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발품, 245점에 담은 지구촌 ‘원형’

곽윤섭 2014. 11. 10
조회수 20788 추천수 0

  세바스치앙 살가두 ‘제네시스’

 장엄하고 숭고한 지구 대서사시...‘사진을 한다’면 이것만은

 40년 사진인생 총정리...“사진은 나의 글쓰기자 나의 인생”

 

salgado00008.JPG » 자보도브스키와 비소코이 섬 사이에 있는 빙하 위 턱끈펭귄.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 2009.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001.jpg »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입구

salgado0000003.JPG »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번출구. 나와서 오른쪽을 보면 제네시스 간판이 있다.

 salgado0000002.jpg » 전시되는 사진의 크기와 배치는 모두 렐리아 살가두(살가두의 부인)이 직접 했다. 전시장 내부.    

 

그렇게 기다리던 사진전 <제네시스>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2004년부터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작업한 역작으로 ‘숨겨진 지구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감동여행’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전시는 2015년 1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다. 예술동은 조금 낯선 전시공간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번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나무와 울타리 너머로 전시간판이 보이니 곧장 가면 가깝다. 이순신장군이나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에서 접근하면 더 머니 착오가 없길 바란다.

 

 <제네시스>는 성경의 창세기가 떠오르는 제목이지만 살가두 본인이 “종교와 상관없는 제목”이라고 못 박았으니 이상한 댓글 같은 것은 달지 말면 좋겠다. 사진전의 내용도 종교와는 아무 상관없다. 다만 사진을 보면 장엄한 지구의 대서사시가 떠오르면서 경건해짐을 느낄 수는 있다. 숭고미가 바로 이런 사진에 해당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인터넷으로 제네시스를 검색하면 몇 장 볼 수 있고 지난해에 거금을 들여 산 영문판으로 된 사진집 <제네시스>는 손때 묻지 않게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판형이 커서 전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의 <제네시스>는 격이 다르다. 가장 큰 사진은 2,068 X 1,528밀리미터 크기로 걸렸고 1층과 지하1층의 두 개층에 걸쳐 모두 245점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숨겨진 지구촌의 비경을 보여주기 위해선 이 정도 규모는 되어야 마땅하다.
 
 이미 2010년에 사진마을의 기사(http://photovil.hani.co.kr/46105)로 예고한 적이 있는데 8년간의 방대한 작업 끝에 2013년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첫 전시를 시작한 이래로 3개의 프린트가 전세계를 돌고 있다. 5월엔 캐나다와 이탈리아와 브라질에서 전시되었고 9월에는 스위츨랜드와 프랑스에서 전시했다. 2014년엔 스페인, 다시 이탈리아 등을 거쳤다. 내년 1월 한국 전시가 끝나면 중국 상하이로 넘어간다고 한다.

 살가두는 브라질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고 1971년에는 프랑스 파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커피기구에서 경제전문가로 근무하다가 1973년 앞날이 창창한 길을 버리고 프리랜서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4년 4월에 나온 살가두의 자서전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온다.
 “두둑한 연봉, 근사한 아파트, 스포츠카는 종쳤다”(52쪽)
 “나는 항상 나의 사진을 역사적이고 사회학적인 시각에 놓고 보았다. 작가들이 펜으로 기술하는 작업을 나는 카메라로 했을 뿐이다. 내게 사진은 글쓰기다”(63쪽)
 “나를 사진기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또 나를 투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 또한 사실이 아니다. 유일한 진실이라면, 사진이 내 인생이라는 것이다”(68쪽)

 

salgado00002.JPG » 발데스 반도의 산 호세 만과 누에보 만이 천연보호구역을 형성하고 있어 이곳에 남방참고래들이 모여든다. 이 고래는 자주 꼬리를 물 밖으로 내놓은 채 유영한다. 발데스 반도. 아르헨티나. 2004.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3.JPG » 폴렛 섬과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에 있는 빙산. 남극 반도. 2005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1.JPG »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 에콰도르. 2004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4.JPG » 브라질의 마투그로수 주의 싱구 상류유역에서 와우라 사람들이 자신들 마을 근처 퓰라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싱구 상류유역에는 다양한 소수부족들이 살고 있다. 브라질. 2005.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5.JPG » 물시와 술마 여인들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입술 접시를 착용한다. 진카 근처 마고 국립공원 안 다귀 물시 마을. 에티오피아. 2007.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6.JPG » 멘타와이 부족의 샤먼을 시케이레이라고 부른다. 시케이레이이이자 리더인 트룸은 사고 야자나무 잎으로 사고를 거르기 위한 필터를 만들고 있다. 시베루트 섬. 서 수마트라. 인도네시아. 2008.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7.jpg » 알브르그와 틴 메르조우가 사이의 넓은 사구, 타드라르트. 자넷 남쪽, 알제리. 2009.©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09.JPG » 나바호 구역에서 바라본 콜로라도 강과 작은 콜로라도 강의 합류지점.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은 이 합류지점에서 시작된다. 아리조나. 미국. 2010.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salgado00010.JPG » 잠비아에서는 밀렵꾼이 코끼리를 사냥하기 때문에 코끼리는 사람과 차를 무서워한다.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 놀래서 관목으로 아주 빠르게 도망친다. 카푸에 국립공원, 잠비아. 2010.©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11.JPG » 날씨가 아주 나쁠 때는 네네츠 족과 순록은 한곳에 며칠씩 머문다. 북극권 안 야말 반도. 시베리아. 러시아. 2011. ©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salgado00012.JPG » 토와리 이피 마을의 조에 여인들은 일상적으로 우루쿰이라는 붉은 열매를 사용해 몸에 붉은색을 칠한다. 이 열매는 식용으로도 쓰인다. 파라, 브라질. 2009. ©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사진가가 된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시그마, 감마, 매그넘을 거치면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1994년 그는 1인 사진 에이전시인 <아마조나스 이미지>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의 대기근을 담은 사헬(1984~1985), 세하 팔레다의 금광사진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1986~1992), 47개국에 여행하면서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들의 행렬과 고난한 참상을 찍은 이민자들(1993~1999)등의 굵직한 대작들을 남겼다.

 그리고 2004년부터 시작한 <제네시스>가 마무리되어 이제 세계인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올해 살가두는 일흔 살이 되었다. 그러나 예전 기사에서 그가 “나이가 일흔이 되었다고 해서 일하길 그만 두는 사진가는 아무도 없다”고 밝혔듯이 앞으로도 사진가의 숙명을 계속 이어나가겠지만 <제네시스>는 40여년 사진인생의 총정리에 해당한다.
 <제네시스>는 모두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시작되는 1부는 <남쪽>이다. 그동안 살가두의 노동자와 난민 작업에서 보듯 늘 사람들이 사진에 있었으나 <제네시스>엔 사람이 없는 사진 많다. 아직 지구에 남아있는 오지들의 사진이니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없으면 그 자리에 뭐가 있겠는가? 사람이 없는 덕분에 남극에는 펭귄이 있고 바다엔 남방참고래가 있고 나그네알바트로스가 살 수 있는 것이다. 살가두의 눈에, 살가두의 사진에서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사람이다.

 2부는 성지(보호구역이란 뜻도 있다)로 이어진다. 1층을 나와 한 층을 내려가면 3부 아프리카편이 나온다. 2010년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렸던 <아프리카>전에서 봤던 사진이 몇 장 반갑게 다가온다. 4부는 북쪽으로 알래스카나 시베리아의 환경을 보여주고 마지막 5부는 아마존편이다. 각 파트는 전시벽의 색깔로 구분되니 동선을 따라가다 벽의 색이 바뀌면 다른 파트라고 보면 된다.
 
 이 정도의 사진은 전시장에서 봐야 제 맛이다. 이 정도 사진집은 한 권 가지고 있어도 좋다.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 황사가 앞을 가릴 정도로 앞을 가리는 날, 화창하게 맑은 날에 <제네시스>를 펼쳐보면 지구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 사진집을 사지 않아도 좋다. 좋은 영화는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두고두고 떠올리면서 곱씹을 수 있다.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제네시스>는 전시장에 직접 가서 감동을 느끼며 감상하고 사진가의 노고에 감사해야한다. 고국 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주 남동쪽에 있는 리오 도체 계곡 인근에 1998년부터 지금까지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환경운동가 살가두가 땀으로 찍은 사진전 정도는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봐줘야한다. 이 정도를 외면하고 “사진을 한다”고 말하면 부끄럽겠다.
 
 포털에서 <제네시스>와 살가두를 검색어로 넣고 찾아봤다. 제대로 전시를 소개한 매체는 손꼽을 정도였다. 이거 참 큰일이다. 어떤 특정 언론사가 이 전시를 주최했다고 해서 전시를 외면해선 안된다. 좋은 전시라면 어느 매체가 주최했는지 따지지 말고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풍토가 자리잡으면 좋겠다. 잘 차려진 사진전 하나는 어떤 누군가에게 평생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 이 전시는 렐리아 살가두(살가두의 부인)가 기획하였습니다. An exhibition curated and designed by Lelia Wanick Salgado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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