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5시, 사진의 일-일의 사진

곽윤섭 2012.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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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기관사 정태연의 사진전 <일터와 일벗>

 자신의 삶터에 자신의 렌즈 들이댄 드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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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도시철도공사에서 기관사로 일하는 정태연의 사진전 <일터와 일벗>이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2일 시작했고 7일에 끝난다. 류가헌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으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있다.
 02-720-2010  www.ryugaheon.com  http://blog.naver.com/noongamgo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찍는 소재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연구하는 분들이 언제 한번 양적인 연구를 해봄 직한 논문거리가 아닌가 싶다. 잠깐 주변 작가들의 작업을 떠올려보면 우선 범주 분류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풍경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등장하지만 이 ‘풍경’이란 것의 의미가 너무 넓어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일출, 일몰, 운해도 풍경이며 도시의 모습도 풍경이라고 아니 할 수 없겠다. 외국의 풍광도, 한국 시골장터도 모두 풍경이다. 풍경의 범주에 넣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인물이다. 인물이 들어간 것은 모두 인물사진이라고 주장하는 나로서는 역시 ‘인물사진’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좀 손질할 필요는 있다. “사진을 볼 때 인물이 가장 크게 들어있는 사진” 정도로 해두자. 풍경, 인물 다음에 뭐가 있을까……. 꽃, 나무 같은 정물 사진이 있겠다.
 
 모처럼 독특한 소재를 만나게 되었다. 정태연의 사진은 노동의 현장과 노동자를 담고 있다.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뭐부터 하면 좋을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우선 본인의 자화상부터 시작해 가족, 친구, 이웃, 동네로 차근차근 넓혀나가시라고 조언한다. 전몽각의 윤미네는 가족이며, 김기찬의 골목은 이웃과 동네다. 그게 확장되면 서울이 되고 한국이 된다. 한국이 좁다고 생각되거나 한국에서 감흥이 없다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의 분야에서 유난히 소외되었던 범주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일터에 대한 고찰이다. 특히 자신이 직접 몸담고 있는 일터를 기록한 사진가가 몇 있을까 싶다. 학교 선생님들이 자신의 학교와 학생을 찍은 사진은 좀 있다. 바다와 어부와 어부의 고기잡이를 찍는 프랑스 사진가 장 고미는 스스로 ‘어부 사진가’라고 말한다. 1998년에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입사해 99년부터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정태연은 현재 8호선 모란 차량관리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기관사와 차량정비가 주 업무다. 직업적인 사진가가 몇 달 혹은 몇 년씩 타인들의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야 없지 않지만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일터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는 드물다. 사진마을에서 4년 전에 소개했던 여수의 우편집배원 명재권씨 http://photovil.hani.co.kr/55024 사례가 있고 2009년에 소개했던 서울 봉천동에서 신문 배달하는 신문지국장 김하연씨의 사례가 있다. http://photovil.hani.co.kr/55101
 이 두 사진가는 모두 자신의 일터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우편물과 신문을 배달하는 것은 생산직은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지하철 기관사 정태연도 뭘 뚝딱 만드는 사람은 아니니 비슷한 점이 있다. 승객을 실어 나르는 것과 신문, 편지를 나르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사진은 주로 새벽 1시쯤 기관차의 운행이 끝난 뒤부터 새로 5시가 되어 운행을 위해 차량을 내보내기 전까지의 정비 작업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담고 있다. 새벽 1시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난 지하철은 차량관리소로 보내진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진을 통해 감상하자.
 
 작업, 일, 노동은 모두 같은 뜻을 가진 단어들이다. 노동의 가치는 숭고하다. 일차적으로 보면 거기서 밥도 나오고 옷과 집도 나온다. 이차적으로 이야기하면 그 노동의 현장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작업장엔 동료가 있고 일거리가 있다. 단순히 밥을 위해 일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그 일의 의미를 생각하면 밥 이상의 것이 들어있다. 수천, 수만 명의 승객이 이용할 기관차와 객차를 점검하는 것은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 군인이 나라를 지키는 것, 용접공이 조선소에서 배를 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생활사진가들이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찍는 것과 직업사진가들이 지구의 오지에서 극한의 세계를 찍는 것 사이엔 비어있는 지대가 많이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일터와 일벗이다. 자신이 일하는 곳을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자신이 일하는 공간의 동료들을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모처럼 아주 드문 사진과 마주치게 되었다. 사진가 정태연의 사진이 계속 확장되길 바란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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