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사진, 사진보다 꽃’ 이야기로 피어난 들꽃

곽윤섭 2014. 02. 28
조회수 19578 추천수 1

김민수 사진수필집 <들꽃, 나도 너처럼 피고싶다>

30가지 꽃마다 6장씩 요모조모…풀무학교 학생들 세밀화도 눈길

체험 바탕으로 설화,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이야기 빌어와 맛깔


dach-00006.JPG » 제비꽃

 

 들풀교회 김민수 목사가 새 책 <들꽃, 나도 너처럼 피고싶다>(너의 오월 출판)를 펴냈다. 저자는 한겨레 <사진마을>이 주최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을 통해 '가상현실'이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수상해 한겨레등용사진가로 뽑혔다.  또 <사진마을>에 오랫동안 사진을 올려온 사진가이며 그동안 6권의 책을 낸 저술가다. (김민수목사의 지난 번 책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이번 책은 30가지 들꽃의 사진과 세밀화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곁들인 수필집이라 부를 수 있다. 나팔꽃, 제비꽃…. 귀에 익은 꽃도 있지만 사위질빵, 족두리풀처럼 생소한 이름도 있다. 꽃 하나당 6장 안팎의 사진이 들어있으니 들꽃사진집의 구실도 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풍부하게 꽃이야기가 실려있다. 

 책을 쓰기 위한 준비가 알차고 진지하다. 제주도와 서울을 넘나드는 저자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전래동화, 설화, 전설,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이야기를 빌어온데다가 꽃 이름이 여러 가지로 다르게 불리는  경우엔 식물학 교과서에서 꼼꼼히 인용하기도 했기 때문에 학교 교사들이나 가정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풀어서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꾸러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들고 산과 들을 찾아서 직접 피운 꽃과 만나볼 때도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책의 역할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다른 들꽃책과 다른 이번 책의 차별성은 세밀화에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은 친구”라고 소개한 풀무학교 학생들 세 명이 그린 들꽃 세밀화가 이 책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므로 들꽃사진집이라고 불러도 좋을 책의 앞-뒤 표지를 모두 세밀화로 꾸몄다. 그뿐만 아니라 목차도 학생들의 그림이며 책의 끝은 세밀화로만 채워진 <들꽃도감>이 마무리하고 있다.


dach-00003.jpg » 동백꽃(왼쪽), 등심붓꽃

dach-00004.jpg » 물봉선(왼쪽), 복수초

dach-00005.jpg » 미나리아재비   

 
 책에 나온 이야기와 꽃을 일부 소개한다. 


 할미꽃은 흰색 털로 덮인 열매의 모습이 할머니의 흰머리 같아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줄기도 구부정하게 구부러져 있어서 할머니의 굽은 등을 연상시킵니다. 옛날에는 할머니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데다가 적당하게 치료를 받지도 못해서 허리가 구부정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할미꽃은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이라는 뜻이 있는 ‘백두옹’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니까 백두옹은 할미꽃, 할미꽃은 백두옹인 것이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꽃을 피웠을 때에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꽃이 지고 백두옹으로 불릴 즈음에는 줄기가 꼿꼿해집니다. 꼿꼿하고 깐깐한 노인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마음은 그렇게 꼿꼿하고 깐깐하지 않습니다. 씨앗을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보내기 위한 배려지요.   

 -52쪽 할미꽃


찔레-동강할미-축소.jpg » 찔레꽃(왼쪽), 동강할미

     
 고려 시대 때 국력이 약해서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단다. 그래서 몽골족에게 일 년에 한 번씩 예쁜 처녀들을 바쳐야만 했지. 어느 시골 마을에 찔레라고 하는 예쁘고 마음씨 착한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도 다른 처녀들과 함께 몽골로 끌려가서....
 이듬해 찔레가 가족을 찾아 헤매던 곳곳마다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찔레꽃이라고 불렀어. 다시는 누가 자기를 꺾거나 캐가지 못하도록 줄기마다 가시를 성성하게 단 찔레, 그러나 향기만큼은 찔레꽃이 보이지 않아도 누구나 찔레꽃이 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진하고 그윽한 향기를 품었지. 찔레는 꽃이 되어서도 지금도 누군가를 붙잡고 “우리 엄마, 우리 동생들을 본 적이 있나요?”하고 물어보려는 듯 가시로 잡아당기곤 하지.
 -139~141쪽 찔레꽃


▷책구입 바로가기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dach-00001.jpg » 복수초(왼쪽), 큰개불알풀꽃

dach-00002.jpg » 바람꽃(왼쪽), 패랭이  

 밝고, 맑고, 고요합니다.

 저희는 풀무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며, 자연과 사람을 그립니다. 미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가 꿈을 향한 하나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들꽃을 그리며 우리 땅에 자라는 들꽃들이 정말 많고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림 그린 친구들: 김지원, 이한신, 김하솔  jiweonkim7@gmail.com 

 

 

앞표지-축소.jpg

 “한 장 한 장 읽어가다 보면 이미 만났던 꽃도 있고, 처음 보는 꽃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이 책에 소개되지 않았더라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꽃들이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작은 꽃들이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은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꽃을 만날 때마다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는 말을 건넵니다. 단지 그들이 예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때론 상처입고 피어난 꽃이라고 할지라도 그러합니다. 이 책을 두 손에 든 모든 분이 꽃처럼, 그렇게 피어나시길 바랍니다.“  

 -저자서문 중에서-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사진책

‘꽃보다 사진, 사진보다 꽃’ 이야기로 피어난 들꽃 [5]

  • 곽윤섭
  • | 2014.02.28

김민수 사진수필집 <들꽃, 나도 너처럼 피고싶다> 30가지 꽃마다 6장씩 요모조모…풀무학교 학생들 세밀화도 눈길 체험 바탕으로 설화, 그리스로마신화...

전시회

연과의 인연, 소멸이 잉태한 생성의 미 [1]

  • 곽윤섭
  • | 2014.02.27

김지원의 ‘Memory of Lotus’ 눈에 보이는 것 뒤의 내면 풍경, 명상하듯 생을 마감하는 잎이나 줄기에는 또다른 생  선우 김지원 첫 ...

뭘까요

2월 문제 나갑니다.(1월 당첨자 발표) [1]

  • 곽윤섭
  • | 2014.02.25

1월치 ‘뭘까요?’ 정답은 옷걸이입니다. 정답자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김강주, 송미경, 양광수, 이소은, 중전님에게 <각설하고>(한겨레출판)를 보내드...

한 컷 한 컷의 한국 현대사 그때 그 순간들

  • 곽윤섭
  • | 2014.02.25

한국보도사진전 50주년 특별전 <삶의 기억, 시대의 기록> 대연각 화재-아웅산 테러-5·18 광주항쟁 등 사건현장 생생 미스코리아 퍼레이드-미니스커트 단...

취재

기도가 노동이고 노동이 기도인 신앙의 맨얼굴 [1]

  • 곽윤섭
  • | 2014.02.25

기독교수도회 동광원 벽제분원 여신도들의 삶  언제나 불쑥 들러도 똑같은 정갈한 사랑 세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는 김원(49·공학박사)씨...

강의실

바르트-밝은방(카메라 루시다) 강의 안내 [2]

  • 곽윤섭
  • | 2014.02.21

강의 안내 올립니다. 제가 3월 18일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롤랑 바르트의 <밝은방> 강의를 시작합니다. 바르트는 사진을 깊이 파고들었던 철학자...

전시회

가면 뒤에 숨은 폭력의 맨얼굴을 찾다

  • 곽윤섭
  • | 2014.02.19

엔피엔피 그룹사진전 <상식과 비상식>  자본 문화 성 트라우마 등 우리사회 그늘 포착  어떻게보다 왜에 초점 맞춰야 ‘숨은그림’ 보여   ...

전시회

사람이 머물다 간 빈 공간에 남은 욕망 [4]

  • 곽윤섭
  • | 2014.02.18

신은경 사진전 <당신의 필요와 요구>  나이와 생활 따라 초점 이동, 시간이 흘러 유행따라 소비 되는 곳, 풍속의 여러 얼굴  신은경의...

취재

이달의 작가를 찾습니다

  • 곽윤섭
  • | 2014.02.12

 <이달의 작가> 한겨레 사진웹진 <사진마을>(http://photovil.hani.co.kr)은 달마다 한 명의 사진가를 선정해 발표하는 ‘이달의 작가’를 신설합니...

전시회

시로 쓴 노동과 사진으로 쓴 노동, 30년 세월의 강 [7]

  • 곽윤섭
  • | 2014.02.10

박노해 <다른 길> 나눔과 평화 화두, 아시아 빈국 삶의 현장 담아 ‘사진’ 이외의 말로 하는 ‘전시 군더더기’ 아쉬움  박노해의 사...

전시회

내가 본 나, 낯설거나 낯익거나

  • 곽윤섭
  • | 2014.02.06

사진전 ‘셀프(Self), 나를 말하다’ 사진찍기의 가장 원초적 대상이며 테마 돌멩이 하나에도 나를 빗대보면 자화상  서울 종로구 통의동 ...

강의실

돌발퀴즈! 셔터속도 맞추기 [35]

  • 곽윤섭
  • | 2014.02.04

한겨레 종이면과 사진마을 온라인지면에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의 기사가 소개된 뒤 윤 이사장이 새로이 두루미사진을 보내왔다. 지난번...

전시회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

  • 곽윤섭
  • | 2014.01.29

삶의 현장은 자신 주변에 있다 함미화 '창영초등학교' 사진전 인천시립박물관 기획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배다리’의 다섯 번째 전시로 함...

취재

자연과 교감하고 기다리면 자연이 셔터를 누른다 [5]

  • 곽윤섭
  • | 2014.01.28

두루미 지킴이 겸 사진가 윤순영이 사는 법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 이사장(60)은 1992년인 김포 홍도벌판에서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

사진책

사람인 풍경, 풍경인 사람, 그리고 나인 그 [1]

  • 곽윤섭
  • | 2014.01.28

박대원 사진집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 정년퇴직 뒤 ‘입사’한 사진기 들고 날마다 거리로 말 붙이고 맘 붙이니 그가 렌즈로 걸어 들어왔...

뭘까요

12월 정답자 발표, 1월 문제 출제

  • 곽윤섭
  • | 2014.01.28

12월치 ‘뭘까요?’ 정답은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입니다. 백미러도 정답 처리합니다. 정답자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강민수, 길미성, 윤영균, 윤종선,...

전시회

초등6 꼬마작가의 동네 한바퀴

  • 곽윤섭
  • | 2014.01.27

초등학생이 10년간 본 '우리 동네 이야기' 천진난만한 렌즈 앞에 어르신들 ‘무장 해제’ 한컷 한컷 모이고 모여 동네 역사 차곡차곡  따끈따...

전시회

험한 세상 다리가 되는 뒷골목 삶의 항구

  • 곽윤섭
  • | 2014.01.23

김기래 사진전 ‘금곡동여인숙’ 호텔도 모텔도 여관도 아닌, 몸 하나 누일 곳 날마다 떠나고 날마다 돌아오는 혼자만의 섬  사진공간 배다리...

취재

A컷보다 나은 B컷, 어쩌라고! [2]

  • 곽윤섭
  • | 2014.01.17

한겨레 섹션 <함께하는 교육>사진취재 뒷이야기 한 건 취재에 150장 찰칵, 찍기보다 고르기...대마초 심정 이해 돼 “별짓을 다 해도 돼” 딱 한 ...

전시회

바람이 머물다 간 빈 공간, 채움은 사유의 몫

  • 곽윤섭
  • | 2014.01.16

'스페이스22' 개관기념 5인전 ‘바깥-풍경’ 안과 밖 그 경계의 틈에 싹 터 드러난 침묵에 숨은 아름다움  사진·미술의 대안공간을 표방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