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눈 45년의 시간, ‘서울스타일’

곽윤섭 2012. 08. 21
조회수 20819 추천수 1

 

  기획사진전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익숙하게 낯설거나 낯설게 익숙한 풍경 100 점

  과거-현재-미래가 때론 대비로 때론 패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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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구, 서울 1967, Gelatin silver print, 21.2×31.5cm, 1967

 


 오는 9월 8일부터 11월 17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기획전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Mega Seoul 4 decades>가 열린다. 원로, 중견, 신진작가까지 모두 13인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진은 서울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서울은 과연 어떤 곳인가?

 

 거리마다 동네마다 사람 살아가는 냄새


 여러 명의 사진가에게 서울을 기록해달라고 의뢰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서울은 인구 1,000만을 넘긴 거대도시다. 서울(을 찍은 사진)엔 대비와 패턴이 있다. 서울에는 논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공장도 있다. 정규직도 있으며 비정규직도 있다. 넥타이부대도 있고 작업복 차림도 있다. 높은 빌딩, 판잣집이 있다. 개발이 있고 발전이 있고 그에 따른 파괴가 있고 퇴행이 있다. 눈이 내리는가 하면 비도 오고 밤이 내리면 불이 들어온다. 이모든 대비엔 과거와 현재가 있다. 미래도 살짝 보인다. 

 이 모든 서울엔 사람이 살고 있다. 사진에 사람이 들어있기도 하고 사람의 흔적이 들어있기도 하고 사람 냄새가 묻어나기도 하고 삭막한 살풍경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사람이 살만 한 곳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묘사된 사진도 있다. “종이 울리고 꽃이 피는 서울”도 있으며 “밤이 깊어가는 마포 종점”도 있으며 “거리마다 웃음꽃이 넘쳐흐르는 서울”도 있다. ‘88 서울올림픽’이 열린 곳이며 ‘상계동 올림픽’이 열린 곳이기도 하며 “난쟁이 가족들의 삶이 박살났던 낙원구 행복동”도 서울에 있는 가상의 동네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가 포착한 4계와 비교해보시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가 조디 캅(Jodi Cobb)이 홀로 찍은 사진집 “Reflections of SEOUL in four seasons”를 본 적이 있다. 서울시에서 서울 관광 홍보를 목적으로 작가에게 의뢰해서 만든 사진집이다. 조디 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에 나눠서 서울을 방문했고 한 번에 며칠이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완성도 높은 서울관광사진집을 만들어냈다. 관광 홍보용이니 긍정적인 장면만 들어있는 것은 당연하며 그에 대해선 따질 일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디 캅의 서울 사진들에선 일관성이 보였다는 것이다. 넓디 넓은 서울의 사계절을 어찌 120여 장으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마는 대체로 발품 부지런히 팔았고 유명하거나 이름없는 동서남북에 다니며 다양하게 찍었다. 그렇게 다양한 여러 곳의 사진들에서 한 명이 찍었을 것이라는 기분이 전해진다는 점에서 감탄스러웠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만 한 30년 찍었다니 절제된 시각이 있으리라 가히 짐작이 된다. 

 그러나 그 책을 보기 전에는 조디 캅이란 사람을 잘 몰랐고 사진을 다 보고 난 다음에 그 사람의 이력을 알게 되었으니 내셔널 지오그래픽 작가라는 유명세 때문에 그 사진들을 극찬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한국의 사진을 찾아보고 각자 판단해보면 좋겠다.  http://www.jodicobb.com/
 

 출신 지역 제각각인 작가들…서울 토박이도 이방인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Mega Seoul 4 decades>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홍순태, 한정식, 김기찬, 주명덕, 강운구, 구본창, 이갑철, 김동진, 안세권, 이선민, 방병상, 박진영, 이은종 까지 총 13명이다. 작가들의 출생연도를 보면 1930년대생부터 1970년대생까지 섞여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출신 지역도 다양해서 서울 토박이부터 해주, 문경, 진주, 부산, 춘천 출신들로 이제는 주 터전을 서울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서울 사람은 서울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라 서울서 살고 있는 사람이란 뜻인가 보다. 간혹 택시를 타면 서울 토박이 출신의 기사분들도 지금 서울은 낯설다고 한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 어느 시점에 서울에 정착해 삶을 꾸리는 사람들도 낯설긴 마찬가지이니 서울은 이방인들의 도시다. 

 이건 지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전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 딸려온 13인의 대표작 한 장씩, 합계 13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각자가 다른 시각과 생각으로 서울을 잘라냈지만 어느 한 장 편한 풍경이 없이 낯설다. 바위산 정상 바로 밑까지 다닥다닥 치고 올라간 김동진의 ‘은평구 녹번동 2010’도 그렇고 개발 광풍이 시작되던 무렵으로 보이는 김기찬의 ‘송파구 삼전동 1982’도 그렇다. 서울은 빨리 변하니 낯설다. 다 부서진 폐허를 등지고 저 멀리 시가지를 바라보는 박진영의 ‘폐허 속 부처 2004’는 또 어떤가?

 전시장에 걸린 사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967년 강운구의 작품이다. 손수레꾼이 손수레 위에서 일없이 눈을 붙이고 있다. 벽에는 제6대 대통령 선거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박정희와 윤보선의 2강 대결이었다. 가장 최근의 사진은 2012년 이은종의 작품 ‘노벨 분식’이다. 무려 45년의 시간차이가 난다. 그런데 두 사진이 모두 낯설기도 하고 또 눈에 익은 풍경이기도 하여 어느 사진이 더 오래되었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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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 돈화문 1972, Gelatin silver print, 40.6×50.8cm,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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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태, 1974 명동, Gelatin silver print, 35.6×27.9cm,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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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명덕, 서울, Gelatin silver print, 40.6×50.8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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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송파구 삼전동 1982. 12. 12, Gelatin silver print, 50.8×40.6cm,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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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서울 퇴계로, C-print, 30×45cm, 1985~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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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철, 1988 서울, Gelatin silver print, 27.9×35.6cm,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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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병상, 구조대, Inkjet print, 140×110cm,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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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페허속 부처 / 봉천동, Digital C-print, 120×50cm,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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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권, 월곡동의 빛, Digital C-print, 180×230c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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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수정과 지영, C-print, 100×125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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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은평구 녹번동, C-print, 45×45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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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종, 노벨분식,  Inkjet print, 150×185cm, 2012

 

 

어떤 식이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나 거대해서 빌딩처럼 보이지도 않는 63빌딩 앞에서 조감도 속의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서울사람들은 어디론가 걸어다니고(방병상, 2004) 누가 누군지 모르는 인파 속에서 서울사람들은 또 떠밀려 다니다가(홍순태, 1974)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힘이 빠져 터벅터벅 호랑이처럼 걸어서(이갑철, 1988) 집으로 가는 것이다.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에 꼬마전구가 하나씩 들어있는 것 같은 산동네(안세권, 2005) 집이라도 가야하는 것이다. 그 월곡동 산동네를 지켜주는 것은 방패처럼 생긴 빨간 십자가이며 봉천동을 지켜주는 것은 폐허 속 부처(박진영, 2004)다.
 

 간난한 달동네 밝히는 십자가, 재개발 폐허 지켜보는 부처…


 로버트 프랭크가 삐딱하게 미국을 본 것처럼, 매그넘코리아에 참여한 매그넘 작가들이 한국과 서울을 건조하게 본 것처럼 무릇 사진으로 어느 지역을 고찰한다는 것은 그 작가 고유의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곳인가. 또 부산은 어떠하며 여수나 울진은 어떤 곳인가? 다큐멘터리는 기록하는 것,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현미경이든 망원경이든 50밀리 표준이든 들고 기록하는 것이 사진의 기본이라고 이 전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Mega Seoul 4 decades>는 웅변한다. 꼭 볼 전시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2번 출구에서 가깝다. 한미타워빌딩 19, 20층. 9월 2일까지는 거주공간에 대한 또 다른 기록 최중원의 <아파-트>가 열린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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