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수녀님의 빵빵 터지는 사진 비법은 수도복

곽윤섭 2013. 08. 27
조회수 16588 추천수 0


   살레시오수녀원 사회커뮤니케이션 위원장 박현주 수녀

 배운 것도 본 것도 없지만 소명처럼 찍다보니 ‘걸작’

 마음 시키는대로 즐겁게…찍히는 사람도 ‘무장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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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말 경남 사천시(당시 지명은 삼천포) 노산공원에서 올림푸스카메라로 친구들 인물사진을 즐겨 찍어주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있었다. 그후로도 그랬지만 언니의 영향이 컸다. 그림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고 사진동아리 회장이었다. 덕분에 사진에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1996년 수녀원에 들어왔다. 양성과정을 마치고 받은 첫 소명이 홍보국의 독서미디어교실이었다. 홈페이지를 꾸미고 책을 만들고 수녀원 안팎으로 홍보를 하는 게 일이었으므로 수녀원의 여러 행사를 찍어야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사진을 찍어왔을 뿐, 사진을 잘 찍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 살레시오수녀원에서 빵수녀(박현주·세실리아)를 만났다. ‘빵수녀’는 수녀원에 있는 아이들이 붙여준 애칭이며 현재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사회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는 일이 뭔가?
 =살레시오 문화원에서 주로 일을 한다. 다문화지역 아동센터, 여성학교, 독서미디어스쿨, 상담실, 비데스(VIDES-UN 산하 국제자원봉사 NGO 단체로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을 위한 단체), 우아청, 영성사목센터 등이 문화원 안에 있다. 그 일들을 두루두루 맡고 있다.
 -하는 일이 참 많다. 조금만 소개를 부탁드린다.
 =수도회를 창립한 돈 보스코성인의 뜻에 따라 살레시오는 청소년, 특히 가난하고 버림받은 청소년교육을 주목적으로 일하는 곳이다. 마침 열흘전에 비데스 프로그램에 따라 필리핀 민도르지역에 다녀왔다. 기본 보건교육을 포함해 교육봉사, 환경봉사를 하고 왔으며 두 번에 걸친 쓰나미 탓에 망가진 맹그로브를 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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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사진을 찍는가?
 =첫 소명이 홍보였고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사회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이게 안으로는 수녀님들의 영적인 생활을 위한 자료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대외적으로는 수녀원 자체를 홍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학교현장에선 학생들을 찍었고 홍보활동에선 수녀들을 찍었다.
 -사진 속 인물들이 대단히 자연스럽게 보인다. 비결이라도 있을까?
 =(웃으면서) 옷, 수도복 덕분인 것 같다. 오랫동안 같이 지낸 수녀님들이나 학생들은 워낙 편한 상대들이니 날 의식하지 않는다. 게다가 “저 사람은 사진을 찍는게 일이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서 수월하다. 홍보 때문에 취재할 땐 처음 대하는 상대를 찍을 일도 있다. 하지만 입고 있는 옷이 좋아서 그런지 단 (그들이) 긴장하거나 이런 적이 없었다. 예전에 프라하에 있는 오래된 도서관에 갔었는데 촬영금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멀리 한국에서 왔으니 찍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통과시켜줬다. 다 옷 덕분이다.

 
 -사진을 어떻게 배웠나?
 =단 한번도 사진을 배운 적이 없다. 사진집을 본 적도, 사진전시를 구경한 적도 없다. 필요한 사진이 있으면 그냥 찍었어야 했다. 최근에 로버트 카파 사진전을 본 것이 태어나 처음 본 전시다. 전시를 보고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는데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과 가까이 가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 열 걸음 움직인다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스무걸음을 움직여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침 그날 오후 수녀원의 오락행사를 찍을 일이 있었다. ‘몸으로 말 전달하기’와 ‘신종 철인 5종 경기’ 등 수녀원 밖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정말 그날 즐겁게, 그리고 찍는 대상과 하나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며 찍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다른 수녀님들이 “저희들이 너무 감탄했다. 진짜 신명나게 사진을 찍는 것을 처음 봤다.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 다니더라”라고 하더라.
 -로버트 카파의 정신이 강림하신 모양이다. (웃음)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 몸으로 연결된 거구나 싶었다. 사진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업무로 사진을 찍어왔지만 더 멋지게 찍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이젠 즐겁게 찍어야한다는 생각이 가장 우선이다. 똑같은 대상을 놓고 똑같은 사람이 찍어도 차이가 있다면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찍는 사람의 마음에서 오는 거….


 -사진찍는 수녀님이 있나? 그러니까 사진가 수녀님이라고 부를 만한.
 =우리 교구에선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경우가 없다. 각자 소임에 충실하면서 살다보면 개인적으로 시간을 낼 수가 없다. 수도자는 자기 삶을 개인의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 속에 수도자의 깊이, 영성 같은게 녹아있다면 굳이 사진전을 열지 마라는 법은 없지 않겠나. 수녀들 중에서 화가도 있고 건축가도 있는 것 같으니……. 하지만 언젠가 이 소명이 끝나고 다른 일이 주어지면 미련 없이 카메라 내리고 사진은 잊어버리고 그 일에 전념할 것이다.
 
 -보내온 사진을 보니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진도 있었다.
 =돈 보스코 성인이 말씀하신 살레시오수도회의 목적은 청소년 교육이다. 정직한 신자, 그 이전에 정직한 시민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내가 사는 세상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을 만드는 것. 시민교육이 빠진 청소년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성속이 분리될 수 없다. 세상과 종교가 따로 있지 않다. 정직한 시민을 길러내기 위해 우리가 눈막고 귀막고 교육할 순 없다. 조심스런 부분이긴 하지만 세상은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집회에 종종 참가한다. 위안부 수요집회, 제주에 있을땐 강정에 자주 갔었다. 최근의 촛불집회도, 그래서 자주ppang-001-1.jpg 나오는 편이다.
 
 -사진은?
 =찍을수록 재미있다. 사진은 남는 것이다. 사건은 지나가지만 사진은 남길 수 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관계·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카파가 매력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사진을 잘 찍게 되었을까 아니면 사진에 심취했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람이 된 것일까?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이 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빵수녀님의 안내를 받아 수녀원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아무래도 이 수녀님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진을 찍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녀원 뒷마당을 보여주면서 “여기서 수녀님들이 축구도 한다”라고 하지 않는가. 꼭 사진을 찍고 싶다고 거듭 부탁했다. 그랬는데 어제 사진을 보내면서 이메일 답장이 왔다. 다른 수녀님들이 “사진찍으러 오시면 축구 못하지~”라고 하시더란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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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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