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억! 그림값이 2천6백억?

곽윤섭 2014. 11. 19
조회수 13468 추천수 0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가격 형성 큰 손들의 요지경 세계

 

 

 신문사 문화부 미술담당기자였고 2008년에 아트 마케팅 회사를 설립하여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아트 마케팅 컨설팅을 하고 있는 이규현이 쓴 책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은 초고가에 거래된 적이 있는 그림 100개의 리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같이 국가나 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는 그림은 이 리스트에서 빠져있다.

 책의 맨 앞에 나오는, 거래가 1위의 작품은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로 2억5천만 달러(2622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첫 반응은 이렇게 나올 것이 자명하다. “도대체 이 그림은 왜 비싼 걸까?”x9788901166162.jpg »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출판사 알프레드
 
 예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가라는 점입니다. 피카소, 위홀, 베이컨, 반 고흐 같은 작가들은 모두 기존의 예술경향을 뒤엎고 새로운 시대를 연 선구자들입니다. 초고가에 거래되는 작품들은 예외 없이 이런 위대한 작가들의 대표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해당 작품을 소장했던 사람이나 기관이 유명하거나 믿을 수 있는 곳이고, 유통과정이 분명하며, 전시 기록이 좋습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의 상당수는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작가들의 대표작인 동시에 ‘아쉬울 게 없는’ 부자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라, 앞으로 꽤 오랫동안 시장에 다시 나올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런 희귀성이 있으면 작품의 가격이 끝도 없이 올라가게 됩니다. (책 본문 중에서)
 
 저자의 설명이 친절하고 쉽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하나는 미술교과서다. 순위에 오른 100개의 그림(집필 기간에 새로운 거래가 성사되는 바람에 100위 밖으로 밀려난 10개의 그림을 포함하면 110개) 하나마다 그림의 의미, 가격이 특히 높아지게 된 뒷이야기, (밝혀졌다면) 거액을 던지고 그림을 구매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림의 특성과 화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술술 전개되고 있어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교과서 구실을 할 것이다.

 교과서라고해서 딱딱하거나 도식적이지 않아서 좋다. 예를 들어 1258억 2000만원에 거래되어 7위에 이름을 올린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보자. 뭉크는 ‘절규’를 네 점 그렸고 석 점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고 딱 하나만 개인 컬렉터 손에 있어서 2012년 소더비에서 거래가 되었고 일반인들이 미술책이나 인터넷에서 봐왔던 ‘절규’는 7위에 오른 이 작품과 달라서 이 책에 실린 ‘절규’를 본 사람은 별로 없다는 에피소드는 재미있다.

 

The_Scream-2.jpg » 어느쪽이 그림 가격 순위 7위에 올라 1258억에 거래된 <절규(Scream)일까? 정답은 오른쪽이다. 왼쪽이 우리가 교과서나 인터넷 상에서 검색하면 늘 볼 수 있는 <절규>로 1893년작품이며 노르웨이 오슬로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1895년작품이며 파스텔로 그려진 둘 중의 하나다.

  
 

aaaa00001.jpg » 1위의 작품,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억5천 달러(2622억 원)

 

 두 번째 측면은 세계명화의 지상전시라고 불러도 좋다는 점이다. 뭉크의 작품처럼 이 책에 실린 상당수의 그림은 개인소장품이라서 전시장에서 볼 수 없으므로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저자는 출판사의 협조로 100개의 작품 사진을 모두 구하여 책에 실었다. 따라서 이 책을 본다는 것은 유명 미술전시를 보는 효과도 곁들여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흥미로운 대목을 몇 옮긴다.
 
 (100위 안에 6개나 올라와 있는 작가인) 마크 로스코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로 세계 현대 미술 시장에서 보증 수표처럼 자리 잡았다.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이 로스코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해외에는 로스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홍콩 미술계의 큰손 딜러인 펄 램이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로스코의 가격은 한국 컬렉터들이 좌지우지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80위(459억 1000만원)에 오른 앤디 워홀의 ‘1달러 지폐 200장’은 말 그대로 1달러짜리 미국지폐를 실크 스크린으로 가로 10장 세로 20장으로 200회 반복해서 찍어 나열한 작품이다. 앤디 워홀 본인의 한 마디가 걸작이다.
 
 “나는 돈이 벽에 걸려 있는 게 좋다. 어차피 20만 달러(2억 원)를 주고 그림을 살 거라면 그냥 돈을 벽에 거는 게 더 낫다.”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이 이 작품을 만든 재료는 1달러 사진을 200번 찍었으니 200달러가 아닌 1달러 한 장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구매한 폴린 카피다스라는 사람은 1달러를 4300만 장 넘게 지급했다. 카피다스가 이 작품을 건다면 벽에 4300만 달러를 거는 셈이다.

 

 2012년에 개봉되었던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사고로 전신불구가 된 상위 1% 백만장자 필립과 가진 것이라고는 멀쩡한 신체밖에 없는 하위 1%의 흑인 간병인 드리스의 우정을 다뤘다. 영화에서 필립은 아마추어인 드리스가 그린 그림을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고가에 친구에게 팔아넘기는 장면이 나온다. 유명 작가라는 말 한 마디에 완전 무명의 초보화가(라고도 할 수 없는)의 습작품에 큰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7개나 리스트에 오른 빈센트 반 고흐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딱 한 점의 그림밖에 못 판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당대에는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어떤 미술상과 귀족의 눈에 들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저자 이규현은 책 서문에서 “예술 작품을 가격에 따라 줄을 세우는 데 거부감을 갖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라며 이렇게 썼다.
 
 저는 미술도 영화, 문학, 음반 등 다른 문화 상품처럼 사고파는 시장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작가들은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시대상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예술가들입니다. 그래서 미술시장을 이해하고 나면 미술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에도 가격의 순위가 결코 작품 가치의 순위는 아니라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비싼 작가가 꼭 훌륭한 작가는 아니며, 미술 작품의 가격이 그 그림의 가치를 100퍼센트 대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술작품의 가격은 앞에서 말씀드린 여러 요소뿐만 아니라 작품의 재료와 장르, 거래 당시의 상황 등 많은 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점들도 이 책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처럼 미술사에서 그 중요성은 엄청나게 크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시장에서 그 가치를 100퍼센트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도 많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위 안에 작품을 올린 작가는 35명뿐이다. 피카소가 15점으로 가장 많고 앤디 워홀이 10점으로 그 다음이다. 궁금해서 작가들의 국적을 살펴봤다. 미국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가 각 4명으로 뒤를 이었다. 35명 중에 한 명이라도 배출한 나라는 14개밖에 없었다. 유럽 출신이 21명인데 서구 예술의 본산이니 그럴 것이다. 사실상 미국과 유럽 출신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을 뺀 유일한 나라인 중국 출신이 4명이나 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중국이야 동양문화의 발상지라는 점도 있지만 경제력에서 미국을 초월하기 시작한 G2국가의 위상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예술은 권력이며 자본에 다름없다. 작품이 거래되기 위해선 활발하고 창의적인 활동도 중요하지만 파는 이보다도 돈을 지불하고 그림을 사는 이의 몫이 가장 크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대미술시장을 정확히 잘 보여주는 꼼꼼한 현장백서라고 볼 수 있다.  
 
aaaa00002.jpg » 스타이켄, 달빛-연못

  

 참고 삼아 그림이 아닌, 거래된 사진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은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1999년작품  <Rhein II>로 200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5억5천만원(4,338,500달러)에 팔렸다. 가격으로 본 상위 10개 중에서 저작권이 풀린 것은 5위에 해당하는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1904년 작품 <달빛이 있는 연못>으로 30억6천만원(2,928,000달러)에 거래됐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교보문고 제공, 퍼블릭 도메인
*이 글은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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