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표 인물사진의 정석

곽윤섭 2014. 05. 01
조회수 23767 추천수 1

정동헌 사진집 <100인첩>

“작업멘트 날려 어색함 깨고 그 순간 뺏아내”

직업 따라 100인 100색…인물 후기도 ‘짭짤’


 

 

 현직 사진기자인 정동헌(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의 사진집 100인첩이 나왔다. 이번 책은 2006년 <이주노동자 또 하나의 아리랑>, 2008년 <사진 캡슐>에 이은 정기자의 세 번째 책으로 취재현장에서 만난 우리 시대 각 분야의 인물 100인의 초상사진과 후기가 수록되어있다.

 정동헌기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100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누군가?
 =발레리나 서희(110쪽)를 찍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젊은이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했다. 느닷없이 ‘열심’이란 말의 뜻을 아느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대충 대답했더니 “열심이란 말이 심장에서 열이 난다는 뜻이라면서요? 발레를 할 때 제 심장에서 열jdh00001.jpg » 책표지이 나고 가슴이 뜨거워져요. 그 느낌 때문에 발레를 합니다.”라고 말하더라. 인상적이었다. 스물여섯 나이에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최고 지위인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오른 것이 고된 연습과 치열함 덕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100명의 선정은 어떻게 했는가?
 =150명쯤 원고를 넘겼는데 아무래도 지명도를 고려했고 어록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사람은 나중에 빼기도 했다.
 -사진 찍기에 편한 사람이 있고 어려운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어려웠던 경우는?
 =2009년에 강만수(12쪽) 당시 이명박정부 경제특보를 찍을 때였다. 오랜 기간 관료와 공직자로 산 사람이라서 인터뷰 동안 이야기는 잘했으나 몸의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손이 책상 아래에서 올라오질 않아 도대체 그림이 안되었다. 그래서 “기삿거리는 충분히 나왔으니 사진거리도 좀 달라”고 했더니 대번에 알아듣고 제스처를 취해주더라.
 -포즈를 저절로 취해주는 경우도 있었나?
 =대부분 내가 포즈를 취해달라고 해야 자세가 나온다. 그전에 먼저 해야할 일은 ‘작업멘트’를 날려 어색함의 벽을 깨는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에 동작이 나오고 그 순간을 뺏어내는 것이 인물사진 작업이다. 아 그러고 보니 본인이 먼저 포즈를 취한 적도 있었다. 최태지(204쪽) 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의 경우엔 대로변인데도 불구하고 민망할 정도로 여러 가지 발레 동작을 보여주면서 사진 찍는데 도움을 주더라. 영화배우 안성기(136쪽)를 찍을 때도 기억이 난다. 광화문이었는데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인터뷰사진을 찍으러 갈 때 약속시간보다 미리 나가서 장소를 물색하는 편이다. 이윽고 인물이 오면 찜을 해둔 장소에서 찍는다. 감나무를 찾아냈고 그 감나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앵글을 찾다보니 담장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관록의 배우답게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겠다며 촬영에 응해줬다.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기자의 사진은 특징이 있다. 일간지 사진기자라면 늘 시간에 쫓기다보니 특히 빨리 찍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어느 정도의 질은 담보가 되는 상태에서 최대한 빨리 찍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평소에 아이디어를 늘 준비하고 있어야하고 지형지물에 빨리 익숙해져야한다. 또한 정동헌의 말처럼 카메라 앞에서 굳어지기 쉬운 한국인들을 위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잽싸게 깰 수 있는 멘트를 준비하고 있어야한다.  이상의 것이 지켜진 “사진기자표 사진”이 수준있게 쭉 이어져야한다. 배경도 중요하다. 인물과 관련이 있는 배경은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강화시켜주고 인물 자체의 호감도나 신뢰도도 높여준다. 그러나 배경이 인물보다 튀어서는 곤란하다. 도움이 되는 한도내에선 많이 포함한다. 이런 원칙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것도 곤란하다. 형태를 계속 바꿔줘야 물림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스튜디오에서 찍기도 하고 단순한 패턴의 배경도 사용할 줄 알아야한다. 정동헌의 100인첩은 초상(인터뷰)사진찍기의 교과서라고 봐도 좋다. 책은 왼쪽에 글과 어록, 그리고 취재후기가 있고 오른쪽엔 그 인물의 사진이 있는 식으로 따박따박 구성되어있다. 촬영당시의 에피소드나 나름의 인상평을 읽는 재미도 있다.

 

책구입바로가기 

 

jdh0001.jpg » 김담(경방타임스퀘어 대표), 24쪽

jdh0002.jpg » 김연경(배구선수), 40쪽

jdh0003.jpg » 김인순(종부), 52쪽   
 

 “종부는 무엇보다 집에 사람 오는 걸 싫어하지 않아야합니다. 누구라도 사람을 가리지 않고 대하는게 종손·종부의 기본 덕목이거든요. 예전처럼 밥 굶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있는 반찬에 수저 하나 더 놓으면 같이 먹을 수 있거든요.” -김인순의 어록
 
 종택으로 수시로 손님들이 들어오고 연중 내내 제사가 끊이지 않는다. 사명감 없이, 보람 없이, 아니 그 자체가 즐겁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삶이다. 그런 것을 우리는 후덕함이라 하고 인고라고도 한다. 그런 내면이 이렇게 온화한 미소로 굳어지지까지 그 노력 또한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박세당 12대 종부인 김인순씨가 도봉산 삼봉이 바라보이는 사랑채 앞에서 종갓집며느리가 지켜야하는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 정동헌의 후기

 

jdh0004.jpg » 김진선(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 60쪽

jdh0005.jpg » 박원순(서울시장), 86쪽

jdh0006.jpg » 성김(주한미국대사), 116쪽

jdh0007.jpg » 손예진(영화배우), 122쪽    
jdh0008.jpg » 안성기(영화배우), 136쪽  
 
 “항상 상승곡선을 타는 것은 없어요. 오르락내리락하는거죠. 그러니 후배들도 길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안성기의 어록
 
 긴 연기생활을 하면서 스캔들도 없이 항상 평안하고 소박함으로 우리 곁에 있는 국민배우다. 연기를 오래하면 어떨까. 연기 속 캐릭터가 진짜일까. 일상으로 돌아온 삶이 진짜일까. 담장 위 익어가는 감나무처럼 연기의 원숙함이 경지로 나간다는 것은 팬에게 또 다른 영화를 기다리게 한다. -정동헌의 후기

 

jdh0009.jpg » 이상봉 이청청(디자이너 부자), 164쪽

jdh0010.jpg » 최태지(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 204쪽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사진책

사진기자표 인물사진의 정석 [1]

  • 곽윤섭
  • | 2014.05.01

정동헌 사진집 <100인첩> “작업멘트 날려 어색함 깨고 그 순간 뺏아내” 직업 따라 100인 100색…인물 후기도 ‘짭짤’  현직 사진기자인 정동...

전시회

스쳐 지나가지 말고 머뭇거리자 [1]

  • 곽윤섭
  • | 2014.04.30

전하늘 사진전 <증명사진> 일상의 옆모습, 생각하는 관객 전하늘의 사진전 <증명사진>이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5월 4일까지. 류가헌은 종로...

뭘까요

뭘까요? 3월 선정자 발표, 4월 문제 출제

  • 곽윤섭
  • | 2014.04.29

3월치 ‘뭘까요?’ 정답은 ‘붓’입니다. 응모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정답자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강정철, 나선원, 박미영, 이훈, 전혜진 님에게...

취재

<이달의 사진가 2> 백창원-양치질

  • 곽윤섭
  • | 2014.04.29

1년간 기록한 엄마와 아들의 팽팽한 긴장 필요한 습관을 체화시키는 부모의 노력 <한겨레 사진마을>이 지난달에 선정한 ‘이달의 사진가’ 두번...

취재

연인도 사진가도 행복한 ‘데이트 파파라치’

  • 곽윤섭
  • | 2014.04.29

기념일 등 깜짝 선물로 짝 중 하나가 몰래 의뢰  여자가 남자보다 8:2로 많아…결혼사진 부탁도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유명인사...

사진책

환락가 가부키초, 일본의 속살을 쏘다 [2]

  • 곽윤섭
  • | 2014.04.29

권철 사진집 <가부키초> 16년 동안의 가부키초 기록...야쿠자에 잡혀 신변 위협도 해병대 저격수 출신 특이한 이력...터실터실한 현장 생생  ...

전시회

꿈과 현실이 몸 맞댄 독방, 탈출 열쇠는?

  • 곽윤섭
  • | 2014.04.22

박상희 <고시원> 오늘보다 내일, 그들은 무엇으로 사나  신문에 날 일이 전혀 없는 사진들. 신문이 아니고 사진작가의 사진전시에는 소개될 ...

보이지 않는 눈과 보는 눈, 틈새

  • 곽윤섭
  • | 2014.04.16

시각장애인 사진가 사진전  파란만장한 삶이란 것이 무엇일까. 어떤 이의 자서전이나 수기를 읽고 그 파란만장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예를...

사진책

건축가의 사진, 사진가의 건축

  • 곽윤섭
  • | 2014.04.15

네팔에 세운 라디오방송국 <바람을 품은 돌집>  건축가 김인철이 지은 <바람을 품은 돌집>이 도서출판 <집>에서 나왔다. 이 책은 김인철이 네...

전시회

전시작품 모두 팔린 전시

  • 곽윤섭
  • | 2014.04.10

(후속보도)김해도서관 프리전 성황리에 마쳐  지난 달 사진마을에 소개했던 김해도서관 <프리전>에 참여했던 작가가 e-메일을 보내왔다.    안녕...

전시회

시간을 지워버린 도시, 황홀한 외로움

  • 곽윤섭
  • | 2014.04.08

이원철 개인전 <타임> 2시간 장노출로 일상 너머의 비상 포착 속도의 문명 멈춰세워 부재로 존재증명  이원철의 개인전 <타임(TIME)>이 ...

사진책

풍경의 기록, 기록의 풍경 [4]

  • 곽윤섭
  • | 2014.04.03

김녕만 40년 사진인생 ‘시대의 기억’ 사진가 출신 사진기자에서 다시 사진가로 웃다가 울다가…, 그때 그 순간의 해학들  김녕만은 1978년 ...

전시회

사진작가가 누드로 사막 낙타로 간 까닭은 [2]

  • 곽윤섭
  • | 2014.03.31

 사막에서 먹고 자며 찍은 사진 김미루 사진전, 트렁크갤러리 김미루의 사진전 <낙타가 사막으로 간 까닭은?>이 트렁크갤러리에서 열...

취재

‘솔섬’판결로 사진계 판도라상자 열렸다 [25]

  • 곽윤섭
  • | 2014.03.27

1심 재판부 “저작권 침해 아니다” 판결, 대한항공 손 들어줘 “자연물 촬영은 아이디어일 뿐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니다” 작품 모방 상업적 악용...

뭘까요

2월 당첨자 발표-3월 문제 출제

  • 곽윤섭
  • | 2014.03.25

   2월치 ‘뭘까요?’ 정답은 메주입니다. 응모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정답자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김혜경, 우리집 오빠야(조영재), 진미정, ...

사할린 탄광촌 어머니, 그대로의 모습으로 [1]

  • 곽윤섭
  • | 2014.03.25

윤주영 회고전 ‘잔상과 잠상’ 부조리한 현실에 낮은 목소리 강한 울림 숨어있는 메시지 관객이 ‘현상’하게 여백 사진가 윤주영(1928~ ...

취재

우리시대 비탈, 그곳에 곡선의 삶이 숨쉰다 [5]

  • 곽윤섭
  • | 2014.03.25

<사진마을> 선정 ‘이달의 사진가’-김문기 ‘애잔한 그리움이 된 정경’ 열정 뒤에 찾아온 사진 사춘기, 그들이 묻는다 “와 찍노?” “예뻐서” ...

전시회

있고 있었고 지금은 없는 ‘포토숍된 현실’

  • 곽윤섭
  • | 2014.03.24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 '현실같지 않은 풍경' 다른 누구도 찍을 수 없는 그곳 그 순간 지구촌 오지 곳곳 현장을 먼저 ‘후보정’   ...

전시회

도심 뒷골목 시간이 멈춰 있었네

  • 곽윤섭
  • | 2014.03.20

제이안 <청계천- 기억될 시간들>  사진가 제이안의 5번째 개인전 <청계천- 기억될 시간들>이 3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10인 릴레이 사진 토크, 강사를 소개합니다.

  • 곽윤섭
  • | 2014.03.18

4월 2일 시작되는 <사진의 정체성을 찾아서-한국사진의 미래를 말하다> 접수 4일 만에 신청자가 애초 목표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강사 10인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