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해, 좀 쉬었다 가자

곽윤섭 2014. 06. 30
조회수 10387 추천수 1

5월 테마평 공유 <좀 쉬어가기>

 

테마평 공유합니다. 주말을 이용해 강의를 하고 있는 사진강좌 <곽윤섭기자의 사진클리닉>의 졸업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테마에 관한 짧은 평입니다. 2014년의 테마는 ‘여행’입니다. 1월-역, 혹은 정류장, 2월-길, 어디로, 3월-누구랑 가니? 4월-거기서 만난 사람들, 5월-좀 쉬어가기, 까지 진행되었고 6월은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라를 진행중입니다.  


 18.JPG » 18번: 처음에 스물두 장을 받아서 쭉 보다가 뒤집어진 사진이 이거다. 테마 상관없이 좋았으나 테마와도 잘 어울린다. 길게 쓸 이유가 없다. 아마도 표를 많이 얻을 것이고 나도 한 표를 쾌척한다

 

 

 이번 달에는 전반적으로 사진의 수준이 높아졌다. 개별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보이고 테마를 잘 받아들여 녹여낸 사진이 많다. 몇 장은 훌륭한 해석을 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좀 쉬어가기>에서 ‘좀’이란 게 어렵다고 반농담삼아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넘어가도 좋았고 정색을 하고 ‘좀’을 표현해낸 작품도 있다. 테마지기의 테마제시 안내가 친절했다. 크게 세 가지 정도로 테마를 설명했는데 참 잘했다. 첫 번째는 긴 여정을 강행군하다가도 잠깐 숨을 고른다는 뜻이다. 아직 갈 길이 남았는데 재충전을 위해 멈췄다는 것인데 최희준이 부른 ‘인생은 나그네길’에서 보듯 여행이란 것이 명소를 찾아가는 것만 포함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두 번째는 ‘휴식’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라 했으니 모든 여행이 이번 테마에 다 유용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다른 차원의 안내였는데 이제 여행에서 돌아와 돌이켜보니 빵지님의 표현처럼 “힘들 때마다 떠오르고 힘이 되어주는 그 무엇”을 사진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면 다 이번 테마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이 세 가지에서 우열은 없다. 해석의 여지를 폭넓게 가져간 테마지기의 현명함이 돋보이는 5월이었다. 4월의 비극 앞에서 온 국민이 하루하루 분노와 애도로 지쳐있었으니 잠시 쉬면서 침잠하자는 뜻도 읽었다.

 

1.jpg  

 1번: 여행을 다녀온 주체로서의 ‘나(촬영자)’는 이 사진에서 편안함을 떠올린다. 그러므로 이 사진의 시선은 관찰이 아니라 ‘내’가 그 여행에서 체험한 것이다. 사진은 여러모로 체험이다.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사진이다.
 

 

2.jpg

2번: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인생에서 이 순간은 잠시 쉬어가는 장면이다. 인생은 고해지만 잠깐잠깐 호화롭지 않은 휴식이 있어서 살만한 것이다. 그 휴식이 누군가에겐 약간의 그늘일 수도 있고 약간의 음주일 수도 있고 독서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다. 테마를 잘 해석했다는 뜻에서 한 표를 던진다.

 

3.jpg

3번: 뒷모습이지만 2번과 같은 해석을 했다. 정자에 앉은 저 이는 잠깐 쉬고 있다. 2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공간이다. 2번은 사진의 주인공들이 거주하는 곳이니 인생여정의 시간적인 접근인데 반하여 3번 사진은 저 위로 보이는 다정다감하거나 시끄러운 주택가에서 물리적인 공간에서 벗어나서 관조하고 있다. 잠시 후 다시 저 동네로 뛰어들거나 스며들어서 삶을 이어갈 것이다. 정자의 아래를 쳐내고 동네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 게 나의 취향이다. 

 

4.JPG

4번: 한 장의 사진은 단편소설의 첫 문장이 될 수 있다. 양말 한 켤레가 여러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좀 쉬어가기”라는 제목의 소설이므로 소설의 주인공은 수영을 하면 좋겠는데 물이 좀 탁하다. 따라서 창작력이 좋은 회원들께서는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관광 또는 휴식을 위해 찾은 여행지에서 이 사진은 이제 와서 생각해도 다시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사진은 아니다. 역시 양말이 핵심인데 어렵다.

 

5.JPG

5번: 와 대단하다. 장군께서 보수적 성향의 신문과 맞서고 있다. 오른쪽의 크레인은 클리셰일 수도 있다. 자 이게 왜 “잠시 쉬어가기”인가? 우리가 하고 있는 1년 테마의 긴 여정에서 잠시 즐겁게 웃고 가자는 사진이라서 쉬어가기에 해당한다.

 

6.JPG

6번: 여행지의 숙소여도 좋고 살고 있는 집이어도 좋다. 살랑 부는 바람은 잠시 쉬어가고 싶게 만든다. 해석이 좋고 사진의 느낌도 좋아서 한 표.
 

 

7.JPG

7번: 총체적으로 좋다. (이 사진을 보면서) 촬영자도 쉬고 왼쪽 커플도 쉬고 오른쪽 커플도 쉬고 있다. 또한 이 사진을 보면서 우리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젊음은 짧다. 그러니 청춘은 뜨겁지만 긴 인생에서 본다면 닥쳐올 중년 이후의 치열함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8.jpg

8번: 강한 사진이라 버겁다. 우선 이 배낭을 찍은 사진이란 점에서 먼저 접근해보면 촬영자의 가방이든 누가 버리고 가거나 잠시 내려둔 가방이든 상관없이 쉬어가기로 연결될 고리가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이 정자 혹은 원두막이 더 크게 나와야한다. 크다는 것은 면적의 넓이가 될 수도 있지만 강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위로 꼬마가 있어서 설득하려 들었지만 지나가는 걸음걸이이므로 행인1이 되어버렸다. 대안을 제시하면 꼬마의 얼굴이 보였다면 혹은 그 자리에 정지했다면 혹은 정자가 더 편하게 보였다면 좋겠다.

 

9.jpg

9번: 정직하고 정확한 해석이다. 여행은 휴식이다. 페디큐어를 한 발가락이 몇 개 더 있었다면 좋았는데 그게 없어서 아쉽다. 사진은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10.jpg

10번: 멋진 사진이다. 역시 빛이 있어서 빛나는 게 사진이다. 여행자가 잠시 쉬고 있다. 노숙자는 책을 안 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만약 노숙자라면 인생여정에서 잠깐의 휴식이다. 깊이 잠든 것 같아서 ‘좀’ 쉬어가는게 아닐 수도 있어서 고민을 했지만 한 표.

 

11.JPG

11번: 볼 게 많다. 잘 찍었다. 쉬어가려다가 제때를 놓친 게 아닐까싶다.

 

12.JPG

12번: 앞에서 했던 이야기는 반복하지 않겠다. 인생,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어려울 때마다 꺼내보는 사진. 적당히 떨어져있는 둘 사이의 간격에 주목한다. 

 

 

13.JPG

13번: 역시 했던 이야기는 뺀다. 앞의 사진평에서 찾아보라. 왼편의 꼬마가 뭘 하는지가 중요하여 키워보려했으나 원본이 아니라서 깨져보였다. 저 꼬마가 뭘 하는지에 따라 사진의 완성도와 테마 해석의 수준이 확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괄호치기.
 

 

14.JPG

14번: 탁월한 해석이다. 묘지의 상징이 막중하다. 여인네가 들고 있는 책자가 좀 의아스러웠는데 시집이거나 더 두꺼운 책이었으면 좋겠다. 하필이면 ‘옐로우’표지라서 이게 어울리기나 하나 싶었는데 닥치고 한 표. 여행지일수도 인생일수도, 묘지 주인공과 관련이 있어도 없어도 좋다.

 

15.jpg

15번: 산비둘기가 잠시 쉬고 있다. 앙리 루소의 작품을 떠오르게 했으므로 완성도가 높다.

 

16.jpg

16번: 오른쪽 아이의 절묘하게 꺾인 발목이 시선을 끌었고 뒤에 예쁜 피사체도 좋다. 요즘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아마 이 사진을 올린 분도 그랬을 것이다. 동네 아파트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을 봐도 요즘은 불쾌한 생각이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많이들 하고 살아라. 인생은 고해다.

 

17.JPG

17번: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잠시 쉬고 있다.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표정, 얼굴의 방향등을 보면 굉장히 고심하고 찍은 사진인 것을 알 수 있다.
 

19.jpg

19번: 복잡하지만 잘 처리했다. 왼쪽의 빨간 리본(?)이 궁금하다.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어서 고심한 흔적을 알 수 있으나 (다른 사진과 비교해서) 테마해석이 남다르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20.JPG

20번: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한 박자 쉬어가고 싶다? 고단한 여행의 길에서 이런 장면을 만나서 잠깐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어 좋았다? 글쎄 이 아이들은 지금 맹렬히 놀고 있다.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른다. 오른쪽의 노란 옷은 마치 오려다 붙인 듯 절묘하게 시선을 끌지만 쉬어간다는 느낌을 전달하진 못한다.

 

21.JPG

21번: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해가 지길 기다려 빛을 순화시킬 수 있었겠다. 그 시간에 저 사람들이 계속 저러고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내용으로 테마를 소화한 사진이다. 빛이 거칠지만 이런 사진도 개성이 있는 법이고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22.jpg

22번: 자연 앞에서 경건하게, 다르게 보면 자연에 맞서는 기분이 들어서 쉬거나 한 템포 중단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주 잘 보자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바닷바람을 쐬고 있다는 정도. 그럼 잘 처리한 사진이 아니냐고 반문이 나올 수 있다. 뭔 소리를 하느냐면 서문에 썼든 여행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여 인생을 여행이라고 한다면 바닷가가 아닌 도심, 혹은 3번 사진처럼 시가지에서 살짝 구석진 곳에서 머리를 식히는 사진이 가능하다. 그런데 바다이다 보니 여행지로 생각이 되고 그러다 보니 “아 이 작가는 여행이란 의미를 실제 여행으로 규정하고 찍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실제 여행이라면 잠깐의 일탈과는 거리감이 있다. 혹시 모르는 경우의 수는 바닷가에 사는 주민들이다. 그렇다면 저녁 먹고 슬슬 나가서 머리를 식힐 수 있다. 그러자면 사진의 옷차림이 더 현지스러운 것이 좋다. 현지주민인데 옷차림이 저럴 수도 있지만 사진은 눈에 보이는 매체다.

 

 

23.jpg

23번: 천렵을 하는 것도 휴식의 한 취향일 수 있으나 이번 테마의 ‘쉬어가기’와는 다르게 보인다. 뭔가 목적을 가지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테마는 앞에서 여행과 관련된 다른 작은 테마를 진행하다가 등장한 테마이므로 쉬어가기의 진의는 우리가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신의 치유를 떠올리는 사진이 가장 테마에 근접했다고 전제하고 평을 올렸다. 이해하기 바란다. 지난달에 비해 한 장 적었다가 막판에 한 장이 추가되어 간신히 지난달과 응모숫자가 같아졌다. 나의 평에 문제가 있어서 응모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소심해져서 이번엔 호의적인 평이 많아진 게 절대로 아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6월의 테마엔 30명이 넘어가길 바란다. 그러고도 수준이 높아졌다면 호평을 많이 할 것이다. 30명이 넘더라도 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그나저나 테마에 개근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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