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가 누드로 사막 낙타로 간 까닭은

곽윤섭 2014. 03. 31
조회수 27483 추천수 0


사막에서 먹고 자며 찍은 사진

김미루 사진전, 트렁크갤러리

 

 

 kim02.jpg » Erg Chebbi, Morocco, Sahara 3_Digital Print_101x152cm_2013

 

 

김미루의 사진전 <낙타가 사막으로 간 까닭은?>이 트렁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4월 29일까지. 트렁크갤러리는 서울 지하철 안국역 1번출구에서 나와 정독도서관방향으로 10분~15분 걸으면 나온다. 아트선재센터가 나오면 거의 다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미루는 이미 유명해진 적이 있다. 2011년 벗고 돼지우리에 들어간 <돼지와의 동침 3박4일>퍼포먼스를 통해 뭔가 보여줬다. 보도자료에서 이번 전시의 제목을 발견하고는  “낙타우리도 있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진을 열어보니 역시 낙타는 우리에서 서식하진 않았으며 사막이란 공간에 거주하는 낙타 곁으로 가서 찍은(찍힌) 사진이었다. 사진을 열어보니 역시 벗고 찍은 사진이었다. 딱 1년 전인 2013년 4월 사진마을에 소개했던 김혜진의 전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본인이 프레이밍을 정해주고 카메라를 넘기면 셔터를 누가 누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사진에 사진작가가 찍혀있다고 해서 누가 찍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추후에 작가와 통화하거나 이메일 인터뷰를 할 수 있으면 자세한 궁금증은 추가하기로 하고 전시가 이미 시작되었으니 작가노트와 사진을 먼저 소개하기로 한다.
 
 그전에 기본적인 이해는 하고 들어가야겠다. 첫 번째 항목은 진정성과 창작성이다. 김미루는 2009년에 폐허, 교량, 공장 같은 곳에서 누드퍼포먼스를 한 적도 있었으니 이번이 내가 알기로는 세 번째다. 따라서 치기로 한번 해 보는 작업은 아니니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또한 본인의 누드가 들어갔으니 다른 사람이 “참고하거나, 모방하거나, 표절하거나” 해서 비슷하게 찍기가 힘들 것이다. 최소한 어떤 기업에서 사람의 누드가 들어간 돼지우리나 폐허나 교량 위의 작업을 상업광고에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확실하게 사람이 달라질터이니 표절의 시비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성별과 체형과 피부색이 비슷한 모델이 들어가면 표절이라고 볼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으니 뭐가 새로울까?

 

kim01.jpg » Black Desert, Egypt, Sahara 1_Digital Print_101x152cm_2012

kim03.jpg » Khongoryn Els, Mongolia, Gobi 1_Digital Print_101x152cm_2012

kim04.jpg » Sahel, Mali, Sahara_Digital Print_101x152cm_2012

kim05.jpg » Thar Desert, India 2_Digital Print_101x152cm_2013

kim06.jpg » Wadi Rum, Jordan, Arabian Desert 1_Digital Print_101x152cm_2011

kim07.jpg » Wadi Rum, Jordan, Arabian Desert 2_Digital Print_101x152cm_2012

kim08.jpg » White Desert, Egypt, Sahara 1_Digital Print_101x152cm_2012

 

 
 
 두 번째 항목은 왜 찍었는지의 이유다. 진정성이 있다고 했고 작가노트도 있고 평론가들의 이야기도 있는데 그래도 왜 이런 사진이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사람들을 위한 이해다. 이것은 접촉이며 체험이다. 재건축을 위해 허물어버린 폐허를 찍은 사진과 그 폐허에 직접 (작가가 옷을 다 벗고) 들어가서 찍은 사진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사진은 눈으로 보고 그것을 따왔으니 환유적 이미지이다. 피사체를 어루만진 빛이 필름에 감광된다는 점에서 접촉성이 있다. 거기에 더해 작가가 직접 사진 속에 들어갔다. 어찌 사진에 찍히니 저 포인트에만 머물렀을 것인가. 이 자리 저 자리 옮겨보고 앉아보고 가장 적합한 자리를 골랐을터이니 접촉을 넘어서 체험의 수준까지 올라갔으며 궁극적으로는 돼지와 100여시간을 지내면서 동화되는 수준까지 갔다. “인간은 돼지처럼 ~하다”고 하는 문장의 빈자리에 탐욕을 넣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인간이 돼지보다 더 탐욕스러울 수 있다. ‘더럽지 않음’을 넣는 것도 틀렸다. 돼지가 더 깨끗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인간은 돼지다”라고 하는 것이 은유라면 김미루의 “돼지우리 속에 든 인간” 사진은 코드와 패러다임을 깨는 환유적 작업이다. 롤랑 바르트가 “낙타와 같이 뛰어가는 인간의 알몸”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급히 궁금해진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존재를 찾고 있었던 바르트였으니 화를 내면서 외면했을 것이다. <낙타가 사막으로 간 까닭은?>의 보도자료엔 <요르단 사막생활 이미지>와 <유목민생활 동영상>도 들어있어서 사진작가 김미루가 사막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이 모두 사진의 진정성을 보완하려는 자료들이니 꼭 같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어떤 블로그에서 김미루의 인터뷰기사를 본 적이 있다. “본인의 누드 작업이니 몸매관리가 필요하겠다”라는 질문에 “몸매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면서 “운동은 달리기와 등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요즘은 복싱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꼭 필요한 질문이었고 답변이었다고 생각한다. <돼지와의 동침>작업과 <낙타가….>의 작업을 비교하면서 그 사이에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르단의 사막에서 산다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 이제 이 작업을 왜 했는지는 더 궁금해하지 말자.
 
 마지막으로는 이 작업들이 “아름다운가? 혹은 볼 만한가?”에 대한 이해다. 그렇다. 낙타란 동물이 사막과 어울리듯 김미루도 낙타와 사막과 잘 어울렸다.

 

 [작가노트]
 
 낙타는 왜 하필 사막으로 가서 살게 되었을까? 사막은 가혹하다. 모든 생물로부터 생명을 빼앗는다. 낙타는 지구상에 가장 가혹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왜? 낙타는 평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낙타는 무기가 없다. 타자와 싸울 욕망이 없다. 그래서 쫓기고 쫓기는 수밖에 없었다. 쫓기다 보니 침략자들이 더 이상 침략할 수 없는 곳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그곳이 바로 사막이었다. 그 여로에서 낙타는 사막이라는 각박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갔다. 낙타처럼 거대한 포유류가 사막에서 산다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낙타는 결국 자기가 원하던 평화를 찾은 것이다. 사막에는 그를 괴롭히는 사자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이 사막으로 따라 들어왔다. 지구의 모든 환경을 정복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사막으로 온 것이다. 인간은 사막처럼 뜨겁고 메마른 곳에서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낙타라는 사막의 동물을 길들이게 된 것이다. 인간의 삶의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인간은 사막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물과 초원을 찾아다녔다. 인간에게 영양과 교통과 안식처를 제공하는 낙타와 더불어. 그러나 낙타야말로 인간을 동반자로 선택한 주체일지도 모르겠다. 사막에서 평화를 발견하는 그들의 예지를 우리 인간에게 가르쳐주기 위해서!
 
 낙타의 평화를 우리 인간은 배워야 한다!

fox.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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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565.jpg

my-neighborhood-10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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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사 추가

 

 1일 오후에 김미루작가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김미루는 원래 뉴욕에서 살고 있었으나 지금은 요르단의 사막으로 이사하여 1년째 살고 있으며 이번 전시 개막에 즈음하여 한국에 머물고 있다.

 -사진은 언제 시작했나
 =대학생때 DSLR을 선물받았다. 그게 2001년쯤 될거다. 그때부터 뉴욕의 길거리를 찍고 다녔다. 대학원에선 회화를 공부했다. 학부 전공은 불문학(뉴욕 컬럼비아대)이었는데 최근 사막 작업하러 말리에 갔을 때 사하라사막의 현지 투아렉족 유목민들과 불어로 대화했다.
 
 -지금 작업은?
 =도시시리즈를 시작한 것이 2004년이고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하수구처럼 안보이는 곳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2009년 서울서 전시했던 <나도(裸都)의 우수>가 그 내용의 시작인 셈이다.
 
 -사막 작업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2년 넘게 하고 있다. 몽골, 이집트, 말리, 요르단 등의 사막을 옮겨다니면서 찍고 있다. 짧으면 1주일정도, 길면 한 달 정도 현지에 머무르면서 찍었다. 현재 거주지는 요르단인데 아예 이사를 해서 살고 있다.
 
 -사막의 삶은 어떤 것인가? 힘들지 않겠는가. 현지 이미지를 보니 전갈도 있던데?
 =인도에선 물이 너무 귀해 설거지를 모래로 해야했다. 어떨 땐 한 달동안 못 씻기도 했다. 지금 이곳 요르단은 사정이 한결 낫다. 배달해달라고 하면 물을 트럭으로 싣고 와서 물탱크에 저장해둔다. 물론 아껴 써야한다. 요르단에선 베두인족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 여자들은 모두 히잡을 쓰니 나도 그렇게 한다. 전갈이 있긴 하다. 조심해야지 뭐. 물려도 안 죽는다.
 
 -동영상을 보니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몽골, 말리, 요르단 등에서 음식이 힘든데도 잘 먹어줘야한다. 현지 음식 먹는 것을 잘하면 빨리 친해진다. 낯선 공간이니 친근해져야 사진작업도 쉬워진다. 음식이 좀 그랬다. 하지만 워낙 내가 비위가 센 편이라서.(웃음) 이슬람문화권에서 누드 퍼포먼스를 하려면 정말 어렵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전에 현지에 적응하는 것, 현지인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신의 사진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좀 망설이다가)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 도시시리즈 같은 것은 보들레르가 영감을 주기도 했다. 사진가라고 한다면 신디셔먼 정도? 콘셉트는 다르지만 사진에 자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진에 자신이 찍혀있으니 다른 사람이 눌러줬을 것이다. 누가 대신하는가?
 =셀프 타이머를 쓰기도 하고 그게 곤란한 경우, 예컨대 사막 작업은 낙타가 움직이는 상황이라 셀프 타이머나 원격조정을 쓸 수 없어 모든 세팅을 한 뒤 현지 유목민에게 눌러달라고 했다. 몽골에서 낙타와 함께 찍는데 현지 유목민 아주머니에게 연속촬영으로 설정해 카메라를 맡기고 낙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끝나고 카메라를 받아보니 이 아주머니가 셔터가 아닌 다른 버튼을 누르고 계셨던 모양으로 하나도 찍힌 게 없었다. 낙타는 다 가버리고…….
 
 -현지인들에게 셔터를 눌러달라고 부탁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주로 여자들에게 맡기나?
 =아니다. 아프리카의 사막에선 모두 남자들에게 부탁했다. 다들 보수적인데 여자들이 더 보수적이다. 반응? 대부분 이해한다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잘 협조해준다. 예술작업이란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들이다. 그러면서 누구나 하나같이 하는 말은 “자기는 잘 이해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문제니 조심해야한다.” 이슬람권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고 주로 외진 곳에서 촬영해야했다.
 
 -유목민들이 사진작업을 알까?
 =사진작업을 도와준 유목민들은 (어떤 면에선) 프로페셔널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낙타의 위치를 지정하고 낙타주인에게 끌고 가라고 하면 원하는 위치로 옮겨다닌다. 멀리서 손짓으로 위치조정을 하면 척척 알아듣는데 신기할 정도였다. 사막에선 거리감이 낯설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다.
 
 -사막에 사는 것이 마음에 드는가? 언제까지 살 것인가?
 =아직은…. 옮길 생각이 없다. 사막은 아름다운 곳이다. 풍경이 예술이다.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밤하늘은 별이 얼마나….
 
 -한달에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 월세는? 가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조언을 부탁한다.
 =원래 관광객이 잠깐 머물때는 천막을 쓴다. 거기서 살다가 불편해서 지금의 버려진 건물로 이사했다. 그러니 월세가 들진 않는다. 침대를 하나 장만했으니 이사하면서 세팅비용이 좀 들었을 것이다. 그냥 생활비라면 글쎄…. 물, 음식, 차비 정도. 와서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현지인들과 적응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도 사막사람들이 순수하고 온정이 많은 편이니 누구든 오겠다고 하면 와서 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텐트에서 살면 겨울 밤엔 춥고 그렇다.
 
 -작가노트를 보면 사막과 낙타와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낙타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그들을 이용하는게 아닐까?
 =낙타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사막에서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젠 야생낙타는 별로 없다. 사람들이 낙타를 길들였고 개체수도 사람들 덕에 더 늘어났다. 낙타는 가축이다.
 
 -말리의 사헬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낙타가 웃고 있는 것 같다. 낙타는 순한가?
 =낙타마다 표정이 다 다르다.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아주 슬퍼보이기도 한다. 낙타마다 다르긴 한데 사납고 겁이 많다. 굉장히 예민하다. 이집트에선 낙타를 한 마리 키웠었다. 주인인 나를 알아보기 시작하더니 현지 유목민들과 마주치면 소리를 내면서 사나워질 정도였다. 현지인들이 날더러 “수의사냐?”라며 놀라기도 했다. 어떤 일이 있어 키우던 낙타가 죽어버렸다. 너무 슬펐다.
 
 -낙타는 어떻게 우는가?
 =스타워즈를 보셨는가? 츄바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츄바카는 스타워즈영화에서 해리슨 포드 옆에 서있는 키가 큰 우키족으로 털이 많이 달렸다)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 운동을 많이 한다고 했다. 사막에선 어떻게 몸을 관리하나?
 =(모래밭이니까) 여기선 걷는게 운동이다. 많이 걷는다. 바위산이 많아서 자주 올라간다. 내 사무실도 바위산 위에 있다. 사막에선 기본적으로 살이 빠진다.
 
 -지난번 <돼지와의 동침>이후 체중변화가 있는가?
 =글쎄 좀 줄었겠다. 사막에선 살이 찌기 힘들다. 지금 서울에 와있는 동안 맛있는게 너무 많아서 좀 쪘을 것 같다.(웃음) 요르단으로 돌아가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겠지.
 
 -다음 작업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 당분간은 사막에서 글을 좀 쓰고 싶다. 사진작업의 주제는 유지할 것인데 환경, 식량 등에 관해 이야길 할 것이다. 곤충……. 미시세계에 대한 탐구가 될 것이다. 아마 누드(퍼포먼스)는 아닐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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