월 부인회를 중심으로 우에노 벚꽃 포장마차를 운영하여 김치나 순대 등 한국 고유의 음식을 판다. 그 외 여러 가지 수익사업을 통해 2006년부터는 회원 자녀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회장은 “재일한국인들이 이곳에 오래도록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손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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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부안 출신인 배태수(45)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16살에 전남 익산 코리아다이아몬드 학교에 입학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1994년에 일본으로 왔다. 성실하고 우직하게 오로지 한길만 보고 다이아몬드 컷팅을 하고 있다. 탄소결정체인 다이아몬드를 연마하여 상품성 있게 가공하는 것이 그의 기술이다. 현재 부인과 돌 지난 예쁜 아기와 함께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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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웃는다. 박태수(63)씨의 눈에는, 그러나 눈물이 가득하다. 평생을 차가운 금속과 강철 같은 다이아몬드와 씨름하였던 그는 머리 위에서 비치는 한 조각 빛에 의지해 누군가의 손가락이나 목에 걸치게 될 반지와 목걸이를 만든다. 그는 이제 도쿄 한복판에 (주)남광이라는 건실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가슴에 대못이 박히고 한참 괴로워하다 속세를 벗어나 산으로 가려고 했던 박태수씨는 1985년 지인의 소개로 일본으로 건너와 사업문제를 하나둘씩 풀어나갔다. 한때 일본 적응이 힘들어 1996년 한국으로 와서 돌산을 매입하여 건축자재용 석재를 가공 판매하려고 했으나 아이엠에프의 충격으로 손을 놓았다. 1999년 다시 운명처럼 일본으로 돌아와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그는 웃고 있다. 반지에 새겨진 문양처럼 자신의 얼굴 가득히 일평생의 굴곡진 사연을 조각해가며 눈물 한가득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웃음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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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은 겨울밤. 2014년 2월 도쿄에는 많은 눈이 내렸고 매우 추웠다. 그 밤 작은 소규모공장에서 한 세공인이 반지에 보석을 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손에 한국에 두고 온 식구들의 생계가 달려있다. 책상에 붙여져 있는 그의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그는 무척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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