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살린 빛, 오래된 미래로의 통로

곽윤섭 2014. 03. 17
조회수 9469 추천수 0

나카자토 카츠히토 <태초의 빛>

사진의 처음이자 끝...멈춘듯 흐르는 시간

원시의 풍경 틈으로 쏟아지는 기억의 빛깔

 

Tokamachi,Niigata 2012.jpeg » 토카마치, 니키타


 일본 사진작가 나카자토 카츠히토의 사진전 <태초의 빛>이 4월 4일까지 갤러리 온에서 열린다. 갤러리 온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출구에서 경복궁 삼청동 길 150m 전방에 있다. (02-733-8295 http://www.galleryon.co.kr/)

 천장에 형광등이 켜진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빛을 느낄 수가 없다. 햇빛이 강렬한 낮, 거리를 걸어다녀도 빛을 느끼기가 어렵다. 빛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별 존재감이 없다가 없을 때 비로소 아쉬움을 깨닫는다. 아쉬움 정도가 아니라 빛이 없으면 인류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빛의 근원은 태양에서 오는 것, 태양계가 생기고 난 뒤부터 태양이 사라진다면 태양계가 소멸될 것이다. 전기의 도움으로 낮처럼 밝은 밤을 누릴 수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사진 또한 빛으로 시작해서 빛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이 찍히는 원리를 보더라도 빛이 없으면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또한 사진을 구성하는 내용도 궁극적으로는 빛을 보여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양한 작가들이 다양하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빛을 보여주는 방식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는지를 뜻한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그렇게 해서 빛을 보여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말한다.
 
 빛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나카자토 카츠히토의 이번 사진전을 감상한다는 것은 빛에 대한 천착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밑바닥부터 시작해보자. (어떤 사진에서) 빛을 보게 하려면 우선 어둠을 만들어야 한다. 어둠이 있어야 (상대적으로) 빛이 보이니 빛을 가려주는 구성요소를 찾고 그 곁에 있는 빛을 보여주는 것이 사진찍기다. 

  나카자토의 터널 연작 중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서 보라. 이것은 터널을 찍은 사진인가 아니면 터널을 비추는 빛을 찍은 사진인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람이 일부러 만든 터널 안에서 사진가는 터널이 아닌 빛을 보고 있다. 빛이 있어서 터널의 내부가 보이고 우리는 터널을 감지하고 인지한다. 다시 나카자토의 사진을 하나 골라서 본다. 용궁 연작은 ISO를 1600, 2000, 6400으로 높이고도 10초 이상의 노출을 줬다. 지독하게 어두웠다는 소리다. 어두우면 터널이 보이지 않으니 빛을 많이 받아들이려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봐도 좋다. 빛을 보기(찍기) 위해 빛을 많이 받은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빛은 생명이었으며 어둠은 죽음의 코드다. 사진은 죽음과 부활을 동시에 전달한다. 사진에 찍힌 모든 것은(사람이든 사물이든) 소멸되었거나 소멸될 운명에 처해있다. 또 동시에 사진에 찍힌 모든 것은 사진 속에 살아 있다.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서 또 빛이 필요하니 빛이 있다면 우리는 사진 속에서 영원히 빛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잘 찍거나 혹은 잘 이해하기위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여러 길 중에서 빛이란 관점으로 접근해도 좋다. 어떤 길이든 결국 만날 순 있는데 이왕이면 왕도를 택하는 것이 좋다. 어떤 사진을 만나면 “이 사진가는 무엇으로 뭘 가려서 빛을 보여주려고 하나”를 고민해보라.

 

1 Kiikatsuura, Wakayama 2013.jpg » 키카츠라, 와카야마 ⓒ나카자토 카츠히토

2 Katsuura,Chiba 2013.jpg » 카츠라, 지바 ⓒ나카자토 카츠히토

3 Kimitsu,Chiba 2010.jpg » 키미츠, 지바 ⓒ나카자토 카츠히토

 

3 Ohara,Chiba 2013.jpg » 오하라, 지바 ⓒ나카자토 카츠히토

3 Shimoda,Shizuoka 2013.jpg » 시모다, 시츠오카 ⓒ나카자토 카츠히토

3 Tokamachi,Niigata 2013.jpg » 토카마치, 니가타 ⓒ나카자토 카츠히토

kimitsu,Chiba 2012.jpeg » 키미츠, 지바 ⓒ나카자토 카츠히토       
 
 낯선 사진이니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겼으니 참고하자.


 전시 서문


 그가 이번 갤러리 온 전시에서 선보일 작업은 <용궁(The ancient landscape on the shore)>시리즈와 <보소 에치고 터널(Boso-Echigo Tunnels)>시리즈이다.
 나카자토는 용궁시리로 흑조 (일본 열도를 따라 태평양을 흐르는 난류)의 밤에 느낄 수 있는 아득한 태고의 시간과 공간을 표현했다. 먼 바다에 있는 또 하나의 다른 세계의 이미지이다. 그곳엔 조용한 빛과 어둠의 세계가 있다.
 보소는 치바현의 옛 지명이고, 에치고는 니가타현의 옛 이름이다. 이곳의 터널들은 약 200여 년 전 사람의 손으로 직접 파서 만든 터널로서,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는 낡고, 진귀한 지형 중 하나이다. 이곳의 터널을 빛과 접목해서 촬영한 나카자토는 예술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보여지는 보소 에치고의 터널들로 하여금 태고의 신비로운 지리적 경관에 현대의 감수성을 더하고 있다.
 지구의 탄생부터 공존하고 있는 대지에 빛으로 숨을 불어넣고 있는 그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그 영향으로 작업의 소재는 지리적 풍경을 기본으로 <꿈>, <밤과 어둠>, <빛>등의 테마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현재 도쿄 조형 대학 조형학부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가노트


 용궁
 보소에서 이즈, 그리고 다시 기주로 밤의 여행을 떠났다. 흑조 (일본 열도를 따라 태평양을 흐르는 난류)에 유혹되어, 물결을 따라 해안선을 이동했다. 때때로, 바닷가가 먼 타향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신화가 생겨 나올 것 같은 풍경이나, 이 세상이면서 죽음의 세계에 섞여 든 것 같은 원시 풍경을 만날 것이 있다. 밤의 물줄기는 흑조를 타고 아주 먼 옛날의 시간이나 그리운 대기의 냄새가 뭍에 닿고, 수천 년이나 변하지 않는 세계가 먼 기억과 우리 안에 잠재하는 동물적 기억을 흔드는 꿈과 같은 풍경이 자고 있었다. 그런 풍경의 틈으로부터, 저 세상을 예견하는 것 같은 무구한 경치 용궁이 드러났다.
 

 보소 에치고 터널
 에치고(현재 니가타현)와 보소반도(현재치바현)에는, 많은 근본도랑(손으로 땅을 파서 만든)터널이 있다. 새로운 밭의 개발이나 지질 변동 방지등, 그 토지의 생활기반정비로서 만들어진 경관이지만, 어느 터널은 풍화나 침식이 되고, 대지에 뚫어진 자연의 구멍처럼 보이는 풍경도 많다. 터널에서 물의 흐름이나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오는 빛과 어둠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여러가지 빛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어느새 빛 안에 녹아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과 자연이 싸워서 만든 역사적 경관인 근본도랑 터널이지만 내부에서 본 경관이나 복잡한 지층의 벽은 지구의 탯줄 속으로 몰래 들어가는 느낌이다. 구멍으로부터 눈부시게 들어오는 빛은,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도 바뀌지 않고 지상에 쏟아지고 있었다. 아주 먼 태고적 풍경인 그곳은, 미래의 시간과 공간을 왕래할 수 있는 불가사의한 빛의 통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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