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의 인연, 소멸이 잉태한 생성의 미

곽윤섭 2014. 02. 27
조회수 12496 추천수 0

 김지원의 ‘Memory of Lotus’

눈에 보이는 것 뒤의 내면 풍경, 명상하듯

생을 마감하는 잎이나 줄기에는 또다른 생

 

17--75x50_pigment print_2014.jpg » 75 X 50/ⓒ김지원

 

 

 선우 김지원 첫 개인전 <메모리 오프 로터스(A Memory of Lotus)>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나우(02-725-2930)에서 열리고 있다. 3월 4일까지.
김지원작가와 전화로 인터뷰를 하고 26일 전시개막식에서 작가를 만났다. 이번 전시는 연꽃을 소재이자 주제로 찍은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다. 연꽃이라면 화려해보이지만 담백한 색감을 연상할 수 있는데 전시장은 흑백의 향연으로 가득차있어서 어느 관객의 표현처럼 연꽃향기가 은은하게 도는 듯했다.
 
 -이번 작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첫 개인전이라 아주 열심히 했다. 그동안 불교적인 의미로 찍은 작업들을 많이 해왔고 이번 전시의 연꽃도 그러하다. 갤러리와 같이 주제를 이야기했다. ‘시크릿가든’같이 환상적인 이미지, 판타지 등 서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눈에 바로 보이는 것보다는 한 단계 더 생각할 수 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소설과 시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가들의 작품?
 =갑자기 물어보니 당황스럽지만…. 김훈 작가의 소설을 좀 읽었다. 물론 이번 전시와는 다르지만 글의 감성적인 부분이 좋다. 시는……. 거의 모든 시를 좋아한다. 불교적인 밑바탕에서 나온 선(禪)적인 것이 마음으로 느껴지는 부분을 좋아한다.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는 작품들……. 이름을 들라고 하니 역시 당황스럽지만……. 음 문정희시인, 천양희시인, 이병률시인등의 작품이 떠오른다.
 
 -어디서 찍었나? 얼마나 찍었나?
 =연밭은 거의 다녀본 것 같다. 사는 곳이 서울이다 보니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더 자주 가게 되었다. 양평 두물머리에 있는 세미원도 좋고. 그러고보니 관곡지는 안갔다. 연꽃을 찍으러 갔지만 화려한 연꽃을 원하지 않았다. 피었다가 사라져가는 모습에서 빛을 발하는, 그런 사진을 찍으려했다. 활짝 핀 꽃은 다른 분들이 많이 찍었고 나는 다른 이미지를 찾아야했다. 꽃이 시작되는 늦봄부터 시들어가는 가을까지 연밭에서 살다시피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생을 마감하는 꽃, 잎, 줄기를 들여다보고 또 보고 했다.
 
 -셔터를 아끼는 스타일인가?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연사를 하진 않지만 한 대상을 물고 늘어진다. 주변에서 저를 보고 “한 놈만 패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디지털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하나를 잡으면 완벽해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면서 빛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기다린다. 내 사진은 남하고 달라야하지 않겠는가?
 
 -왜 연꽃인가? 다른 꽃도 찍는가?
 =꽃을 담아 본적은 사실 많지 않다. 어느날 연을 바라보면서 명상 같은 것에 잠기면서 뭔가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다. 평소에 못 보던 것이 보이면서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작심했다. “이번 여름을 (연과) 나누자” 2013년 여름이 덥지 않았나? 어느날은 연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오후까지 버티고 있었는데 관리인이 “아직 거기에 계시냐?”라면서 더위를 걱정하시더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연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마음에 공부가 되더라. 내면을 어루만지게 되더라.
 김지원은 인터뷰 도중 어떤 사진을 설명하다가 ‘삼전(三轉)의 묘’를 언급했다. 추사가 주창한 것으로 난을 칠 때 잎이 세 번 자연스럽게 휘어져 돌아가는 모습을 붓으로 묘사하는 기법으로 마음에 욕심이 없어야만 삼전의 묘를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연의 잎이나 줄기가 그리는 모양새에 관한 비유이기도 하다.
  
 보도자료에 첨부된 사진을 충분히 보고나서 전시장에서 큰 규격의 사진을 봤더니 많이 달랐다. 김지원의 연은 남들이 찍은 연과 다르다는데 동의한다. 연을 찍은 사진이라는 말을 듣고 든 첫 생각은 “연꽃을 찍으면 거기서 거기 아닐까”였는데 사진을 보면서 고정관념이 깨졌다. 20여장의 사진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컬러가 아닌 흑백이니 다 비슷하게 보일 법도 했는데 유사하지도 않게 각 사진들이 독특했다. 남들과 다르게 찍으려는 노력의 바탕에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끼리의 경쟁도 있었던 것이다. 

  글로 따지자면 논문을 쓰면서 자기표절을 하는 사람으로 비유할 수 있고 사진으로 따지자면 십년 넘게 하나만 우려먹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김지원의 사진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하다. 물에 뜬 식물이니 상식적으로 반영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주 매끈하게 처리해냈다. 연에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잎, 줄기도 연의 일부란 주장을, 김지원작가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연에 비해 크기나 화려함으로 견준다면 볼품이 없어보이는 개구리밥을 이용한 사진도 멋지다. 물속에서 ‘민들레홀씨’의 이미지를 찾아낸 것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뭘 보더라도 다르게 찍을 수 있어야하는 것이 사진가의 기본 미덕이란 점에서 배울 것이 많은 전시다. 한장씩 내 생각을 덧붙이고 싶지만 창의적 감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으므로 관객과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재미있는 이미지가 많다. 아래에 작가노트를 그대로 옮긴다. 연과의 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1-33x22 pigment print 2014.jpg » 33X22/ⓒ김지원

4-33x50_pigment print_2014.jpg » 33X 50/ⓒ김지원

6-33x50_pigment print_2014.jpg » 33X 50/ⓒ김지원

7-33x50_pigment print_2014.jpg » 33 X 50/ⓒ김지원

8-75x50_pigment print_2014.jpg » 75 X 50/ⓒ김지원

10-75x50_pigment print_2014.jpg » 75 X 50/ⓒ김지원

15-60x90_pigment print_2014.jpg » 60 X 90/ⓒ김지원

22-100x40_pigment print_2014.jpg » 100X40/ⓒ김지원. 이 작품은 전시장엔 걸리지 않았다.      

 

 

 

  

Memory of Lotus
 선우 김 지 원
 
 각별한 만남, 연(緣)!
 화려한 봄이 지나고 후텁지근한 여름 기운이 느껴질 무렵,
 연지(蓮池)는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소란스럽다.
 우후죽순처럼 피어나는 연(蓮) 봉오리들의 키 재기를 지켜본다.
 
 성하(盛夏)의 연 밭에서 내뿜는 이야기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담아보고 싶었다.2013-08sample-33.jpg » 연밭에서 촬영중인 김지원 작가. 이 자세로 몇 시간동안 버티기도 했다고...
 연꽃의 외적 아름다움은 많이도 보아 왔기에 그 익숙함을 멀리하고
 화려한 무대 뒤의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찾았다.
 사람도 외형적으로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돋보이는 이가 있듯이,
 진흙의 연 밭에서도 쉬이 눈에 뜨이지는 않아도 피어나고 스러지는 모습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장면들이 있다.
 물론 백련의 순수함과 홍련의 황홀한 자태에 감히 견줄 수는 없지만.
 
 이 세상 어느 곳도 견고하지는 않다. 어느 곳이나 모두 흔들리고 있다.
 최고의 순간을 맞으면 다음은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이치처럼.
 생자필멸(生者必滅)! 사라져가는 것을 슬퍼 마라.
 나의 초점은 물 흐린 연지에 드리워진 반영과 우아했던 생을 마감하는 연잎과 줄기였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함께 발개지고,
 시도 때도 없이 내리치는 소낙비엔 함께 흠뻑 젖고,
 구름 좋은 날은 탁한 물빛에도 흰 구름이 놀러 오고,
 바람 부는 날은 가냘픈 몸짓으로 몽롱한 그림을 그려주고,
 연잎에 기댄 잡초는 추사가 친 난의 모습으로 솟아오르는 봉오리와 궁합을 이루고….
 
 렌즈를 통하여 담은 사진이지만, 동양화의 묵향이 그리웠던 것 같다.
 흑과 백으로 간결하게 표현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줄의 글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될 때가 있듯이,
 작업 내내 뜨거운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들었고, 생각은 싱싱하며 얼굴은 해맑았다.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님의 떠날 때의 어여쁜 얼굴을 나의 눈에 새기겠습니다“ - 만해 한용운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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