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마주친 그, 그것

곽윤섭 2014. 06. 03
조회수 7351 추천수 0

4월 테마평 <거기서 만난 사람들>

 

 

9.jpg » 9-그냥사진: 이번 테마에서 제일 나은 사진이다. 23장을 다 보고 난 다음에 내린 결론이다. 여행에서 뭘 만났는지, 만나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잘 전달되고 있다. 어떤 느낌인지 내가 말하는 것은 과하므로 이 자리에선 생략한다. 궁금하면 직접 만나 이야길 나눠보자.

 

 

 테마평 공유합니다. 주말을 이용해 강의를 하고 있는 사진강좌의 졸업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테마에 관한 짧은 평입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곽윤섭기자의 사진클리닉과정>을 마친 ‘사진놀이대원’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여러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1년동안 긴호흡을 가지고 진행되는 ‘테마사진’이야말로 가장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우선 1년동안 진행할 큰 테마를 정하고, 다시 달마다 소주제를 정해서 사진을 제출한 후에 회원들의 투표로 순위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놀이면서 동시에 즐거운 공부입니다. 그런데 이 테마작업이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테마에 대한 해석은 물론 그 테마를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한 고민에 대한 조언, 각 사진에 대한 리뷰까지, 곽윤섭기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회원들은 10회의 수업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테마라는 고민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한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곽윤섭기자의 평가와 회원들의 투표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2014년의 테마는 ‘여행’입니다. 1월-역, 혹은 정류장, 2월-길, 어디로, 3월-누구랑 가니? 4월-거기서 만난 사람들, 까지 진행했고 현재 5월-좀 쉬어가기, 를 진행중입니다.  
                                                           사진클리닉 2014년 테마지기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여행의 본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모든 여행은 ‘떠난다’는 한 가지를 빼고는 저마다 다르다. 4월 테마 “누구와 만나셨나요”는 그러므로 대단히 어려웠다. 찍는 사람(사실은 찍은 사진 중에서 골라내는 것, 원래 사진은 잘 찍는 게 아니고 고르는 것이니)도 어려웠을 터이지만 평을 쓰려는 나도 어려웠다. 그리하여 괜스레 테마지기에게 시비를 걸어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차일피일 끌었다. 무슨 이야기냐면 ‘만남’, 특히 그것도 사람과의 만남이 여행의 목적이 아닌 여행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누구와 만남”을 확대 해석하여 누구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만남은 ‘발견’, ‘목격’, ‘조우’, ‘경험’, ‘고민’, ‘상처’, ‘극복’, ‘애도’, ‘치유’, ‘좌절’, ‘해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사클의 회원들이 모두 알고 있으므로 역시 괜한 고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정리하고 4월의 사진과 ‘만난’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1.jpg  
 1-마루종: 여행하는 사람 중에 일부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이유는 낯선 것을 보기 위함이다. 따라서 낯익지 않은 피사체는 외국여행 사진의 기본이다. 그 이상은 없다.

 

 

2.JPG  
 2-경: 낯익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국적인 축제와 이국적인 장면도 있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3.JPG

3-김카피: 1번과 2번 다음에 놓인 덕분에 이 사진이 더 ‘낯설게’ 보여서 좋았다. 이 사진가는 뭘 만났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점을 치듯 짐작해 본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공간으로 걸어가는 사진가는 절망에 대한 고민을 만난 것 같다. 왼쪽의 사람들은 아무 의미 없으나 없었다면 큰일 난다.

 

4.JPG

 4-papa: 무엇인가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이다. 사진가는 저 사람들의 감정을 대신하여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가는 번역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니 좋은 접근이다. 앞장서서 손을 잡아끄는 꼬맹이가 사진에 힘을 실었다.

 
 

5.jpg

5-forest: 4번과 같이 감정을 대신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만남은 사색이란 점에서 다르다.


 

6.jpg

6-시코쿠: 이 정도 훈련이 되었으니 여러분은 각자 이 사진이 어떤 만남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기 바란다. 사진에 찍힌 사람이 카메라를 통해서 봄을 만나는 것인지 아니면 사진가가 어떤 사진가를 목격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만남인지.
 

 

7.jpg

7-GAP: 해리포터, 오바마와 만났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만난 것은 아니다. 이 사진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화가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견장이다. 완장찬 사람들의 작태가 판을 치는 이 시국에 이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유를 알만하다. 한 표를 던진다.

 
 

8.JPG

8-썬파워: 4번과 6번을 결합하였고 거기에 몇 가지 더 만남이 포함되어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만남이 중첩되어있다고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번 말했지만 사진을 찍는, 사진을 평하는 방법에서 가장 존중해야할 기준은 “왜 찍는가”이다.

 
  

10.JPG

10-둘둘반장: 역시 여러 가지 만남이 들어있고 잘 찍었다. 그렇지만 왜 찍었는지 이해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결국은 이국적인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은 탄생과 더불어 낯선 풍경의 수집에 열을 올렸고 이미 <라이프>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정점을 찍었다.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얼마든지 낯선 곳을 가고 싶어 할 수 있고 나도 가끔 그렇다.

 

11.JPG

 11-라이지: 꼬맹이의 눈초리가 사진을 끌고 간다. 기차는 꼬맹이를 데리고 어딘가 간다. 사진가는 꼬맹이를 발견했다.

 
 

12.jpg

12-오래걷기: 외국인(이국적으로 생긴)들이 이국적인 분위기에 있다. 튤립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자세는 이국적이지 않고 친근하다. 여기까지. 그래서 어쩌라고.

 
 

13.jpg

13-김문기: 이번 4월 테마평의 핵심을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만나거나 느끼거나 할 수 있는 사진을 원하는 것이다. 사진가가 ‘만났을 수’도 있고 사진을 보는 우리가 ‘만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사진은 그걸 이해한 사람이 찍었으니 한 표를 던진다.

 

14.JPG

14-thetheso: 12번과 비슷하다. 외국 사람을 찍으면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는 시선을 던지지 않는다.

 

15.jpg

15-잊혀지는 것: 사진에 찍힌 꼬맹이의 손가락 모양을 흉내내보았다. 꼬맹이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리묘사를 사진으로 해낸 좋은 사진이다.


 

16.jpg

16-블루마리: 내가 본 여러 풍등 사진 중에서는 아주 밋밋한 편이다.

 
 

17.JPG

17-해찰: 좋았다.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같은 사진은 아닌 것이다. 단순히 외국인을 찍은 것에서 한 계단 더 올라갔다. 사진을 통해 무슨 이야길 하느냐의 문제인데 “외국인들이 있다”는 것에서 더 나갔다는 뜻이다. 왼쪽 창문 속의 학생 덕분이다. 한 표.

 

18.jpg

18-문성식: 글쎄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사진에선……. 어떤 이야기를 읽어내기가 힘든 개인적인 사진이다. 사진이야 늘 주관적이긴 하지만 이건 사적이라는 뜻이다.

 
 

19.JPG

19-눈부신 봄날: 사진 잘 찍었다. 깔끔하고 안정적이다. 이 정도는 해야 어디 가서 사진 좀 한다……. 는 말을 꺼낼 순 있는 단계다. 표를 남발하고 싶지 않아서.

 

 

20.JPG

20-래미: 뭘 만났는지 짐작할 수 있고 취지도 좋다. 그런데 너무 쉽게 읽혀서 아쉽다.

 
 

21.JPG

21-우쭐: 사진가는 이곳에서 본인을 만났다.

 

22.jpg

22-빵지: 사진가는 이곳에서 즐거움을 만났다. 그런데 역시 외국인이다.

 
 

23.JPG

23-바람새: 한 표. 한 장만 놓고 평을 쓰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되어야 사진이다. 이야길 술술 끌어내고 있고 어떤 장편 소설의 첫 문장처럼 보인다. 9번과 비슷한 급인데 그렇다고 9번보다 더 낫다고 할 순 없고 두 번째쯤으로 평가한다. 왜 그렇게 판단하는가? 9번은 사진가의 노력이 더 들어갔고(평범한 곳에서 찾아냈고) 23번은 장소 그 자체가 제공하는 힘이 조금 더 컸기 때문이다. 물론 두 장의 사진이 모두 사진가가 셔터를 눌러서 찍힌 사진이긴 하지만 고민 끝에 누르는지 아니면 우연히 조우하는지에 대한 아주 미세한 차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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