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꽃으로 피고, 꽃은 연기로 사라지다

곽윤섭 2014. 08. 04
조회수 15116 추천수 0

 김종현 사진전 ‘모멘트 드로잉’

 바람이 조각한 고와서 서러운 순간의 곡선

‘우연적인 필연’이 빚어낸 새로운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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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의 사진전 <모멘트 드로잉(Moment Drawing)>이 5일부터 20일까지 앤드앤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총 2명의 작가가 선정되어 릴레이로 진행되고 있는,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앤드앤갤러리 신인작가 지원”의 첫 번째 초대전으로 김종현 작가는 33점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다.
앤드앤갤러리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모멘트 드로잉>은 분명히 연기를 찍은 사진이긴한데 아주 신비로운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말 김종현과 만났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절묘하게 보인다. 이런 질문 잘 안하는 편인데 이건 궁금하다. 도대체 어떻게 찍은 사진인가?
 =스튜디오에서 찍은 연기다. 향 같은 것을 태우면 연기가 난다. 거기에 약간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취지가 무엇인지?
 =쉬운 사진을 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보고 다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하고 싶었다. 조심스럽긴 한데 사진월간지 같은 것을 보면 한국의 사진들은 비슷비슷한 것이 너무 많았고 의미부여만 잔뜩 들어있어 어렵다는 기분이 자주 든다. 그래서 쉽게 하고 싶었다. 찍는 것이 쉽다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 그렇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이 다 이해하면 다 시시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전혀 다른 것을 전혀 다르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름답게 찍으려고 했다. 관객들이 울든 웃든 뭔가를 느끼게 한다면 만족스럽다.
 -어쨌든 쉽게?
 =그러고 싶다. 내가 볼 때 (한국사진은) 모르는 사진이 너무 많아서, 그런 사진이 과연 역사성,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평론가들은 너무 어렵게 분석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
 -답의 방향을 틀어보자. 멋진 풍경과 꽃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보도사진은 현장을 전달한다. 그렇다면 이 사진들은 뭘 보여주는 것인가?
 =아름다움이다. 새로움이다. 새로운 아름다움이다.
 -만약 그걸 못 느낀다면?,
 =개인적 희열감이 전부가 아니다. 열심히 찍었다. 좀전에 말한 것처럼 의미부여만 잔뜩 들어있는, 그런 개념 사진이 너무 많아서…. 나는 다른 사진을 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찍었는지 질문이 들어오면 다 설명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기법을 알려주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걸로 페이스북에 올리거나 전시를 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다른 작업이 나올 것이다. 이런 사진은 절대 같은 것은 안나온다. 내가 다시 찍어도 비슷한 것은 나오지만 같은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이 찍으면 다른 것이 나온다. 그것은 그 사람의 것이다. 내 작품만 좋다고 할 순 없다.
 -작품 하나 찍을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인체의 곡선(시리즈명:신기루(mirage)를 했던 것이 2012년쯤 된다. 거기서 출발했는데 비슷한 느낌을 찾다가 지금 이쪽으로 왔다. 한 장마다 원하는 선이 나와야 하는데 1주일씩은 걸린다. 수많은 종류의 향을 태워봤다. 간단하게 설명을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어떤 꽃이 떠오른다. 특정한 꽃 이름을 가지고 만들어내려고 했을까? 수선화, 나리, 글라디올러스?
 =그건…. 사실은 이런 선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지 특정 꽃을 찾으려는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느낌을 이해한다. 이 작품들중에 꽃의 형상이 많이 보이지만 여러번 하다가 꽃과 비슷한 것이 나왔다. 어느 한순간 바람이 만든 형상을 발견해냈던 것이다. 의외성이 표현되었다.
 -처음엔 우연히 향을 보다가…. 이거 재밌겠다.
 =실험해보니 꽃 모양도 나왔다. 특정한 어떤 꽃은 아니고 그냥 꽃을 떠올리면서 유사한 형상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우연히 찍혔지만 결국은 내가 원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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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이 볼 때마다 꽃이름이 달라질 것이다. 그걸 위해서 작품이름은 그냥 ‘플라워’다. 누군가에겐 새깃털로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창포잎으로 보일 수도 있다. 독자와 관객 여러분들이 보고 이름 붙여 보라. 신기루(mirage)작업의 인체곡선을 보면 사막이나 계곡의 선이 나타나므로 에드워드 웨스턴의 작품처럼 보이는데 김종현은 거기서 간결한 선의 특징을 끌어내서 다른 쪽으로 가고 있으니 독특하다. 김종현과 사진이야기를 조금 더 했다. “사진 인것과 사진 아닌것”의 차이에 대해 주로 이야길 나눴다. 만약 김종현의 작업을 카메라를 통하지 않고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렸다면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CG로 했다면 또한 작품일 수 있는데 그걸 사진으로 부를 순 없는 것이다. 또한 롤랑 바르트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했다. 어떤 이들은 김종현의 사진에서 “자신을 찌르러오는” 각자의 푼크툼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푼크툼을 찍으러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이지만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서 누군가는 푼크툼적 경험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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