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게, 평범하게, 그래서 더 특별하게

곽윤섭 2013. 10. 21
조회수 20866 추천수 1

그사람의 사진전 '사소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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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사람 사진전 ‘사소한 시선’이 10월 26일부터 11월 18일까지 사진공간 빛타래에서 열린다. 빛타래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으며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를 나와 5~10분 걸으면 나온다. 약도 참고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전시 시간이 다소 특이하다. 월, 목, 금은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열고 토, 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다. 화수는 열지 않는다.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작가명 ‘그사람’이었다. 지난번 ‘고양이를 여행하다’전시에 동참했던 작가 중 한 명인 그사람이 바로 그사람이다.
 -작가명이 특이하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사람이란 작가명을 쓰는 이유는 중립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뜻이다. 그사람은 좋은 의미일 수도 있고 나쁜 의미일 수도 있다. 또한 여성이 볼 때도 남성이 볼 때도 모두 그사람일 수 있다. 선입견이 실리지 않는, 너무 예쁘거나 강하지 않은 그런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유럽 7개국의 자동차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관광사진도 아니고 단순한 여행사진도 아니라면 과연 어떤 사진이란 뜻인가
 =어떤 도시를 관광하게 되면 누구나 찍게 되는, 그 자리에 간다면 찍게 되는 그런 사진을 찍기 싫었다. 따라서 건물이나 거리 등 그곳의 특징이 드러날 수 있는 대상은 배제했다. 유명 장소도 피했고 사진을 보면 위치를 알 수 있는 곳도 피했다. 이것은 일상에서 나오는 시선이다. 예를 들어 에펠탑이 사진에 나오더라도 그게 주제가 아니라 우연히 배경으로 걸린 에펠탑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렇게 한다. 서울에서도 남들이 찍지 않는 곳을 보려고 노력한다. 이런 작업을 지속적으로 쌓아가고 있다. 전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왜 찍었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는 사진들이다.
 
 -사진은 언제 시작했을까
 =건축학을 전공했다. 2000년에 사진을 시작했다. 독학하면서 모르는게 있으면 주변에 물어보고 그랬다.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이나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1920년대의 사진인데도 당시 사람들이 갖지 못한 시선의 풍경이 좋았다. 특별한 시선이란 뜻이 아니다. 특별하다라는 단어도 싫다.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사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필름과 디지털을 같이 쓴다고 나와있다. 로모그래퍼이기도 하다는데…….
 =둘 다 쓴다. 기본적으로 나는 필름카메라 사용자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디지털카메라도 쓴다. 카메라는 수단일 뿐이다. 사진을 즐기는 방식이 아날로그적이라는 이야기다. 디지털을 거부하지 않는 것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을 올리는 그 순간에 결국 필름으로 찍은 사진도 디지털화된다는 현실을 모른체 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나는 “필름만 좋다”는 사람도 혹은 “필름은 구닥다리”라는 사람도 아니다.
 
 -사진으로 생활이 되는가
 =2년 전부터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이것저것 하고 있다. 참 12월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사진강의도 시작한다. 강좌명이 ‘그사람과 함께 하는 아날로그사진 즐기기’다. 사진만 갖고 먹고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스트레스라도 풀리는 방법이 다르다. 사진쪽이 훨씬 긍정적이다.
 -14년째 사진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사진이 변했는가
 =“잘 찍는다는 것”을 버렸다. 남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버렸다. 과정이 중요하다. 나에게 좋은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지를 생각해본다. 14년전과 비교하면 나의 시선은 변한게 없다. 찍는 대상은 변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을 선택하다 보면 이런 생각은 든다. 초기엔 쓸데없는 것이 많이 들어있었는데 이젠 군더더기들이 많이 줄어가고 있다. 잘 찍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좋겠다. 의도나 표현이 확실해졌다는 정도. 밀도를 꾸준히 쌓아가는 과정이 나의 사진이다.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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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사람의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다른 작품들도 꽤 봤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작가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소하게 찍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직접 말한 사례처럼 에펠탑이 사진에 나오긴했는데 아이스크림의 배경으로 나왔다. 에펠탑인지 아닌지 별 상관없다는 투로 찍은 것이다. 연인을 찍은 사진은 아름답지 않게 찍었다. 평범하고 답답하다. 아름다운 사진도 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사소한데서 나온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샹젤리제거리가 멋있는게 아니라 아이스크림 판매대가 아름답다. 평범한 것이 소중하다는 뜻도 간혹 보인다. 유명한 곳에 가서도 현지의 유명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 주목했다. 유명한 대상을 찍으면서도 사소하게 보이도록 찍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아름다움이 대상의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물론 평론가든 관객이든 어떤 작가의 어떤 전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다만 여기서 내가 제시하는 것은 전시를 바라보는 관전포인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언뜻 쉽게 찍은 사진들 같으나 쉽지 않았겠다.
 바라는 점이 한가지 있다. 시선의 일관성은 좋으나 소재나 주제나 대상이 아주 다양하다. 너무 다양하다보니 산만해보일 가능성이 크다. 4, 11, 12, 16번 같은 경우 굳이 유럽에서 찍지 않아도 좋을 만큼 가려졌다. 평범한 곳에서 나온 아름다움이란 뜻은 좋으나 어느 한 자락이라도 어딘지를 알아보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파리 관광청의 의뢰를 받아 독특하게 바라본 파리를 기록한다면 사진엽서에서 줄줄 나올만한 명소를 배제하여 “파리를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라는 탄사가 나오게 하는 것은 좋지만 서울에서 찍어서 하나 슬쩍 끼워넣을 수도 있겠다싶은 사진이 등장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하는 노파심이다. 여행의 본질이
 에펠탑 앞에 가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우라를 즐기는 것이라는 뜻에서 2번처럼 오래된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7번처럼 중고서적을 뒤적일 수도 있고 9번처럼 공원에서 날씨를 만끽하거나 17번처럼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해도 좋고 23번처럼 잠시나마 독서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할 수도 있는 활동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는 이유는 낯선 곳에서 산책, 공원과 카페의 여유, 독서를 즐기는 것이 익숙한 곳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찾기 좋은 계절이다. 컴퓨터로 봐도 될 것 같은 사진들을 굳이 전시장에 가서 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전시장의 공간에서만 흘러나오는 아우라가 있기 때문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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