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 ‘경기-환호’ 그것이 문제로다

곽윤섭 2012. 0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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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뒤집어보기]한국 여자양궁 단체전 올림픽 7회 연속 금 

 다 아는 뉴스 하루 늦게 실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 숙명

 사진에 맞추자니 기사가…, 기사에 맞추자니 사진이…

 

 먼저 퀴즈. 7월 30일 새벽, 한국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의 마지막 한 발은 누가 쐈을까?


 2012-7-31-two.jpg

                   기보배/ 서울신문 1면                                                           최현주/한국일보 3면
 


 7월 30일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이 제30회 런던올림픽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단체전이 생긴 이래로 일곱 번의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모두 1위를 차지한 쾌거를 이룬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큰 뉴스였으며 올림픽 역사에서도 쉽게 잊히지 않을 명장면이 될 것이다. 

 31일치 대부분의 종합일간지는 1면에 여자 양궁팀의 사진을 실었다. (경향은 1면에 여자핸드볼 팀의 대 덴마크전 승리를 실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선수가 화살을 쏘는 순간을 기록한 것이며 또 한 가지는 대표 3명이 우승을 확정한 뒤 한데 어울려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중앙, 조선, 서울은 화살 쏘는 장면이며 한겨레, 동아, 한국, 세계는 선수 3명이 환호하는 사진이다.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1면 사진의 선택은 중요하다. 1면 기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며 사진의 크기와 선택은 그 신문사의 편집행위에서 비롯된다. 1면 톱기사를 사진기사로 할 때도 편집 방법에 따라 모양새가 달라진다. 사진을 위주로 하여 적당한 분량의 글 기사를 같이 나열하는 방법이 있다. 한겨레 1면과 중앙 1면이 그랬다. 한국일보의 3면도 같은 방식이다. 사진을 위주로 하되 별도 기사 없이 관련 사진 캡션으로 서술하는 경우도 있다. 조선, 동아가 그렇다. 어느 경우든 사진제목을 크게 뽑아 가독성을 높이는 방식은 늘 유용하다. 조선과 중앙이 그런 경우다.

 

2012-7-31-cho1.jpg

조선 1면 (7단 편집에서 5단 크기)

 

 

2012-7-31-j-all.jpg

중앙 1면 (통단)

 

  

 

2012-7-31-don1.jpg
동아 1면(7단에서 4단 크기)

 

 

2012-7-31-hani1.jpg

한겨레 1면 (5단에서 세로 2단)

 

 

 관점 1-어떤 사진이 더 눈에 들어오는가?


 크게 분류한 두 가지, 즉 활 쏘는 장면과 환호 장면 중에서 이날 만큼은 활 쏘는 장면이 더 주목도가 높았다. 스포츠 사진에서 경기 중의 장면과 경기가 끝난 뒤의 반응(환호 혹은 실망에 관한 스케치) 중에 어느 것이 더 유용한지를 구분할 순 없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 결승전이라면 경기 후 반응 장면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왜냐하면 경기의 한순간이 승부의 전체를 대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예외와 변수가 있다. 

 오늘 1면 사진 경우의 수만 놓고 보면 활 쏘는 장면이 훨씬 강력했다. 새벽잠을 설치고 양궁 결승을 본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경기 중에 비가 오락가락했다. 조선, 중앙, 서울의 1면 사진은 비를 뚫고 날아가는 기보배의 화살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셔터속도 덕분에 빗방울은 공중에서 얼어붙은 상태로 날아가는 화살을 지켜보고 있다. 이것은 마치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멋진 사진이다. (셔터속도 1/1600초, 조리개 4.5, ISO 800, 렌즈는 400밀리, 촬영 모드는 매뉴얼) 

 사진을 보면 기보배의 손끝을 떠난 화살은 활을 벗어나기 직전이다. 가장 기가 막히는 포인트는 화살 끝의 물보라다. 미사일이나 우주선이 불꽃을 달고 비약하듯, 화살이 물방울을 튀기면서 비행을 시작한다. 솔직히 이런 사진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비 오는 날 축구공을 차는 순간을 찍으면 물방울이 튀긴 한다. 그러나 잔뜩 탄력을 받은 시위가 화살을 튕겨 보내는 반동에 의한 물줄기의 파열은 정말 멋있다. 이런 사진 나도 한 번 찍어보고 싶다. 이런 장면이라면 환호하는 사진보다 훨씬 시각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1면에 올라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어떤 이유든 1면에 “날아가는 화살” 사진을 쓰지 못한 동아, 한국, 경향은 3면에 이런 종류의 사진을 실었다. 한겨레는 아무 면에도 쓰질 못했다.

 

 관점 2- 하루 늦은 사진보도


 여자 양궁결승전은 30일 오전 3시 무렵에 치러졌다. 결론이 난 것은 거의 4시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시간대에 마감을 할 수 있는 조간신문은 없다. 특별히 새벽 판을 만든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배달이 되는 신문은 훨씬 전에 마감된다. 따라서 31일치의 모든 일간지들은 30일 오전의 상황을 30일 아침신문에 보도하지 못했고 만 하루가 더 지나 가정과 사무실에 배달되는 신문에 실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사실상 종이신문으로선 치명적인 숙명이다. 어느 독자가 요즘 같은 뉴미디어의 시대에 30일 새벽에 일어난 일을 31일 아침 신문을 통해 처음 접할까. 게다가 텔레비전, 인터넷, SNS를 통해 벌써 여러 번 눈과 귀에 익은 장면이라면 더욱 그렇다. 

 딱히 해결책은 없다. ‘신문의 위기’는 이런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매일 밤 12시나 1시에 마감을 하면 그 후의 상황은 하루 뒤에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통상 아주 큰 뉴스가 아니라면 하루 늦게 보도할 때는 1면에 내세우지 않거나 아예 기사화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거듭된 오심 탓에 속이 타들어가는 국민들을 생각하고 여자양궁의 우승이 대회 7년 연속 제패라는 점, 게다가 결승에서 1점 차이로 승부를 굳힌 점 등을 생각하면 하루 지나서라도 1면에 쓰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런 점에서 1면에선 양궁을 찾아볼 수가 없고 ‘우생순의 한’을 푼 핸드볼 사진을 톱으로 쓴 경향이 오히려 참신하다) 하루 늦은 구문을 전하는 신문사로서는 강력한 시각물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종이신문의 상황은 자꾸 어려워진다.

 

 관점 3- 낚시 편집


 앞서 밝힌 듯이 중앙과 조선, 서울의 1면과 동아, 한국, 경향의 3면은 모두 빗속을 뚫고 과녁을 향해 비행을 시작한 매트릭스 장면 같은 화살사진을 썼다. 그 중에서도 1등은 중앙일보다. 제목을 보자. <마지막 한 발, 위대한 순간> 그리고 그 아래 기보배의 한 발이 날아간다. 어쩐지 이상하지 않은가? 실제 결승전에서 마지막 한 발은 누가 쐈을까? 영상 다시보기를 눌러보니 기보배였다. 그런데 그 순간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 날 경기에선 비가 오다 말다 했다. 그래서 악천후에서 훈련을 많이 한 한국팀으로선 비가 쏟아지는 것이 더 유리했다는 후속기사도 나온 것이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엔드에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중앙, 조선, 서울신문의 1면에 등장한 기보배의 샷은 마지막 한 발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의 사진설명을 찾아봤다. 전문이다.

 

 한국여자양궁 대표팀 기보배가 30일 오전(한국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기보배는 마지막 한 발을 9점에 쏘아 여자양궁단체전 7연패를 완성했다. 런던=김경빈 기자


 틀렸을까 맞았을까? 사진캡션은 현재 진행형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고 필요에 따라 완결형 서술설명을 추가할 수 있다. 중앙의 설명에서 진행형으로 쓴 첫 문장에선 기보배가 빗 속에 시위를 당긴다고 했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다. 뒷문장은 보충하려고 쓴 완결형이다. 기보배가 마지막 한 발을 9점에 쐈다는 거다. 교묘하게 피해갔다. 틀린 캡션이라고 할 순 없다. 사진의 선수는 기보배가 맞으며 결승전 도중에 빗속에서 화살을 쏜 적도 있다. 그런데 경기를 종결시킨 마지막 한 발은 사진의 장면과는 다르다. 사진제목이 낚시성이다. <마지막 한 발>이란 제목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사진의 한 발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라는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제목은 제목이다. 사진의 제목은 사진에 대한 제목이기도 하고 사진의 설명에 대한 제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사진으로 대표된 전체기사(한국 여자 양궁대표팀 우승)를 아우르는 제목이라고 봐줄 수도 있다. 글쎄…. 좀 그렇다.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 한 발이 바로 그 <마지막 한 발>이며 위대한 순간이라고 보게 하였다. 사진의 제목이 아니라 1면 톱기사 전체의 제목이라고 주장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사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으로 <여자 양궁 대표팀 우승>대신 <마지막 한 발, 위대한 순간>이라고 뽑을 수도 있을 것 같지……? 만 여전히 낚시성이다. 

 중앙과 비교해 볼 때 조선일보의 사진제목 <1988~2012 올림픽 7연패… 88둥이 기보배, 신화를 쏘다>는 최소한 이 한 발이 마지막 한 발이라고 하지 않았으므로 노골적인 낚시 제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기보배는 신화를 쐈”을 뿐이다. 조선의 사진설명 본문도 이 한 발이 마지막이라고 하진 않았다. 서울의 1면은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건조해 보이지만 아무 하자가 없이 정확하고 솔직한 보도다. <빗속 금 명중>이란 소박한 사진제목을 달았다.

 

 마무리-강렬한 이미지를 쓸 때는 더욱 세심한 배려를


 조선과 중앙, 서울의 1면, 그리고 경향의 3면 사진은 강력하다. 그 중에서도 기보배 한 명을 중심으로 트리밍을 극대화한 중앙이 가장 시선을 끈다. 한국과 동아는 1면에 그 사진을 쓰지 않았고 3면에 화살 날리는 최현주 사진을 썼다. 이 사진은 외신이다. 빗속에 화살이 날아간다는 면에선 비슷하지만 배경 처리, 물방울이 터지는 모양, 물꼬리의 배경이 밝은 쪽에 떨어져서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사진의 주목도는 훨씬 떨어진다. 

 하루 지난 보도이니 시각적으로 센 것을 쓴다는 것은 이해한다. 또한 하루 지난 보도를 하기 때문에 스트레이트형 제목이나 기사를 쓰기 싫어하는 점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피해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한겨레는 1면에 <무명 최현주, 비바람 뚫고 신화를>이라고 각을 세워 기획성 제목을 달고 기사도 그렇게 쓴 것이다. 그러나 사진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그 바람에 기사의 주목도와 1면 전체의 주목도가 다른 신문에 비해 떨어진다. 

 

  신문 사진을 누가 오래 기억할까 싶지만 올림픽 같은 대형 이슈에서 큰 뉴스가치가 있는 장면을 크게 쓰면 꽤 오래 기억을 하게 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안정환의 반지 키스, 홍명보의 <비행기 타기> 골 뒤풀이 등을 아직 기억하는 독자가 많다. 몇 년 아니라 몇 달만 지나게 되면 독자들은 시각적 강렬함 때문에 기보배의 빗속 한 발이 승부를 결정 짓는 <마지막 한 발>이라고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과 다르다. 마지막 한 발을 기보배가 쏠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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